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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렉산드르 쎄르게예비치 뿌시낀 (알렉산드르 푸시킨, 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 Alexander Sergeyevich Pushkin 1799.6.6~1837.2.10), 어떤 작가인가요?
"푸시킨은 다른 나라에서는 한 세기가 넘게 걸린 두 가지 과제를 혼자서 해냈다.
언어를 정립하는 것, 그리고 문학을 창조해내는 것."
-투르게네프-
러시아 현대 문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현대 러시아어의 발전에 기여한, 러시아의 국민 문학가입니다. 영미문학이 조금 더 익숙한 분들은, 러시아 문학에서 셰익스피어와 같은 업적을 이루고 그와 다를 바 없는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라고 생각하시면 금세 그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와닿을 듯해요. 38년간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창작물과 탁월한 문장력으로 생전에 이미 문학적인 인정과 대중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가 지은 자유애호주의 시가 정치적인 이유로 출판이 금지되었을 때는, 그 시가 필사되어 러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진보적 젊은이들은 그 시를 암송했다고 해요.
그가 사망했을 때 이틀 동안 거의 2만 명이나 그의 집 앞으로 모이게 되자 황제가 특별히 장례식장을 비밀리에 변경하고 장례식에는 가까운 친척과 지인만 참석하도록 지시를 내릴 정도로 생전에 이미 대중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 다닌 리체이 학교가 위치한 지역은 그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1937년, ‘푸시킨’ 시로 이름을 변경하기까지 합니다.
푸시킨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싯구는 다들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죠. 이렇게 그의 창작물인지는 몰랐다 하더라도 익숙한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차르트의 생애를 천재와 범인 간의 갈등구조로 흥미롭게 제작한 영화 ‘아마데우스’ 역시 원래 1830년 발표된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라는 푸시킨의 희곡이 원작이에요. 러시아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이 작품을 토대로 직접 대본을 써서 오페라로 재탄생시켜 1898년에 처음 무대에 올립니다. 푸시킨 서사시와 운문시를 바탕으로 제작된 글린카의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라던가,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을 비롯, 다수의 오페라들이 그의 작품을 토대로 제작되었어요.
푸시킨은 당시 서유럽에 비해 뒤처져있던 러시아 문학계에 서정시, 서사시, 장편 및 단편 소설, 에세이, 희곡 등 유럽의 모든 문학 장르를 도입했고, 러시아어로 한계를 느낄 때에는 새로운 단어나 표현을 창조하기도 하여, 러시아 현대 문학의 발전뿐 아니라 러시아어 자체의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습니다.
그의 문학적 성취는 변함없이 현재까지 칭송받고 있으며 여전히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민 문학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18세기 러시아의 황금시기를 이끈 예카테리나 2세 여제 시대에 명문 중류 귀족 집안 태생으로, 집의 풍요로운 서재덕에 어릴 때부터 많은 책을 접했습니다. 시간을 함께 자주 보낸 외할머니는 그에게 러시아의 선조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농노 출신인 가정부는 러시아 구전 전래동화를 많이 들려주었으며, 여름 휴가철에는 모스크바 근교의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며 외부의 소작농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때때로 몇 시간씩 혼자 지내며 공상을 즐기기도 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당시 여느 귀족들처럼 그의 부모는 프랑스 문화를 받아들였고 푸시킨을 포함한 자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불어를 배우며 성장합니다. 유년 시절에 다른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집에서 개인 교습으로 학업을 시작했으나, 1811년 12살이 되었을 때 귀족 자제들을 위해 새롭게 건립된 기숙학교 리체이에 입학했어요. 리체이의 자유주의적 기풍,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을 격퇴한 조국전쟁을 통한 민족적 자부심 고취와 함께, 학창시절 교우한 미래의 *데카브리스트 친구들 (*낡은 정치와 군주제 폐지, 입헌정치 실시를 목표로 젊은 귀족층인 장교들이 주도한 혁명당원을 지칭. 1825년 12월에 일어난 혁명이라 12월 혁명가를 뜻하는 데카브리스트로 불린다) 과의 교류 등이 그의 사상 형성에 커다란 기반이 되었습니다.
리체이 상급반 시험장에서 낭독한 자작 시로 이미 시인의 자질을 인정받았고, 재학 기간 동안 진보적인 낭만주의 문학 그룹에 참가하여 1814년, 15세에 ‘친구인 시인에게’라는 시를 처음으로 매거진에 발표한 푸시킨은 학업을 마친 18세에는 이미 유명한 시인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체이 졸업 후 외무성에서 근무했으나 그 시대 진보적인 젊은 귀족들과 마찬가지로 농노제와 전제정치를 반대했고, 그의 자유애호사상 시를 알게 된 황제는 그를 남 러시아 지역으로 유형을 보냅니다. 이 유형 기간 동안 작가는 오히려 가장 낭만적인 작품들을 창작했으며 당시 러시아 사회를 반영한 ‘예브게니 오네긴’도 이 시기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학창시절 친구들이 많이 가담한 데카브리스트 봉기가 결국 1825년 일어나고, 황제의 잔인한 사태 진입에 이어 푸시킨의 많은 지인들이 유형 혹은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들 대부분 푸시킨의 시를 지니고 있었고 작가 자신도 체포를 각오했으나 직접적인 가담을 하지 않았음이 인정되어 그 지역을 떠날 수 있게 되었어요.
1830년 자신의 영지가 있는 볼지노로 이사하여 일 년간 지내며 예브게니 오네긴을 완성,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비롯 다수의 작품을 탈고했으며 이듬에 결혼과 함께 뻬째르부르그에서 지내며 러시아의 18세기 역사를 공부하고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담아낸 작품들을 집필합니다. 1836년에는 아예 자신이 문예지를 창간, 본인의 작품 및 당대 유명한 문인들의 작품을 개제했어요.
1836년 군 장교 조르주 단테스가 푸시킨의 아내를 연모하며 도발적인 편지를 보내고 이는 러시아 상류사회의 최대 화제가 되었습니다. 단테스가 결혼 한 이후에도 푸시킨을 조롱하는 익명의 편지들이 배달되어 결국 둘은 결투를 하게 되고, 단테스가 발사한 총을 어깨에 맞은 푸시킨은 이틀 후 사망하게 됩니다. 이 결투는 진보사상의 푸시킨을 제거하려는 궁정 세력의 음모로 인한 함정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2. 어떤 책인가요?
푸시킨이 생에 마지막에 집필한 작품으로, 당시 러시아의 18세기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던 그가 1773~1775년 있었던 푸가초프의 반란을 소재로 한 소설이에요.
예카테리나 2세 집권 시기, 대외적으로 영토가 안정되어감에 따라 황실과 귀족 사회는 화려한 번영을 일구어나갔으나 이는 농민과 농노의 착취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고, 다양한 사회 변혁과 세력 안정 방법을 강구했으나 결국 모두 귀족의 권력을 강화시키고 농노제를 오히려 더 공고히 하는 방향이 되어버렸습니다.
한편 당시 러시아 중앙부에서 남방 변경지대로 이주하여 공동체를 형성하며 자치적으로 사회를 꾸려 나가던 카자크인들은, 제정 러시아에서 카자크 상층부에게 특권을 주며 회유를 통해 점차 흡수하려는 시도에 따라 자치권을 잃어갑니다. 결국 러시아의 착취당하던 농민과 농노, 자치권을 잃은 카자크들이 푸가초프를 중심으로 러시아 최대의 농민반란을 일으키게 되며 이 반란은 약 2년간 러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이 소설은 귀족 집안의 어린 아들이 집안 결정에 따라 군대에 입대하여 오지에서 생활하던 중 푸가초프의 난을 경험하게 되는 줄거리이며, 제목에 나와있듯 한 대위의 딸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네, 결국 이번에도 용기를 발휘하게 하고 사람을 움직이는 건 사랑이지요.
* 작가와 책에 대한 내용은 책 뒤 작품 해설과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6948&cid=59014&categoryId=59014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58914&cid=40942&categoryId=34427
-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Aleksandr-Sergeyevich-Pushkin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9112&cid=59014&categoryId=59014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82501&ref=y&cid=40942&categoryId=31636
3. 분량과 난이도
창비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으로 읽었고 뒤의 작가에 대한 설명과 작품 해설을 제외하면 약 190여 페이지로 분량은 많지 않은 편이고, 문장의 길이들이 짧아서 가독성도 좋아요. 다만, 저는 러시아 문학에 덜 익숙한 편이라,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지명들이 좀 낯설다 보니 약간 어두운 방에서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혹시 러시아에 좀 익숙하신 분이라면 아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듯합니다.
4. 이 책의 매력
위에 잠시 언급한 것처럼, 지명도 사람들 이름도 낯설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몇 년 전 블라디보스토크에 여행을 갔었는데, 한국과 가장 가까운 러시아의 지역임에도 제가 그전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이국적인 건축과 문화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었죠.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피부색과 생김새가 아주 다양해서 신기해했던 것도 생각이 났고요.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를 상상하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지명들을 지도에서 찬찬히 찾아보고, 그곳의 민족들에 대해서도 좀 찾아봐야지 하는 강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낯선 곳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이 책이 매력적인 충분한 이유가 되지만, 소설 자체에 대해 말하자면 역사적인 농민 반란 사건을 재미있는 문학의 세계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지나간 역사와 사건 모두 결국에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죠. 허구이긴 해도 역사 속 개개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인기 있는 책에는 빠지지 않는 위트와 유머, 이 소설에서도 감초처럼 종종 등장합니다.
작가가 적었다가 삭제한 부분이 뒤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어요. 일단 완성본을 읽은 뒤, 부록까지 한 번 더 살펴보는 색다른 재미도 있어요.
5. 시와 음악
이 책 덕분에 작가에 대해 알아보며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오랜만에 읽게 되었습니다. 익숙한데도 여전히 울림이 있네요.
그리고, 푸시킨의 작품을 오페라로 옮긴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과,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의 폴로네이즈도 아래 링크를 달아둡니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들어봐주세요. 두 곡 모두 5분 남짓이며 흥겹고 경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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