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다 포근했다가 반복되는 겨울의 끝 혹은 봄의 입구네요. 눈이 펑펑 오고 또 그 다음날은 청명하게 파란 하늘에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불고. 이렇게 어느 경계를 지나가는 계절에는 어쩐지 마음 쓸쓸해지기도 하고 괜히 가슴이 두근대기도 하고, 잊은 줄 알았던 사람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런 무드를 이어서 이번에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잦아들지 않는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 8. 28. ~ 1832. 3. 22.), 어떤 작가인가요?
독일 문학이 절정에 이른 시기인 18세기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재까지도 독일을 대표하는 문학가입니다. 독일의 철학가, 음악가와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는 유일한 문학가로서 83년의 긴 생애 동안 시와 희곡, 소설 등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걸작을 남겼으며 슈베르트를 비롯한 음악가들의 그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음악들을 많이 남기기도 했어요. 젊은 시절 그의 이름을 유럽 전 지역에 널리 알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구상부터 완성까지 거의 60여 년이 걸렸다는 ‘파우스트’,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이탈리아 기행' 이 특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상속받은 유산으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던 괴테의 아버지는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었고, 자식에 대한 교육관 역시 나름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고 합니다. 본인이 그랬듯, 집에서 개인 교습을 통해 좋은 교육을 받고 이후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그랜드 투어 (교육 목적의 세계 여행)로 견문을 넓히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역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를 원했다고 해요. 괴테는 이에 큰 반발 없이 아버지의 계획대로 성장해가며 어릴 때부터 곧잘 시를 쓰고 했던 자신의 문학에 대한 열정 역시 함께 키워나가게 됩니다.
16세에 집에서의 학업을 마치고, 라이프치히의 법대에 진학하게 되는데, 당시 라이프치히의 대학은 이전 약 40여 년간 독일 문예 부흥의 중심지였으며, 따라서 작가는 이곳에서 학업을 이어감과 동시에 습작을 통해 문학적인 성취도 구체화시키기 시작해요. 라이프치히에서 약 3년간 지내다 잠시 건강상의 이유로 귀향하여 2년 정도 머무른 뒤, 이후 건강을 회복하여 1770년 학위를 따기 위해 스트라스부르크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 그에게 문학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헤르더(요한 고트프리트 폰 헤르더 Johann Gottfried von Herder)를 이 시기에 알게 되어 본격적인 교류를 시작합니다. 당시 이미 이름이 알려진 젊은 문학가이자 지성인이었던 헤르더는 눈 수술을 위해 스트라스부르크에 체류 중이었고, 괴테는 그를 통해 민족학,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문학과 언어를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배우게 되고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영미문학에 눈을 뜨게 됩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학위를 받은 이후 법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며 동시에 작품 활동도 병행하는데, 헤르더와의 교류를 통해 영향을 받게 된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와 독일인으로 바라본 주변의 세계에 대한 시선들을 바탕으로 1773년에 '괴츠 폰 베를리힝엔' 이라는 역사적인 인물을 소재로 한 희곡을 발표해요. 당시 이 작품은 경제적으로는 큰 수익을 안겨주지 못했으나 그의 이름이 알려지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드디어 유럽 전 지역에 이름을 떨치게 되지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유명해진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온 바이마르 공국의 신임 군주 아우구스트 대공이 그를 고문관으로 위임하게 되고, 이때부터 괴테의 바이마르 시대가 시작됩니다. 1776년부터 공식적으로 국정일을 맡아 자신을 신임하는 아우구스트 공을 보좌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를 보게 되며, 내각의 각료가 되고, 귀족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어요. 바이마르에서 지내던 기간에도 변함없이 창작활동은 계속되었고, 여러 극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기도 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이어갑니다. 10여 년간 바이마르에서 최선을 다해 국정을 돌보며 다양한 시설과 제도를 정비하고 개혁을 추진하며 많은 공을 세웠으나 점차 자유를 갈망하게 된 그는 1787년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 여행을 통해 스스로 ‘이탈리아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그의 시야와 사고를 확장 시키게 되어 이때의 경험이 그의 고전주의의 확립에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그의 생을 살펴보면 그의 연애사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 중 하나에요. 일생 동안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여성들과의 사랑에 영향받아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문학적인 성취를 이뤄냈다고 합니다. 일생 동안 총 9명의 여인이 있었다고 하는데, 정착하는 것에는 늘 어려움을 느껴 항상 도망가다시피 했고, 이탈리아 여행 후 동거하며 지낸 크리스티네아와 단 한 번 결혼 하지만 결국 사별하게 되지요.
그는 83세 생을 마감할 때까지 쉬지 않고 창작 활동을 계속했으며, 세상과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과 열정을 보였습니다. 중국 문학 및 페르시아 문학까지 관심사가 확대되어 노년에는 아랍어를 배울 정도였고, 문학가 및 국가의 재상으로서도 뛰어났지만, 철학, 종교, 과학에도 현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여 여러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고 하니, 그의 다양한 분야에 걸친 비범함과 열정이 대단했던 듯합니다.
2. 어떤 책인가요?
베르테르라는 한 젊은 청년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게 되며 친구에게 편지 형식으로 그의 절절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에요. 1774년 괴테가 20대 중반의 나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고 곧 영국과 프랑스에 번역본으로 소개되며 유럽 전역에 괴테의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작가가 20대에 베슬러라는 도시에서 법관으로 실습을 할 때 법관 부프의 집에 자주 드나들게 되며 그의 딸 샤로테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당시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고, 괴테에게 우정 이상의 것을 바라지 말라며 그의 마음을 거절합니다. 크게 상심하고 상처받은 그는 샤로테와 그녀의 약혼자에게 편지를 남기고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약 반년 뒤 베슬러에서 어떤 젊은 공무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어, 자신의 경험과 그 안타까운 청년의 일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로, 약 14주 만에 완성했다고 합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과 좌절이 세심하게 서술된 낭만적인 작품으로, 그 시기 유행했던 ‘질풍노도’ 사조 (18세기 유행한 독일 문학 운동으로 계몽주의에 반하여 자연과 감정, 인간 개인을 존중하고 찬양하고자 함)의 대표 작품으로 일컬어집니다.
*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은, 책에 수록된 설명 및 해설, 작가 연보와 아래 링크들을 참조했습니다.
괴테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65343&cid=40942&categoryId=34314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69159&cid=59014&categoryId=59014
>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Johann-Wolfgang-von-Goethe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85230&cid=40942&categoryId=33455
> https://www.news1.kr/articles/?3742897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6960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140630.010300813030001
질풍노도 운동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04493&cid=62105&categoryId=62105
> https://www.britannica.com/event/Sturm-und-Drang
3. 분량과 난이도
민음사 판본으로 읽었고, 해설 및 연보를 제하면 약 210여 페이지로 비교적 짧은 편이에요. 편지 형식인데다가, 한 사람의 사랑을 절절하게 적은 내용으로 상당히 수월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문장이나 내용이 전혀 어렵지 않지만 그와는 다른 의미에서, 혹시라도 아직까지 마음 아픈 기억이 많이 남아 있다면 읽어나가는 게 좀 어려울 수 있겠다 싶어요.
4.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제목을 이루는 세 단어 ‘젊은’ ‘베르테르’ ‘슬픔’ 모두 그 자체로 이미 낭만적이죠. 제목을 보고 예상할 수 있는 그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요. 애틋함과 절절함이 생생하고 세심하게 묘사된 문장들이 가득한데,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이 다르고 시대가 변해도 어쩌면 이토록 한결같은 모습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내 주변의 모든 세계가 달라지는 느낌, 내 감각이 하나하나 깨어나고 충만해지며 그와 동시에 상실감과 외로움 또한 커지는 느낌을 약 200여 페이지에 걸쳐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사랑 대한 수백 가지의 표현, 다양하지만 일관되고 누구나 경험했지만 차마 말로 설명하지 못했던 그 느낌이 글이 되어 담겨있어요. 누군가는 읽으면서 많이 아플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잊으려 애쓰다 아예 추억까지 함께 덮어버렸던 과거 언젠가의 진심과 정성 가득했던 애틋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듯합니다.
5. 음악
괴테의 작품에 곡을 붙인 음악 몇 곡 공유합니다.
| 슈베르트, 들장미
괴테의 시 '들장미'에 곡을 붙인 노래 링크입니다. 다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제작년 겨울, 2019년 12월 25일에 작고한 페터 슈라이어의 노래입니다.
|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완성까지 거의 12년 정도 걸린 역사 속 인물을 소재로 한 희곡으로, 이 작품 자체의 초연은 1791년 바이마르에서였다고 합니다.
이후, 1810년 빈 부르크 극장에 처음으로 이 작품이 오를 때, 극장주의 요청으로 베토벤이 서곡을 작곡했고 당시 빈 부르크 극장 초연때 지휘도 베토벤이 했을 걸로 추정하나 정확한 기록은 없다고 하네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번스타인 지휘입니다.
* 책의 상세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독후감은 2월 10일에 발행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