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헤르만 헤세 (Hermann Hesse, 1877.7.2~1962.8.9)는 어떤 작가인가요?
“일생 동경과 방랑, 자기실현과 내면세계를 추구하며 구도자적 글쓰기를 보여 준, 20세기 전반부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방랑과 구도의 작가”
독일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자신의 내면과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수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많은 소설들이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에세이같이 사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시대를 타지 않는 주제와 깊은 사유를 담은 편한 문체 때문에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1877년 7월, 남독일 알레만 지역에 있는 칼프라는 전원적인 마을의 유서 깊은 신학자 집안에서 태어납니다. 외할아버지는 무려 36개 언어를 구사하며 동서양의 다양한 종교를 심도 있게 연구했던 석학 헤르만 군더르트였고, 어머니는 이런 환경에 영향을 받았던 우아한 여성으로 인도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아버지 역시 에스토니아 출신의 선교사였고 앞서 언급한 가정 환경을 생각했을 때 헤세는 상당히 학구적이며 종교적인 분위기에서 자랐을 걸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명석했던 그는 라틴어 학교에 다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지역의 명문 신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합니다. 하지만 공부는 곧잘 했으나 다루기 힘든 학생이었다고 스스로도 회상할 만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정해진 틀에 가두어 개성을 몰살시키는 엄격하고 획일적인 교육방식과 기숙사 생활에 큰 반발심이 들었다고 합니다. ‘시인 외에는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다’며 학교에서 뛰쳐나올 만큼 이미 사춘기 시절 자아에 대한 생각이 깊고 확고했던 작가에게 당시 답답한 신학교 생활은 그저 적응하기 힘든 수준이 아니라 꽤 고통스러웠던 듯합니다. 이후 다시 학교에 되돌아갔지만 자살까지 시도할 만큼 정서적으로 크게 타격을 받았으며 결국 총 일 년 남짓 다닌 신학교는 자퇴, 인문계로 옮겨 학업을 마치게 됩니다. 당시 힘들었던 신학교에서의 경험은 ‘수레바퀴 아래서’에 잘 드러나 있어요.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는 고향에서 아버지 일을 돕기도 하고 아픈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시계 수리 견습생으로 일하기도 하며 문학 수업을 병행했고, 이후 서점에서 4년 남짓 일하며 한동안 낭만주의 문학에 심취합니다. 여전히 서점에서 근무하던 1899년, 22세의 나이에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를 발표했고 이듬해에는 산문집인 ‘자정 이후의 한 시간’을 출간했어요. 릴케가 특히 그의 시집을 극찬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고 프리랜서 작가로 차츰 자리를 잡아가게 됩니다.
출처 : https://www.hermann-hesse.de/en/multimedia/martin-hesse-photos-calw
시와 함께 이미 소설도 쓰기 시작했고 1904년에 첫 장편 소설 ‘페터 카멘친트’를 발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됩니다. 이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거의 매년, 중단편집 혹은 장편 소설을 출간하며 활발하게 작가로 활동을 이어갑니다. 수레바퀴 아래서 (1906). 게르트루트 (1910) 등이 이 시기에 발표한 작품들이에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초기에 입대를 자원했으나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전쟁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베른의 독일 포로 구호 기구에 복무하며, 또 자신의 출판사를 열어 전쟁 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 및 소책자들을 펴냈어요. 수많은 정치적 논문과 호소문, 공개서한 등을 통해 전쟁의 야만성과 국수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당시 극우 애국주의 지식인 계층에게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이미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고 1916년 아버지의 사망과 아내의 정신병 악화, 아들의 병까지 겹치며 심리적으로 혼자 이겨낼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었어요. 이 시기는 그의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이후 작품들은 본격적으로 자기 성찰과 삶에 대한 태도를 깊이 다루게 됩니다.
1919년 전쟁이 끝난 뒤 이미 아내와는 별거 상태였고 여러모로 지쳐있던 작가는 스위스 테신 지역 작은방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마흔이 된 헤세는 이 시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주변의 자연 경관을 수채화로 남기거나 자신의 책의 삽화를 그려 넣기도 하며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왕성하게 꾸준히 그렸다고 합니다. 작은 스케치북을 가지고 나가 시를 적어 넣거나 그림을 그리며 지냈고, 자기 자신은 스스로 화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하지만 1920년부터 파리, 마드리드, 뉴욕을 비롯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전시가 열렸으며 생전에 그의 그림이 프린트된 엽서가 상용화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출처 : https://www.hermann-hesse.de/en/painting/virtual-gallery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다시 한번 전쟁에 반대하는 강한 목소리를 냈고 조국의 배신자, 매국노라는 언론의 지탄과 함께 정권에 의해 그의 대표작들이 출판금지 및 판매 금지가 되었습니다. 한동안 스위스 출판사를 통해 작품이 출간되었고 1946년이 되어서야 다시 독일에서 출판이 되기 시작, 그 해에 괴테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1962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자기 내면의 갈등과 삶의 태도, 예술가와 시민으로서의 삶의 간극 등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의 치열한 고민과 철학적인 깨달음은 평생 동안 집필한 수많은 저서를 통해 남아있습니다.
특히 널리 읽히는 대표작으로는, 앞서 언급한 수레바퀴 아래서(1906)를 비롯 데미안(1919), 싯다르타(1922), 황야의 이리(1927), 나르치스와 골드문트(1930), 유리알 유희(1945) 등이 있습니다.
출처 : https://www.hermann-hesse.de/en/multimedia/portraits-martin-hesse
2. 어떤 책인가요?
헤르만 헤세의 첫 장편 소설로 1904년, 당대의 유명 문예지 ‘노이에 룬트샤우 Neue Rundschau’에 발표했습니다. 당시 문단의 호평뿐 아니라 대중의 인기도 얻게 된 작가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어요.
작은 산골 마을 출신인 페터 카멘친트라는 주인공이 소년 시절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겪는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작가의 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자전적인 소설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 작가와 책에 대한 설명은 책 뒤 수록된 해설과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8766&cid=44546&categoryId=44546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62855&cid=40942&categoryId=34425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2849&cid=58814&categoryId=58829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Hermann-Hesse
3. 이 책의 매력 포인트
첫 번째 소설답게 헤르만 헤세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어요. 동시에 작가의 시그니처와 같은 삶의 태도에 대한 고찰, 자연과 사람에 대한 사랑 등 그가 글로 이야기 하고픈 내용, 작가로서 지향하는 바가 이미 여실히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또 후기 여러 작품들을 통해 조금씩 분화되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전된 ‘방랑하는 사람’의 뿌리를 보는 듯해서 더욱 좋았어요. 싯다르타, 크눌프, 황야의 이리, 클링조어의 여름 등 제가 읽어본 그의 다른 작품들이 겹쳐 보이면서 그 모든 작품들의 원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후기작들에 비해 덜 노련해 헤세를 인간적으로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애정이 많이 가네요.
4. 분량과 난이도는 어떤가요?
민음사의 문고판으로 읽어봤는데, 책의 크기도 작고 분량도 200쪽으로 많지 않아요. 문장들의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섬세한 표현들이 많아서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천천히 읽고 싶은 느낌이 동시에 들었는데, 결국 재빠르게 한번 완독을 했고 다시 한번 아주 천천히 읽어보려 해요.
* 좀 더 긴 감상문은 며칠 내 발송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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