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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9.29(?)~1616.4.22 ), 어떤 작가인가요?
스페인을 대표하는 문학가로 근대 소설의 시초를 다진 작가로 평가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를 시도했으며 서사시를 제외한 모든 장르의 글을 남겼어요. 대표작 돈키호테는 작품 전체 또는 일부가 현재까지 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영화 및 연극 등 다른 형태로도 수차례 재생산되어 문학계 및 예술계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생애를 살펴보니 여기저기서 온갖 일을 겪은, 순탄치 않았던 그의 인생이 돈키호테 못지않은 하나의 극적인 소설 같았어요. 그의 험난했던 삶의 과정 모두는 결국 작가로서 불멸의 이름을 남기게 될 운명의 방향 키였을까요?
마드리드에서 약 30여 키로 떨어진 알칼라 데 에나레스 (Alcala de Hnares) 에서 7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습니다. 몰락한 상류층이었던 작가의 아버지는,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이발사처럼 그 시대 간단한 외과적인 시술을 하기도 했던 의사 겸 이발사로 생계를 유지했고 작가는 경제적으로 그리 풍요롭지 못한 유년 시기를 보냈습니다. 온 가족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지냈으며 어린 시절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고 하네요. 어릴 때 예수회 계열의 학교에서 잠시 교육을 받았다고 추측되며 고등교육은 받지 않았는데 이는 그 시대 작가로서는 드문 경우였습니다. 당대의 유명한 문법 교수이자 마드리드 시립 학교의 학교장이던 후안 로페스 드 오요스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는 내가 애정 하는 제자’라고 한 기록에 따라, 같은 인물이라는 가정 하에 오요스가 있던 학교에 다녔거나 적어도 그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적이 있을 걸로 추정하며, 교육 과정 이수와 상관없이 작가는 어느 시기 왕성하게 책을 탐독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최초로 출판된 작품은 작가가 19살 경인 1566년 발표한 소네트였어요. 에스파냐 펠리페 2세 왕의 세 번째 부인, 돈 카를로스라는 오페라에 등장하기도 하는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 여왕 추모 작품집에 수록되었습니다. 시를 발표한 그 해에 작가는 스페인을 떠나 이태리로 가게 되는데, 그 시기 스페인에서 상해 사고에 연관되어 수배 중이었던 학생이 있었고 그가 세르반테스였을 수도 있으며, 그래서 이런 사정으로 그가 스페인을 떠났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하기도 합니다.
문학을 가까이하고 시를 발표하기도 했지만 청년 시절에는 군인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에는 로마의 한 추기경의 집에서 비서로 일했지만 1570년 나폴리에 주둔하고 있는 보병에 입대했고, 1571년 격렬했던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서 가슴과 팔에 총상을 입고 왼쪽 손은 아예 평생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세르반테스는 이에 대해 두고두고 영예롭게 생각했다고 하네요. 이후로도 여러 해 계속 복무했고, 이 시기 아마도 이탈리안 문학도 많이 접했을 걸로 추측합니다.
1575년, 왕에게 보여줄 자신에 대한 추천서를 가지고 퇴역을 하기 위해 에스파냐로 가는 배에 탑승합니다. 하필 이 배는 항해 중에 터키 해적에게 나포되었고 자신의 친형제인 로드리고와 함께 알제리에 노예로 팔려갔어요. 당시 지니고 있던 추천서 덕분에 꽤 중요한 신분인 걸로 간주되어 높은 몸값이 책정되었고, 덕분에 수년간의 노예생활 동안 네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음에도 고문이나 상해, 사형 등의 불운한 형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수년 후, 1580년 9월이 되어서야, 먼저 풀려난 형제 로드리고와 가족들은 삼위일체 수도회 수사의 도움으로 세르반테스의 몸값을 지불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다시 돌아온 스페인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사이 높아진 물가는 서민층이었던 자신과 가족들에게는 버겁기만 했고, 군인으로 복무했던 시절의 공훈은 그저 옛 영광일 뿐 기대했던 만큼의 보상, 즉 마땅한 공직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결혼까지 한 세르반테스는 가난에 떠밀려 생계를 위해 글을 쓰게 되고, 1585년 첫 소설 ‘라 갈라테아’를 발표합니다. 당시 새롭게 유행하던 목가소설 장르로 첫 소설 치고는 나쁘지 않은 보수를 받았지만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어요. 희곡에도 손을 댔는데 작가가 훗날 회고한 바에 따르면 이 시기 약 2년여간 20-30편의 희곡을 썼으며 작품 수준은 관객들에게 야유나 비난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즉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스페인은 즐길 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발맞춰 막 상설극장들이 생겨나는 시기였고 세르반테스는 극장 매니저를 설득해 자신의 시나리오들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지만 이 년여의 시간이 지난 1587년경 작가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으려던 그는 곡물 징수원으로 근무하게 되었고, 보람 없고 지루한 일이었으나 최소한 일정한 보수와 적당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가 맡은 이 업무 덕분에 안달루시아 전역을 다녀볼 수 있었으며 이는 훗날 그의 집필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징수원의 업무라는 것은 복잡한 회계 장부를 맞춰 내야 하는 일이었고 이런 일에 썩 능숙하지 않았던 작가는 여러 문제에 직면, 1590년에는 세르비아로 옮기게 됩니다. 이 시기 그가 여러 권의 책을 구매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여전히 문학계와는 연이 끊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인지, 1592년 한 극장 매니저와 6편의 희곡을 쓰기로 계약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하네요. 다만 이 작품들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아 능숙하지 못했던 징수원으로의 생활은 계속되었고 결국 직권 남용이라는 혐의로 며칠간 투옥되게 됩니다.
그 일이 있고 난 2년 뒤, 1594년에는 미납 세금 징수원의 일을 맡게 되었지만 이 일 역시 여전히 그에게는 수월치 않았으며 보수 또한 그전의 일 보다 더 낫지도 않아 1596년 그만두게 됩니다. 이후 1597년 그라나다에서 국가 공금 관리 업무를 맡았지만 공금을 맡긴 은행이 파산하는 바람에 두 번째로 수감되었고 이 시기에 돈키호테 구상을 시작한 걸로 추정됩니다. 이후 수년간의 그의 행적에 대해서는 기록이 그리 구체적으로 남아있지 않다고 하네요.
군인으로 온갖 모험을 겪은 젊은 시절, 작가로도 또 공무원으로도 썩 신통치 않았던 중년을 지나 노년을 앞둔 1605년, 그의 나이 58세에 발표한 ‘재치 넘치는 시골 양반 라만차의 돈키호테 (돈키호테 1)’는 유례없는 대 성공을 거두며 큰 유명세를 얻게 되었어요. 이후 중단편 모음집, 장편 시집, 단막극집을 계속 발표했고, 돈키호테 1이 출간된 지 10년 만인 1615년, 돈키호테 2를 출간합니다. 대중적으로는 큰 인기를 얻었고 유럽 전 지역에 이름이 알려졌으나 판권 문제로 정작 경제적으로는 이득을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돈키호테 2를 출간한 이듬해인 1616년 오래전부터 앓아오던 수종으로 69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합니다.
2. 어떤 책인가요?
라만차라는 시골에 사는 한 신사가 옛 기사들의 모험담에 너무 탐닉한 나머지 정신이 나가 스스로 편력 기사가 되기를 자처하며 ‘돈키호테’라고 자신을 명명하고 모험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예요. 같은 마을에 사는 소박하면서도 세속적인 이웃 ‘산초’가 그를 옆에서 수행하는 종자로 동행하는데,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인물이 빚어내는 엇박자와 환상에 빠진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러운 행동,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고스란히 험난한 경험을 함께 해야 하는 산초의 모험담 아닌 모험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작품 속에서 구시대적인 기사를 자처하며 우스꽝스러운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에서 이미 알 수 있듯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주가 되는 작품으로 문학사적으로 근대 소설의 효시로 평가합니다.
위트가 가득한 서사와 돈키호테와 산초의 입체적인 인물상, 액자형 구성으로 이루어진 다채로운 서술 방식, 기나긴 모험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 등 흥미롭고 새로운 요소로 가득 찬 이 작품은 험난한 생을 살아온 작가가 거의 환갑이 되어 발표한 작품으로 출간과 함께 즉각적으로 대 성공을 거두며 가짜 속편들이 등장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여전히 유효한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작품이에요.
돈키호테 1편 출간 후 십 년이 지난 뒤 2편을 완성해 발표했으며 결국 작가의 불멸의 대작이자 대표작으로 현재까지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연극, 영화, 그림 등 워낙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된 작품이다 보니 돈키호테와 산초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시각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픽션 인물일 것이라고도 하네요.
* 작가와 작품 설명은 책에 수록된 안내와 아래 링크들을 참고했습니다.
3. 분량과 난이도
분량이 일단 압도적으로 많아서 큰마음을 먹고 시작해야 하는 작품이었어요. 제가 읽은 건 총 두 권으로 된 문예출판사 판본으로 1권은 800여 페이지, 2권은 1000페이지 정도였습니다. 누군가가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서술하는 꽤 긴 길이의 문장들로 이어져 있어서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풍자와 위트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워낙 오래전 작품이다 보니 대화 속 등장하는 인물이나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때에 따라 적당히 극의 전개 상황만 파악하고 넘어가는 정도로 빨리 읽는 게 오히려 이 작품을 즐기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5. 이 책의 매력
누구나 돈키호테 하면 떠올리는 풍차와의 대결 장면, 그리고 저는 뮤지컬을 통해 기억하고 있는 말이 엄청 많은 산초의 모습 등을 생각했기에 이 작품은 막연히 기발한 사건사고가 그 중심일 것이라 짐작했었어요. 숨넘어가게 웃긴 에피소드들과 기발한 발상들 역시 당연히 이 책의 큰 매력이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제대로 원작을 읽으면서 제 예상과 달리 위트와 해학이 가득한 문장들 자체를 즐겨야 하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 작품이 왜 전 세계의 호응을 얻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장면 장면을 설명하는 유머 가득한 문장들과 각각의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각기 다른 입장과 시선, 마냥 대책 없어 보이는 그들의 의외로 현명하고 순수한 내면을 통해 오히려 사회와 사람들의 모습의 이면을 생각하게 하는 섬세하면서도 유쾌한 서술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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