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창업'말고 '창업 놀이' 중인가요?

안녕하세요, 코배투입니다.

혹시 인디해커를 표방하면서 이런 제품을 만들고 계신가요?
랜딩 페이지 빌더, 스레드 자동화 툴, AI 로고 생성기 등.

수많은 인디해커들이 이런 제품을 만듭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대부분 돈을 벌지 못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만 박수쳐주는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습니다.

마치 굶주린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 식당을 차리고는, 서로의 식당에만 밥을 팔아주는 꼴입니다. 인디해커 커뮤니티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서로가 서로의 고객이 되어주는 '창업 놀이'에 빠져 있었던 것이죠.

이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을 한번 살펴볼까요?

기술을 잘 알면서
아이디어가 넘쳐나지만
정작 다른 서비스에는 돈을 쓰지 않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며 까다로운 고객들에게 물건을 팔려고 애쓰고 있는 셈이죠.

우리가 갇힌 '인디해커 버블'

왜 우리는 이토록 비효율적인 시장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 걸까요?

첫째, 가장 만들기 편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자이자 기획자인 우리에게 가장 이해하기 쉬운 문제는 바로 우리가 매일 겪는 불편함입니다. 랜딩 페이지 만드는 게 귀찮고, SNS 콘텐츠 올리는 게 번거로우니 직접 자동화 툴을 만듭니다. 내 문제를 해결했으니, 나와 비슷한 다른 인디해커들도 분명히 좋아할 거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죠.

둘째, '빌딩 인 퍼블릭(Building in Public)'이 주는 달콤한 도파민 때문입니다.
요즘 인디해커들의 성공 공식은 실제 수익이 아닌, 소셜 미디어의 '관심'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이 주는 달콤한 착각이 생각보다 큽니다.

* '힙한' AI 서비스를 만든다 → '좋아요'와 리트윗에 중독됨

* 프로덕트 헌트에 1위로 론칭한다 → 소위 '자뻑'에 빠짐

이런 과정이 분명 필요하고 공부가 되기도 하지만, 정작 퀄리티 있는 수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돈을 버는 '사업가'가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을 좇는 '인플루언서'가 되어가고 있었던 겁니다.

진짜 돈이 숨어있는 '지루한 산업'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레딧 유저의 사례입니다. 자동차 대리점의 예약 관리 소프트웨어 하나로 조용히 월 4만 달러(약 5,500만 원)를 벌고 있던 거예요.

스레드에 개발 과정을 공유하지도 않았고, 유난 떨며 'Build-In-Pulic'을 외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진짜 세상'의 '진짜 문제'를 해결했을 뿐입니다.

진짜 돈은 동네 꽃집, 트런 운전기사처럼 여전히 종이 영수증과 팩스를 쓰는 '지루한' 산업에 숨어있습니다. 그들은 '테크 스택'이 뭔지, '클린 아키텍처'가 왜 중요한지 관심도 없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문제의 해결입니다.

"그래서, 이거 쓰면 직원이 스케줄 헷갈리는 일이 없어지나요?"

"이것만 쓰면 정말 하루에 1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걸 쓰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겁니까?"

이 '지루한' 시장의 고객들은 우리와 정반대입니다. 기술은 잘 모르지만,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명확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이렇게 명확한 시장을 두고, 우리는 왜 그동안 우리끼리만 아는 문제를 붙들고 있었을까요?

'창업 놀이'를 끝내고 진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법

Y Combinator의 첫 번째 가르침은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원한다'는 것은 '있으면 좋겠다' 정도가 아니에요. "돈을 내고서라도 제발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할 만큼 간절한 필요를 의미합니다.

화려한 테크 스택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실제하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진짜 문제를 찾기 위한 아래 단계를 통해 지루한 산업의 문제를 해결해보시길 바랍니다.

1단계: '지루한 산업' 탐색하기

* 내 가족이나 친구가 종사하는 산업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을까요?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식당, 헬스장, 미용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까요?

*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세요. 지역 상점, 소규모 공장, 농장 등 디지털화가 더딘 곳일수록 기회는 널려 있습니다.

* 하나만 정하세요. 너무 많은 선택지는 오히려 발목을 잡습니다. 딱 한 분야만 정해보세요. '동네 세탁소'나 '소규모 인테리어 업체'처럼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2단계: 고객의 목소리 듣기

* 팔러 가지 말고, 배우러 가세요. "제가 뭘 좀 만들어 드릴게요"가 아니라 "사장님, 혹시 요즘 제일 귀찮고 시간 많이 뺏기는 일이 뭐예요?"라고 질문을 던져보세요.

* 고통을 숫자로 바꾸는 질문을 던지세요. "수기 장부 작성이 힘들어요"라고 하면, "그 작업 때문에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더 쓰세요?", "혹시 직원이 실수해서 손해 본 적은 없으세요? 대략 얼마 정도 손해 보셨어요?"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그들의 고통을 '돈'과 '시간'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3단계: 돈이 되는 문제로 MVP 만들기

* 가장 아픈 상처 하나만 제대로 치료하는 MVP를 만드세요. 10가지 기능을 가진 어설픈 제품보다, 1가지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투박하지만 확실한' 제품이 훨씬 강력합니다.

* 결과를 파세요, 기능을 팔지 마세요. '다양한 기능의 예약 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노쇼 고객을 30% 줄여주는 솔루션'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고객은 기능이 아니라 결과를 삽니다.

* 가격을 가치에 연동하세요. 당신의 제품으로 고객이 월 200만 원을 아낄 수 있다면, 월 100만 원은 전혀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월 9,900원짜리 SaaS를 팔기 위해 수백 명의 고객을 모으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전략입니다.

이번 주, 여러분의 첫 번째 '진짜 고객'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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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는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검증해서 빠르게 수익화하기'예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맞는 프로덕트를 빠르게 만들어 빠르게 검증하고 수익화하는 것이죠. 이제 몇 개월, 몇 년을 걸려서 엄청난 프로덕트를 만들고 나서 검증을 했는데 실패하고 낙심하는 패턴은 운의 영역이 아니라 실력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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