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테크 영업

2화. 리드는 있는데, 왜 우리 제품에 맞는 고객은 적을까?

문의는 쌓이는데 "조금 다르네요"만 돌아온다면, 문제는 리드 수가 아니라 우리가 시장에 던진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2026.06.30 | 조회 2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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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만 담은 메시지는 리드를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틀린 리드를 많이 만듭니다


"전화를 해보니 우리 제품과 안 맞던데요."

행사에서 명함은 많이 받았습니다. 자료 다운로드도, 상담 신청도 늘었고요.

그런데 좋은 말만 담은 메시지는 리드를 못 만드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한 거랑 조금 다르네요."

그 말이 돌아오는 리드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습니다.


월요일 오전, 마케팅·영업·BD·기술·제품팀이 함께 들어온 회의였습니다.

최근 참가한 행사 결과가 화면에 올라옵니다.

마케팅팀이 말합니다.

"리드가 꽤 들어왔으니 후속 조치를 정해야 합니다."

영업팀이 이어받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문의 내용이 우리 제품과 안 맞던데요. 이러다 콜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갑니다."

기술팀도 한마디 합니다.

"문의받은 요청을 해주려면 제품을 거의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그거 SI 아닌가요?"

제품팀은 억울합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이 계속 다른데, 어느 쪽으로 개발해야 합니까?"

그러면 리더가 답답한 마음으로 묻습니다.

"그래서 제가 뭘 도와주면 됩니까?"

열린 질문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뭘 해야 하는지 다시 묻는 뫼비우스의 띠가 됩니다.

저도 이 질문을 여러 번 들었고,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회의가 해결책을 찾는 자리보다 부서별 억울함 발표회가 되는 순간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메뉴를 파는 식당은 없습니다

제품을 만든 사람은 고객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창업자가 직접 겪은 불편에서 제품을 만들었거나, 개발자와 PM이 오랫동안 그 업무를 연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프리세일즈나 솔루션 아키텍트가 고객의 시스템과 데이터 환경을 깊이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식이 자동으로 마케팅과 영업, BD의 언어가 되지는 않습니다.

각자 자기 역할에서는 전문가였습니다.

문제는 각자가 떠올리는 고객의 업무와 기술 환경, 그 안에서 우리 제품이 맡을 역할이 서로 달랐다는 점입니다.

그 차이를 메우려다 보면 모두가 수긍할 만한 익숙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AI 기반, 생산성 향상, 데이터 통합, 엔드투엔드 혁신, 토털 플랫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엔터프라이즈 AI 기반 업무혁신 플랫폼'은 뭐랄까, '맛있는 음식' 같은 느낌입니다.

맛있다니 듣기에는 참 좋은데,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에게도 대표 메뉴가 필요했습니다. 고객이 우리를 떠올릴 한두 가지 업무 장면 말입니다.

"그 회사는 바로 이 일을 잘 해결하는 곳."

이런 이미지가 먼저 생겨야 했습니다.

그런데 메뉴를 좁히면 시장까지 좁아 보였습니다.

저도 그러다 놓치는 고객이 더 많아질까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우리를 무엇으로 기억해야 하는지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빠짐없이 말하는 데 더 집중하곤 했습니다.

그 결과 다시 수많은 기능을 꺼냈고, '통합'과 '토털'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앞세웠습니다.

리드의 혼선도 거기서 다시 시작됐습니다.


빌려 쓴 지식은 오래 못 갑니다

마케팅·영업·BD가 모두 기술 전문가나 산업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개론 수준이어도 됩니다.

다만 그 개론을 마케팅도, BD도, 영업도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잘 아는 사람에게 그때그때 빌려 오는 게 아니라요.

우리 제품이 들어가는 고객의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그 안에서 이 업무가 왜 중요한지, 어떤 시스템과 데이터 위에서 움직이는지, 우리 제품이 그중 어느 구간을 바꾸는지는 최소한 같은 그림으로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매달 여러 법인의 데이터를 모아 보고서를 만든다고 해보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보고서 자동화'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료가 어느 시스템에 있는지, 형식이 왜 다른지, 누가 숫자를 검증하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어떤 항목은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 기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런 지식이 고객과 기술을 잘 아는 몇 사람의 머릿속에만 머무는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기술팀과 PM에게 메시지를 봐달라고 부탁하곤 했습니다.

반나절 함께 이야기하면 모두가 수긍할 만한 문장 하나는 나왔습니다. 이제 된 거 같은 기분도 들었지요.

그런데 제가 고객의 실제 업무와 기술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 문장만 받아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명이 다시 두루뭉술해졌습니다. 고객이 하는 말도 놓치는 게 많아집니다.

그 사람들이 고객을 만나면 잘 설명합니다. 그런데 행사 자료와 홈페이지, 영업 스크립트, 파트너 소개서는 다시 익숙한 좋은 단어로 돌아갔습니다.

조직이 함께 배운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의 설명을 잠시 빌려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메시지는 좋은 단어를 모아 만든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조직이 고객의 업무와 기술 환경을 함께 공부하고 고민한 흔적이었습니다.

메시지는 한 사람이 쓸 수 있지만,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져서는 안 됐습니다.

그러고 보면 "뭘 도와드릴까요?"라는 질문에 저도 적합한 자료나 리소스가 없다든지,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 구조의 한계 등을 답했던 것 같습니다.

정작 필요했던 건 고객의 업무를 아는 사람과 며칠이라도 같이 앉아볼 시간이었는데요.

그때는 그걸 말할 줄도 몰랐습니다. 뭘 모르는지를 몰랐으니까요.

고객은 'AI 플랫폼'이라는 단어에 돈을 내지 않습니다.

자기 업무의 답답함이 줄어들고, 지금보다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일을 끝낼 수 있을 때 돈을 냅니다.

여기까지는 꽤 오래된 비즈니스 교훈입니다.


좋은 말만 남기면, 고객도 좋은 건 아는데 어디에 쓸지 모릅니다

고객은 검색하고, 생성형 AI에 묻고, 기존 파트너와 동료에게 확인합니다. 며칠 걸리던 일이 한나절이면 끝납니다.

홈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소개서를 요청해 받은 뒤, 우리가 설계한 순서대로 문의하는 모범 구매자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고객도 바쁩니다.

그 과정에서 AI가 우리를 요약합니다.

우리가 시장에 남긴 몇 개의 문장으로요.

'혁신·자동화·플랫폼'만 반복했다면, 그 요약도 대체로 그 수준입니다.

좋은 말은 다 들어 있는데, 다 읽고 나면 그래서 뭘 해주는 회사인지는 다시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잘못된 기대감을 주기도 합니다.

고객의 머릿속에 먼저 들어간 그 이미지는 나중에 만나 바로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기대와 실제 제품 사이의 차이를 다시 설명하느라 시간을 쓰고, 정작 우리에게 맞는 고객에게 집중할 기회도 놓칠 수 있습니다.

Gartner가 2025년 발표한 632명 대상 조사에서는 B2B 구매자의 73%가 관련성 낮은 아웃리치를 보내는 공급업체를 적극적으로 피한다고 답했습니다.

AI로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빨리 연락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업무와 무관한 메시지를 더 빠르게 보내면 시장을 더 빨리 학습하는 게 아니라, 신뢰를 더 빨리 소진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업무와 연결되지 않은 메시지에 마케팅 비용을 더 쓴다고 그 메시지가 선명해지지는 않습니다.

헷갈리는 말이 더 멀리 퍼질 뿐입니다.


결론

리드를 늘리고 싶은데 그나마 들어온 리드도 우리 제품에 맞지 않는다면, 영업의 후속 조치 속도만 볼 일은 아닙니다.

행사 횟수와 콘텐츠 양을 늘리기 전에, 우리가 시장에 누구를 불렀고 어떤 업무를 해결한다고 말했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좋은 GTM 메시지는 제품의 장점을 요약한 문장이 아니라, 고객이 어떤 업무에서 우리를 떠올려야 하며 왜 그 해결에 돈을 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물론 메시지를 맞춘다고 고객이 바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예산이 없을 수도, 보안 조건이 맞지 않을 수도, 고객 조직 안의 합의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너무 좁게 맞춘 메시지는 시장 확장을 막을 수도 있고요.

핵심은 영원히 좁게 머무는 게 아니라 순서입니다.

대표 메뉴 하나로 고객과 제품의 연결을 증명한 뒤, 반복해서 나타나는 인접 문제로 넓히는 겁니다.

AI는 우리가 남긴 문장으로 우리를 요약해 고객에게 보여줍니다.

다만 어떤 고객의 어떤 일을 우리가 맡을지는, 아직 우리가 함께 공부하고 정해서 써야 합니다.


이번 글의 적용 액션

어려운 용어들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결국 살 사람에게 우리가 무슨 도움이 되는지, 두루뭉술하지 않게 한두 개만 먼저 정해보자는 얘기입니다.

자료 하나를 고르세요. 실제 사용자 인터뷰, 잃은 딜의 회의록, 잘못 들어온 리드 중 아무거나요.

마케팅·영업·BD·제품·기술에서 한 명씩, 같은 자료를 봅니다. 고객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맥락을 5분만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각자 따로 세 문장을 적습니다. 같이 적으면 안 됩니다.

"고객사 ______팀은 ______을 할 때 ______에서 막힌다."

"우리 제품은 그 업무와 기술 환경에서 ______을 바꾼다."

"이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가장 분명한 이유는 ______이다."

답이 다르다면 문구부터 합의하지 마세요.

왜 서로 다른 고객과 제품을 떠올리고 있었는지부터 봅니다.

제품 이름과 'AI'라는 단어를 빼도 의미가 통하고, 다섯 명이 비슷한 고객의 하루를 떠올린다면 좋은 출발입니다.


다음 글 예고

맞는 고객에게 맞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일이 바로 풀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품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진 담당자 한 명의 확신이 왜 고객 회사의 구매 결정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Gartner, "73% of B2B Buyers Actively Avoid Suppliers Who Send Irrelevant Outreach", 2025년 6월 25일 발표. 조사는 2024년 8~9월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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