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2026 아트바젤, 스위스가 말한 것

삼남매닥터의 컬렉터 노트 Vol.1

2026.07.11 | 조회 46 |

들어가며

 

매주 모든 걸 나열하는 대신,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듭니다. 이번 주는 지난 6월 열린 아트바젤 바젤(스위스)입니다. 세계 미술시장이 1년에 한 번 자신의 좌표를 확인하는 자리인 만큼, 이 페어가 무엇을 보여줬는지 아는 것은 하반기 서울(프리즈·키아프, 9월)을 준비하는 데도 중요한 참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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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네 가지 시선으로 이 페어를 읽습니다. 미술시장분석가는 페어의 구조와 숫자를, 미술사학 전공자는 큐레이션이 담은 맥락을, 트렌드를 읽는 아트딜러는 실제 거래 현장의 온도를, 한국의 컬렉터는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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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크로] 숫자가 말하는 것: '선별' 시대의 페어 설계

 

2026년 아트바젤 바젤은 43개국 290개 갤러리가 참가하며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흥미로운 지점은 규모가 아니라 페어가 설계된 방식입니다.

 

신규 참가 21곳은 대부분 무명이 아니라 이미 각자 시장에서 자리 잡은 중견 갤러리입니다. 페어가 몸집을 키우면서도 아무나 들이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베이젤 익스클루시브' 제도는 갤러리가 온라인에 미리 공개하지 않은 작품을 VIP 오프닝에서 처음 공개하도록 유도합니다. 온라인 셀링이 보편화된 시대에, 현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소성을 다시 만드는 장치입니다. 최근 5년 내 제작작·미술관급 설치를 다루는 프리미어 섹션도 10개에서 17개로 확대됐습니다. 컨템포러리 시장이 조정 국면인 지금, 이 확대는 낙관이라기보다 페어가 스스로 '다음 세대의 검증 무대'를 자처하며 리스크를 분산하는 구조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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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결론: 이번 바젤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누구를 어떤 장치로 검증할 것인가를 재설계한 해였습니다.

 


🏛️ [미술사학] 큐레이션이 말하는 것: '함께 살아가기'라는 질문

 

대형 설치·퍼포먼스를 다루는 언리미티드 섹션이 올해 처음으로 뉴욕 MoMA PS1의 수석 큐레이터 루바 카트리브의 편집을 받았습니다. 상업 갤러리 연합체가 자체 인력이 아니라 미술관급 외부 큐레이터에게 편집권을 맡겼다는 것 자체가, 페어가 스스로를 '장터'에서 '동시대 미술관'으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스위스 인스티튜트 디렉터 스테파니 헤슬러가 3년째 이끄는 도심 설치 프로그램 파르쿠르의 2026년 주제는 '콘비비앨리티(공존·환대)'였습니다. 22개 프로젝트가 교회, 광장, 골목 등 도시 곳곳에 놓였습니다. 팬데믹 이후 미술계가 계속 던져온 질문 —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어떻게 예술을 경험하는가 — 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20세기 미술을 다루는 피처 섹션에서는 도쿄의 코타로 누카가가 일본 추상과 페미니즘 전위의 계보에서 아쿠타가와 사오리를 재조명했고, 토리노의 조르조 페르사노는 아르테 포베라를 다시 짚었습니다. 지역·여성 작가를 재서술하는 이 작업은, 아래 딜러 시선에서 확인되는 '여성 작가 재평가' 거래 흐름과 정확히 같은 방향입니다. 시장과 학술 담론이 이례적으로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 [딜러의 시선] 매출로 확인하는 트렌드

 

전년 대비 확실히 강했습니다. 하우저앤워스는 첫날 오후 4시까지 35점을 판매했고, 그중 피카소의 1963년작 《Le peintre et son modèle dans un paysage》가 호가 3,500만 달러에 낙찰되며 이번 페어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최고가였던 호크니 작품(1,300만~1,700만 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리히터의 2015년작도 2,000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첫날 오후까지 프리뷰 포함 57건을 판매했는데, 이는 작년 실적을 능가하는 숫자입니다. 즈워너는 "올해는 특정 고가 작품 몇 점이 아니라 약 40명의 작가에 걸쳐 폭넓게 팔렸다는 게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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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딜러들은 한목소리로 이것이 팬데믹 이후의 투기적 광풍으로의 회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초고가 작품은 성사에 시간이 걸렸고, 컬렉터들은 오후가 되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즈워너는 "젊은 작가 작품의 리세일이 느려진 건 오히려 반가운 신호"라며 "투기적 에너지가 빠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는 앞선 호에서 정리한 '엄선 신진 로직'과 같은 방향입니다 — 신진에 대한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투기가 아니라 궤적이 있는 이름에만 수요가 남았다는 뜻입니다.

 

가장 뚜렷한 매출 트렌드

'여성 작가 재평가'

타데우스 로팍이 헬렌 프랑켄탈러(1982년작)를 약 300만 달러에, 화이트 큐브가 린 드렉슬러(1960년작)를 250만 달러에, 야레스 아트가 프랑켄탈러 작품을 200만 달러에, 페이스가 린다 벤글리스의 《Power Tower》 두 점을 각 140만 달러에 판매했습니다.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라 아트바젤·UBS 2026 보고서가 짚은 '10년에 걸친 여성 작가 가격 교정'이 실제 거래로 확인된 것입니다. 벤글리스는 내년 3월 쿤스트무제움 바젤 회고전을 앞두고 있어, 이번 판매가 그 재평가의 신호탄으로 읽힙니다.

 


🎯 파생 작가 심층탐구

 

[미술사적인 작가]   린다 벤글리스 (Lynda Benglis)

1941년 미국 루이지애나 출생. 1970년대 라텍스·폴리우레탄 폼을 부어 만든 조각으로 미니멀리즘의 남성 중심 서사에 균열을 낸 작가입니다. 이번 페어에서 페이스가 판매한 《Power Tower》(2019)는 그의 후기 대표작 계열로, 유기적이면서도 기념비적인 형태 언어를 보여줍니다. 내년 3월 쿤스트무제움 바젤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예정돼 있어, 이번 판매는 시장이 그 회고전에 앞서 그를 다시 자리매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프랑켄탈러·미첼·드렉슬러와 함께 '뒤늦게 정당한 평가를 받는 여성 작가' 계보의 핵심에 있습니다.

 

[대중선호가 큰 작가] 알바로 배링턴 (Alvaro Barrington)

1983년 베네수엘라 출생, 런던 기반. 이번 페어에서는 에말린 부스가 그의 삼베 소재 카니발 회화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노팅힐 카니발의 에너지를 캔버스에 담아내는 그의 작업은 테이트브리튼 전시, 베니스 비엔날레 현장(작품이 실제 트럭에 실려 자르디니를 도는 퍼포먼스)으로 이어지며 대중적 화제성과 비평적 지지를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색채가 강렬하고 축제적 이미지가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작업이라 컨템포러리 신규 컬렉터에게도 접근성이 높고, 동시에 이주·정체성·공동체라는 진지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어 '보기 좋은 그림'에 머물지 않습니다.

 


🇰🇷 [한국의 컬렉터] 이게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이우환은 여전히 국제 수요의 중심입니다. 국제갤러리가 이번 페어에서 이우환의 《Response》(2024)를 100만~120만 달러에 판매했습니다. 한국 컬렉터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이 지금도 국제 시장에서 즉각 거래된다는 사실은, 단색화 계열이 여전히 '검증된 카테고리'로 대접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여성 작가 재평가 흐름은 한국에도 이미 와 있습니다. 벤글리스·프랑켄탈러의 재평가와 같은 흐름 위에서, 국내에서도 올 상반기 호암미술관이 김윤신 첫 대규모 회고전(3.17~6.28, 이미 종료)을 열었고,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방혜자 회고전(4.24~9.27, 진행 중)과 리움미술관의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5.5~11.29, 진행 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 시장의 담론 사이클이 한 시즌 안에 서울까지 이어지는 걸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목할 작가: 김윤신(회고전은 끝났지만 그 계기로 1차 시장 재평가가 이제 막 시작되는 국면), 방혜자(회고전 종료 전인 지금이 그의 작업을 실물로 볼 마지막 기회), 이성자(갤러리현대에서 연말 개인전 예정 — 벌써 캘린더에 표시해둘 만합니다).

 

신진·젊은 컨템포러리는 '이름값'보다 '궤적'을 보고 접근하세요. 즈워너의 발언대로 투기적 리세일 수요는 빠졌지만, 정말 궤적이 탄탄한 이름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립니다. 국내에서도 완판이나 화제성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지난 호에서 정리한 '엄선 신진 로직'(평단 검증 + 기관 검증이 최소 조건)을 그대로 적용해볼 만합니다.

 


☕ 컬렉터의 시선

 

이번 바젤을 종합해보면, 겉으로는 "작년보다 확실히 잘 팔렸다"는 낙관적인 뉴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시장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히려 신중합니다. 초고가 트로피 작품 몇 점이 시장을 견인하던 방식에서, 폭넓은 작가군에 걸쳐 고르게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저평가됐던 여성 작가들이 회고전을 앞두고 재조명되는 방식으로 — 시장이 '누구를 믿을 것인가'를 다시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 스스로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는 이겁니다: 화제성이 아니라 서사를 사는 것.

 

벤글리스도, 이우환도, 김윤신도 하루아침에 재평가받은 게 아니라 수십 년의 작업과 뒤늦게 따라붙은 회고전·전문지 논의가 겹쳐지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겁니다. 컬렉팅은 이번 주 화제작을 쫓는 일이 아니라, 그 서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미리 읽는 일이라는 걸 이번 바젤이 다시 확인시켜줬습니다.

 


다음 주에도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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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일정

SBI 아트옥션 82회(도쿄, 7.10–11) · 프리즈·키아프 서울(9.2–9.5) · 아모리쇼(뉴욕, 9.24–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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