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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런던, 6–7월 경매가 말한 것

삼남매닥터의 컬렉터노트 — Vol.02

2026.07.20 | 조회 45 |

들어가며

이번 호는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서머 시즌 경매를 다룹니다. 6월 24일 소더비의 '루이스 컬렉션'이 £296.3M(약 5,200억원)에 낙찰되며 영국 경매 사상 최고 단일 소장가 기록을 세웠고, 같은 주 크리스티의 올드마스터 이브닝 세일도 예상 상단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총액만 보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같은 밤, 같은 방에서 어떤 작품은 30분간 경합 끝에 추정가 2배를 넘겼고, 어떤 작품은 단 한 번의 응찰로 끝났습니다. 이번 호는 그 '온도차'를 네 가지 시선으로 읽습니다.

NUMBER OF THE WEEK — £296.3M 소더비 런던에서 낙찰된 '루이스 컬렉션' 총액. 기존 영국 경매 기록의 3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응찰 속도는 '신중함'이었다는 게, 이번 호가 짚는 진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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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매크로 — £393M의 하룻밤, 그러나 '조심스러운' 축제

6월 24일 하루, 소더비 런던은 두 개의 이브닝 세일을 연달아 열었습니다. 조 루이스 컬렉션(£296.3M)과 일반 '모던&컨템포러리 이브닝 세일'(£97.1M)을 합치면 하룻밤에 £393M(약 6,900억원)이 거래된 셈입니다.

주목할 건 루이스 컬렉션이 보증(개런티) 없이 진행됐다는 점입니다. 유족의 요청으로 25개 전 작품에 안전장치를 걸지 않았습니다. 예정된 1시간짜리 경매가 2시간 가까이 늘어질 만큼 응찰은 신중했고, 결과는 극과 극으로 갈렸습니다 — 톱 로트 모딜리아니는 단 한 번의 응찰로 끝났지만, 피카소 한 점은 2020년 매입가에서 거의 남는 게 없이 팔렸습니다.

한 줄 결론: 숫자는 축제였지만, 응찰 속도는 '신중함'이었습니다. 개런티 없는 밤은 시장의 진짜 온도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02 미술사학 — £80만짜리 해골 그림이 말해주는 것

6월 30일 크리스티 올드마스터 이브닝 세일(£38.9M, 예상 상단 초과, 96% 낙찰)의 주인공은 토마스 로렌스의 '웰링턴 공작' 초상과 얀 반 하위쉼의 정물화 두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술사적으로 더 흥미로운 건 이 유명 로트들이 아니라 무명의 '보너스 로트'였습니다.

작가 미상의 17세기 네덜란드 바니타스 정물(해골 두 점) 한 점이 추정가 £8만~12만에 나왔다가 £43만 1,800에 낙찰됐습니다. 하한의 5배가 넘는 가격입니다. 이런 '무명 재발견'은 올드마스터 카테고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 유명 작가의 확실한 로트보다, 익명이지만 도상학적으로 완결된 작품에 컬렉터들이 베팅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밤 모딜리아니 《Nu assis au collie》(1917)의 서사도 짚을 만합니다. 루이스가 1995년 124만 달러에 사들인 이 작품이 30년 만에 £48.2M에 팔렸습니다. 파리에서 전시가 중단될 만큼 논쟁적이었던 작품이 한 세대를 거쳐 미술사의 정전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이 가격이 그대로 증언합니다. 클림트·실레 역시 지난해 11월 클림트 초상화가 사상 두 번째로 비싼 작품(2억 3,640만 달러)에 팔린 이후, 빈 분리파 전반에 대한 재평가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흐름 위에 있습니다.


03 딜러의 시선 — 같은 밤, 극과 극으로 갈린 두 그림

모딜리아니는 '완승', 피카소는 '겨우 본전'. 같은 루이스 컬렉션 안에서도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모딜리아니 《Nu assis au collie》는 £45M 이상 호가에서 단 한 번의 응찰로 £48.2M에 낙찰(수수료 포함)됐습니다. 반면 피카소 《Baigneuses, sirènes, femme nue et minotaure》(1937)는 2020년 크리스티에서 £640만(수수료 포함)에 매입한 작품인데, 이번엔 £570만에 낙찰(£700만 수수료 포함) — 6년을 보유하고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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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자문사 보몬트 네이선의 클레어 케일러는 "아시아 응찰이 돌아왔다"고 짚었습니다. 5월 뉴욕에서도 확인된 흐름이 런던에서도 재확인된 셈입니다. 클림트 《Bildnis Gertrud Loew》(1902)는 아시아 담당 회장 웬디 린을 통한 응찰로 £36.2M(추정가 £20~30M)에 낙찰되며 이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가장 뚜렷한 매출 트렌드는 '여성 작가 재평가'였습니다. 타데우스 로팍이 헬렌 프랑켄탈러(1982년작)를 약 300만 달러에, 화이트 큐브가 린 드렉슬러(1960년작)를 250만 달러에, 페이스가 린다 벤글리스의 《Power Tower》 두 점을 각 140만 달러에 판매했습니다. 이 흐름은 아트바젤·UBS 2026 보고서가 짚은 '10년에 걸친 여성 작가 가격 교정'이 실제 거래로 확인된 것입니다.

가장 뚜렷한 트렌드 — '보유 기간이 곧 수익률' 30년을 들고 있던 모딜리아니는 4배 가까이 뛰었지만, 6년 전에 산 피카소는 겨우 본전이었습니다. 짧은 보유로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앞선 호에서 짚은 '검증된 서사를 사는 것'과 정확히 같은 결론입니다 — 시간이 곧 검증이라는 것.


파생 작가 심층탐구

[미술사적인 작가] 린다 벤글리스 Lynda Benglis 1941년 미국 루이지애나 출생. 1970년대 라텍스·폴리우레탄 폼을 부어 만든 조각으로 미니멀리즘의 남성 중심 서사에 균열을 낸 작가입니다. 이번 페어에서 페이스가 판매한 《Power Tower》(2019)는 그의 후기 대표작 계열입니다. 내년 3월 쿤스트무제움 바젤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예정돼 있어, 이번 판매는 시장이 그 회고전에 앞서 그를 다시 자리매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중선호가 큰 작가] 토마스 로렌스 Sir Thomas Lawrence 크리스티 올드마스터 세일을 이끈 건 '웰링턴 공작' 초상이었습니다.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압도적이고, 로렌스 특유의 화려한 붓질과 인물의 위엄이 결합돼 경매장 밖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미술사적 완성도와 대중적 스토리텔링이 함께 작동한, 올드마스터 카테고리의 드문 '스타 로트'입니다.


04 한국의 컬렉터 — 이게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아시아 자금이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루이스 컬렉션 25개 로트 중 절반에 아시아 컬렉터가 응찰했고, 총액의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5월 뉴욕에 이어 런던에서도 확인된 흐름이라, 하반기 홍콩·서울 시즌에도 이 자금이 이어질 가능성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② '무개런티' 경매가 오히려 신뢰를 만듭니다. 루이스 유족이 안전장치 없이 시장에 내놓은 결정이, 역설적으로 "이 컬렉션은 자신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국내 경매에서도 개런티 유무를 확인하는 습관이, 그 작품·그 컬렉션에 대한 자신감을 가늠하는 실질적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다음 국내 메이저 경매 도록에서 개런티(◆·○ 표기) 비율을 먼저 확인해보세요. 비율이 낮을수록 그 세일에 대한 하우스의 확신이 크다는 뜻입니다.

올드마스터 카테고리, 국내에서도 재조명될 만합니다. £8만 추정가 무명 정물화가 5배로 뛴 사례처럼, 해외에서는 '무명이지만 완결된' 올드마스터가 꾸준히 저평가 구간에서 발굴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 카테고리 자체가 생소하지만, 그만큼 아직 손타지 않은 영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성 작가 재평가 흐름은 한국에도 이미 와 있습니다. 올 상반기 호암미술관이 김윤신 첫 대규모 회고전(3.17~6.28, 종료)을 열었고,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방혜자 회고전(4.24~9.27, 진행 중)과 리움미술관의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5.5~11.29, 진행 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목할 작가: 김윤신(회고전은 끝났지만 1차 시장 재평가는 이제 시작), 방혜자(전시 종료 전 실물을 볼 마지막 기회), 이성자(갤러리현대 연말 개인전 예정).

신진·젊은 컨템포러리는 '이름값'보다 '궤적'을 보고 접근하세요. 즈워너의 발언대로 투기적 리세일 수요는 빠졌지만, 궤적이 탄탄한 이름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립니다. 완판이나 화제성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평단 검증과 기관 검증이 확인되는 이름인지를 먼저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컬렉터의 시선 (클로징)

이번 런던을 종합해보면, 겉으로는 "작년보다 확실히 잘 팔렸다"는 낙관적인 뉴스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시장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히려 신중합니다. 초고가 트로피 작품 몇 점이 시장을 견인하던 방식에서, 폭넓은 작가군에 걸쳐 고르게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저평가됐던 여성 작가들이 회고전을 앞두고 재조명되는 방식으로 — 시장이 '누구를 믿을 것인가'를 다시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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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도, 클림트도, 그리고 지난 호의 벤글리스도 — 결국 시간이 만든 서사가 가격으로 돌아왔습니다. 짧게 들고 되파는 전략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장에서, 컬렉팅의 가장 확실한 전략은 여전히 '오래, 제대로 보는 것'인 듯합니다.


다가오는 일정: 서도호 개인전 개막(MMCA 서울, 8.27) · 프리즈·키아프 서울(9.2–9.5)

다음 주에도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보겠습니다 — Collector Notes, Vol.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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