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2 나를 이해하고 인간종을 이해하는 일

사회성 없는 인간 하나는 왜 MBTI와 애니어그램을 팠을까

2025.06.17 | 조회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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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P입만동동

엔팁이 생각하는 생각과 말, 그리고 라이브 뒷이야기

인간은 싫지만 인간종은 흥미로워. 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세요? 지난 주 수요일(6/11)에 진행했던 라이브의 주제는 MBTI외의 인간유형 테스트 종류들이었습니다. 이미 MBTI 얘기는 많이 했다고 느껴져서요. 덜 알려진 애니어그램, Big5 이론, DISC 이론을 소개해드렸죠. 그 중에서 ENTP와 유사한 유형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인간유형 테스트의 광이었는데요. 왜 그랬을까요?

 

저는 사람을 볼 때 단행본 한 권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저는 온라인으로도 책을 사지만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경하고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책 표지가 마치 사람 외모같이 느껴지거든요. 뭔가 '삘'이 오는 책을 보면 집어 들어 읽어보고 좋으면 계속 보고 아니면 내려놓죠. 대학교 다닐 때는 체력이 좋아서 한 번 서점에 가면 6시간은 서서 읽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체력이 딸려서 1시간 남짓 읽고나서 살 책만 사서 옵니다.

 

대형서점에 가면 책 종류마다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잖아요? 문학과 비문학, 종교, 사회과학 등등 다양합니다. 제게는 그것들이 마치 인간유형처럼 느껴집니다. 책을 찾을 때 먼저 카테고리를 찾고 그 안에서 내가 볼 책을 찾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유형 테스트는 그렇게 저를 파악하고 다른 사람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쓰였습니다. 저와 가족, 친구들, 동료들. 이렇게 점차 주변 사람들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MBTI는 저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다는 것을 알려준 가장 고마운 인간유형 테스트입니다. 엄청나게 용기를 얻었거든요. 저는 20대에는 ENFP였고 30대 이후에는 ENTP가 되었어요. 두 유형의 공통점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직관'유형이라는 것이죠. 보이지 않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해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잘 처하기도 합니다. 20%이상이 ISTJ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살기 힘든 대표적 유형들이죠. MBTI를 알게 되니까 참 위안이 되더라고요. 

 

애니어그램은 어떤 방식으로 나를 발전시킬지에 대한 힌트를 얻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7번 유형인데요. 동물로는 원숭이에 해당됩니다. 재미난 것들을 찾기 위해 끊임 없이 이동하는 쾌락주의자들이죠. 고통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애니어그램은 머리, 가슴, 배 이 3가지 유형애서 다시 9가지 유형으로 분파가 됩니다. 그리고 발전과 후퇴 방향이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7번 유형의 발전 방향은 5번입니다. 5번은 냉철하고 지성적인 특징이 있는데요. 같은 머리형이지만 두 유형의 가장 다른 점은 7번은 에너지가 바깥으로 발산되고 5번은 에너지가 안으로 수렴한다는 거예요. 저는 애니어그램을 알고나서 5번의 발전방향으로 가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20대에는 맨날 놀러 나가고(공연장엘 가든 서점엘 가든 늘 밖에 나감) 흥미도 매일 달랐는데요. 30대부터는 흥미보다는 내가 해야할 것을 흥미롭게 탐구해 나가는 것을 주로 했어요. 친구들과는 말을 잘하지만 회사에서 회의 시간에 말을 잘 못해서 말하기를 연구했고요. 회사에 계속 다녀야해서 중간관리자가 가져야 하는 리더십을 연구했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OEM방식의 글쓰기에서 탈피해서 저만의 색이 담긴 글쓰기를 위해 1시간 씩 일찍 출근해 회사 근처의 카페에서 글쓰기를 연습했고요. 그런식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저의 관심사들을 가지치기 하고 집중하고 반복했습니다. 

 

이 전에는 그냥 흥미요소로 책을 읽었다면(20대까지는 거의 소설만 읽었습니다)제안의 결핍을 메꾸기 위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느 순간 제가 변해있었습니다. 무지개는 색의 경계가 잘 보이지 았잖아요? 언젠가부터 발산하는 에너지보다 응축하고 뭉치고 연구하는 에너지가 더 많아져 있었어요. 스스로 만든 것을 부시고 다시 만들고 그런 과정을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밝은 노랑색에서 점차 차분한 파랑색이 되어 있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때는 형태를 잡는데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물체 자체를 그리는 것과 물체 밖 여백의 모양을 그리는 것. 후자가 훨씬 더 정확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견한 것들이 제게 울림을 주었지만, 저는 다른 사람과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랐습니다. 

 

저는 사람이 너무나 낯설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혼자서 맨날 그림 그리거나 책을 읽었으니까요(당시만해도 외동은 매우 드물었음). 사람이 손으로 개구리를 만지면 손이 온도가 높아서 개구리가 화상을 입는다고 하잖아요. 저와 다른 사람이 온도가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MBTI 테스트는 그렇게 저에게 고무장갑을 끼고 개구리를 만지듯 다른 사람을 파악하는데 좋은 도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애니어그램은 저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고요. DISC는 제안의 성격 두 개가 왜 그렇게 충돌하는지, BIG5는 제가 왜 그렇게 예민한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어제부터 저는 새로운 영상 시리즈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ENTP멘탈튼튼' 시리즈인데요. 1화의 주제는 무려 왕따입니다. ENTP는 인기도 많고 욕도 많이 먹는 MBTI의 대표적 인간유형입니다. 살면서 참 많은 오해를 받았었는데요. 2화부터는 제가 그 오해 속에서 세상을 어떻게 통과해왔는지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지켜봐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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