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O FACE #007

두 얼굴의 질문 : 웃음과 야성에 대하여

2026.08.10 | 조회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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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

소나무 위의 까치 한 마리가 호랑이를 내려다보며 울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그 아래서 눈만 껌뻑입니다. 도망치지도, 화내지도 못한 채로요. 몇백 년 전 조선의 무명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짐승을 이렇게 웃음거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프랑스의 한 세관원은 정글을 한 번도 본 적 없이 붓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짐승을 그려냈습니다.

같은 동물,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얼굴. 오늘의 단어는 droll과 feral입니다.

작자미상, 〈까치호랑이〉, 조선 후기                        앙리 루소, 〈열대 폭풍 속의 호랑이〉, 1891
작자미상, 〈까치호랑이〉, 조선 후기                        앙리 루소, 〈열대 폭풍 속의 호랑이〉, 1891

왼쪽은 조선 후기 민화에 즐겨 그려진 까치 호랑이이고, 오른쪽은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1844~1910)가 그린 정글의 호랑이입니다. 같은 맹수를 그렸지만 한쪽은 우리를 웃게 하고, 다른 한쪽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droll 

익살스러운, 짐짓 우스운

 

feral 

야성적인, 길들지 않은

 

첫 번째 얼굴 — 까치호랑이의  'droll'

까치호랑이, 정확히는 '작호도(鵲虎圖)'라 불리는 이 그림에는 흥미로운 반전이 있습니다. 17세기 명나라풍 호랑이 그림에서 까치는 그저 배경의 일부였고, 호랑이는 위엄 있는 맹수 그 자체로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소재가 궁중화에서 민화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뒤집힙니다. 호랑이는 우스꽝스러운 '바보호랑이'가 되고, 까치는 오히려 당당하게 소나무 위에서 호랑이를 내려다봅니다.

정월 초하루, 이 그림은 액운을 쫓는 세화(歲畵)로 대문에 붙여졌습니다. 동시에 사회 풍자로도 읽힙니다.후대 연구자들은 호랑이를 권력을 가진 양반이나 탐관오리로, 까치를 힘없는 백성으로 해석합니다. 힘있는 자를 우스꽝스럽게 그려 웃음으로 뒤집는 것, 이것이 민중이 할 수 있었던 통쾌한 저항이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원에 있습니다. droll은 프랑스어 drôle에서 왔고, 그 뿌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네덜란드어 drol, 즉 '고블린' 또는 '땅딸막한 도깨비 같은 녀석'을 가리키는 말과 만납니다. 이 drol은 우리가 아는 그 '트롤(troll)'과 공통된 게르만계 어원을 공유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까치호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호랑이가 아니라, 민중의 상상 속에서 두려움이 뒤집혀 태어난 도깨비 같은 존재입니다.

 

두 번째 얼굴 — 정글 호랑이의 'feral'

루소의 호랑이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태어났습니다. 1891년,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며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독학 화가 루소는 이 그림을 무심사 전시였던 살롱 데 앙데팡당에 원제 'Surpris!(놀랐다!)'로 출품했습니다. 그는 한때 자신이 멕시코 파병 중 정글을 경험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는 평생 프랑스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이 정글은 파리 식물원의 온실 식물과 박제 동물, 그리고 책 속 삽화에서 상상으로 조합해낸 풍경입니다. 그림 속 호랑이가 사냥감을 노리며 도약하려는 것인지, 번개에 놀라 몸을 웅크린 것인지는 지금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냥감은 캔버스 바깥에 있어 그 결말은 보는 사람의 상상에 맡겨집니다. 당시 평론가 대부분은 이 그림을 유치하다고 조롱했지만, 젊은 화가 펠릭스 발로통은 "회화의 알파와 오메가"라 불렀습니다.

 

feral의 어원은 라틴어 ferus, '야생의'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사나운'을 뜻하는 fierce, ferocious와 같은 인도 유럽어의 뿌리 *ghwer-(야생 짐승)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루소는 진짜 야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가 그린 feral함은 실제 야성이 아니라, 야성을 상상해본 적 없는 사람이 상상으로 빚어낸 사나움입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당신의 통찰이 움트는 순간

결국 두 호랑이 모두 '진짜 호랑이'가 아닙니다. 하나는 상상으로 두려움을 길들였고, 다른 하나는 상상으로 두려움을 처음부터 만들어냈습니다. droll은 두려운 것을 웃음으로 바꾸는 힘이고, feral은 본 적 없는 것 앞에서도 여전히 생생한 두려움을 불러내는 힘입니다.

 

SCENE #1

친구와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며

A: "My uncle's cat and dog have this daily standoff — the dog barks like he owns the place, and the cat just blinks at him and walks away."

A: 우리 삼촌네 고양이랑 개는 매일 이렇게 대치해요 — 개는 마치 자기가 집주인인 것처럼 짖는데, 고양이는 그냥 눈만 깜빡이다가 가버려요.

 

B: "That's such a droll little scene — like a tiny comedy playing out in your living room every day."

B: 정말 익살스러운 장면이네요 — 매일 거실에서 작은 코미디가 열리는 것 같아요.

 

SCENE #2 

캠핑을 다녀온 뒤 나누는 대화

A: "We heard something moving through the bushes around 2 a.m. It didn't sound like a stray dog — it sounded feral."

A: 새벽 2시쯤 수풀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떠돌이 개 같은 소리가 아니라, 뭔가 야성적인 소리였어요.

 

B: "That part of the forest has always felt untouched — nothing tame lives out there."

B: 그 숲 그쪽은 원래 사람 손이 안 닿은 느낌이었어요 — 길든 건 아무것도 안 살거든요.

 

두 얼굴의 질문

상상의 호랑이가 함께 묻습니다.

당신 안에는, 아직 두려운 것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까?

Can you still laugh at what should frighten you?

 

웃게 만드는 힘과 두렵게 만드는 힘, 지금 당신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귀로 듣는 두 얼굴

오늘의 두 얼굴과 함께 생상스〈동물의 사육제〉'사자왕의 행진곡'을 추천합니다. 장엄한 팡파르로 시작해 '동물의 왕'을 선언하지만, 정작 곡 전체는 어딘가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유머로 가득합니다. 위엄과 우스꽝스러움이 한 곡 안에 공존하는 이 음악이, 웃음거리가 된 호랑이와 여전히 낯선 야성 사이의 긴장을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다음 호 얼굴 맞추기

다음 호에서 만나게 될 이미지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이나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첨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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