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위의 까치 한 마리가 호랑이를 내려다보며 울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그 아래서 눈만 껌뻑입니다. 도망치지도, 화내지도 못한 채로요. 몇백 년 전 조선의 무명 화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짐승을 이렇게 웃음거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프랑스의 한 세관원은 정글을 한 번도 본 적 없이 붓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짐승을 그려냈습니다.
같은 동물,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얼굴. 오늘의 단어는 droll과 feral입니다.

왼쪽은 조선 후기 민화에 즐겨 그려진 까치 호랑이이고, 오른쪽은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Henri Rousseau,1844~1910)가 그린 정글의 호랑이입니다. 같은 맹수를 그렸지만 한쪽은 우리를 웃게 하고, 다른 한쪽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droll
익살스러운, 짐짓 우스운
feral
야성적인, 길들지 않은
첫 번째 얼굴 — 까치호랑이의 'droll'
까치호랑이, 정확히는 '작호도(鵲虎圖)'라 불리는 이 그림에는 흥미로운 반전이 있습니다. 17세기 명나라풍 호랑이 그림에서 까치는 그저 배경의 일부였고, 호랑이는 위엄 있는 맹수 그 자체로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이 소재가 궁중화에서 민화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뒤집힙니다. 호랑이는 우스꽝스러운 '바보호랑이'가 되고, 까치는 오히려 당당하게 소나무 위에서 호랑이를 내려다봅니다.
정월 초하루, 이 그림은 액운을 쫓는 세화(歲畵)로 대문에 붙여졌습니다. 동시에 사회 풍자로도 읽힙니다.후대 연구자들은 호랑이를 권력을 가진 양반이나 탐관오리로, 까치를 힘없는 백성으로 해석합니다. 힘있는 자를 우스꽝스럽게 그려 웃음으로 뒤집는 것, 이것이 민중이 할 수 있었던 통쾌한 저항이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어원에 있습니다. droll은 프랑스어 drôle에서 왔고, 그 뿌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네덜란드어 drol, 즉 '고블린' 또는 '땅딸막한 도깨비 같은 녀석'을 가리키는 말과 만납니다. 이 drol은 우리가 아는 그 '트롤(troll)'과 공통된 게르만계 어원을 공유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까치호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호랑이가 아니라, 민중의 상상 속에서 두려움이 뒤집혀 태어난 도깨비 같은 존재입니다.
두 번째 얼굴 — 정글 호랑이의 'feral'
루소의 호랑이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태어났습니다. 1891년,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며 취미로 그림을 그리던 독학 화가 루소는 이 그림을 무심사 전시였던 살롱 데 앙데팡당에 원제 'Surpris!(놀랐다!)'로 출품했습니다. 그는 한때 자신이 멕시코 파병 중 정글을 경험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는 평생 프랑스를 떠난 적이 없습니다. 이 정글은 파리 식물원의 온실 식물과 박제 동물, 그리고 책 속 삽화에서 상상으로 조합해낸 풍경입니다. 그림 속 호랑이가 사냥감을 노리며 도약하려는 것인지, 번개에 놀라 몸을 웅크린 것인지는 지금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사냥감은 캔버스 바깥에 있어 그 결말은 보는 사람의 상상에 맡겨집니다. 당시 평론가 대부분은 이 그림을 유치하다고 조롱했지만, 젊은 화가 펠릭스 발로통은 "회화의 알파와 오메가"라 불렀습니다.
feral의 어원은 라틴어 ferus, '야생의'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사나운'을 뜻하는 fierce, ferocious와 같은 인도 유럽어의 뿌리 *ghwer-(야생 짐승)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루소는 진짜 야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가 그린 feral함은 실제 야성이 아니라, 야성을 상상해본 적 없는 사람이 상상으로 빚어낸 사나움입니다.
단어와 단어 사이, 당신의 통찰이 움트는 순간
결국 두 호랑이 모두 '진짜 호랑이'가 아닙니다. 하나는 상상으로 두려움을 길들였고, 다른 하나는 상상으로 두려움을 처음부터 만들어냈습니다. droll은 두려운 것을 웃음으로 바꾸는 힘이고, feral은 본 적 없는 것 앞에서도 여전히 생생한 두려움을 불러내는 힘입니다.
SCENE #1
친구와 반려동물 이야기를 하며
A: "My uncle's cat and dog have this daily standoff — the dog barks like he owns the place, and the cat just blinks at him and walks away."
A: 우리 삼촌네 고양이랑 개는 매일 이렇게 대치해요 — 개는 마치 자기가 집주인인 것처럼 짖는데, 고양이는 그냥 눈만 깜빡이다가 가버려요.
B: "That's such a droll little scene — like a tiny comedy playing out in your living room every day."
B: 정말 익살스러운 장면이네요 — 매일 거실에서 작은 코미디가 열리는 것 같아요.
SCENE #2
캠핑을 다녀온 뒤 나누는 대화
A: "We heard something moving through the bushes around 2 a.m. It didn't sound like a stray dog — it sounded feral."
A: 새벽 2시쯤 수풀 속에서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떠돌이 개 같은 소리가 아니라, 뭔가 야성적인 소리였어요.
B: "That part of the forest has always felt untouched — nothing tame lives out there."
B: 그 숲 그쪽은 원래 사람 손이 안 닿은 느낌이었어요 — 길든 건 아무것도 안 살거든요.
두 얼굴의 질문
상상의 호랑이가 함께 묻습니다.
당신 안에는, 아직 두려운 것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까?
Can you still laugh at what should frighten you?
웃게 만드는 힘과 두렵게 만드는 힘, 지금 당신에게 더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귀로 듣는 두 얼굴
오늘의 두 얼굴과 함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사자왕의 행진곡'을 추천합니다. 장엄한 팡파르로 시작해 '동물의 왕'을 선언하지만, 정작 곡 전체는 어딘가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유머로 가득합니다. 위엄과 우스꽝스러움이 한 곡 안에 공존하는 이 음악이, 웃음거리가 된 호랑이와 여전히 낯선 야성 사이의 긴장을 함께 떠올리게 합니다.
다음 호 얼굴 맞추기
다음 호에서 만나게 될 이미지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어떤 작품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이나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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