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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가 가르쳐 준 '때'

2026.07.14 | 조회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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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편지

2026.07.14 vol.28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작가 정재경입니다. 오늘은 살구나무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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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서 작가의 『호미』

 

저희 집 마당에는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이 나무를 심게 된 것은 박완서 작가 덕분이에요. 첫 책을 출간하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골똘하던 시기, 박완서 작가의 책을 탐독하며 『호미』를 만났습니다. 

박완서 작가는 고향 개성을 닮은 구리 아치울에 노란 집을 지었어요. 이곳에서 나무와 화초를 돌보며 길어낸 산문집입니다. 2011년에 선종한 작가가 2007년에 출간한 책으로, 삶에 대한 깊은 관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작품 속 살구나무

 

그런데, 박완서 작가의 작품 속엔 살구나무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요. 살구나무의 가장귀를 쳐 주려다 발견한 꽃봉오리 이야기, 살구를 주워 살구잼을 만들어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살구 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같은 문장이에요. 그 마음이 너무 궁금했어요. 마당에 살구나무가 자랄 때의 느낌, 그 살구잼을 나눌 때의 느낌. 그래서 저도 마당에 살구나무를 한 그루 심었습니다. 

도시에 있는 저희 집은 마당이 작아요. 살구나무에게 맞춤한 자리는 아니었을텐데, 나무는 참 잘 자라주었어요. 가을에 나무를 옮겨 심고, 겨울 내내 살구가 열릴 내년 여름을 기다렸습니다. 옮겨 심은 첫 해엔 살구가 몇 알 열리지 않았어요. 자리를 옮기는 것은 큰 병을 앓은 것과 같으니까요. 자기가 살구나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듯 몇 알이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커나갔습니다. 키가 점점 자라 1층 창을 가리던 자그마한 나무가 2층을 넘어서기 시작하며 살구나무도 자리를 잡았어요. 어떤 해는 살구를 몇 양동이나 나누어 주었습니다. 살구가 열렸네 하는 느낌보다 살구나무가 살구를 낳았네 하는 느낌.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감각. 

살구나무가 낳은 살구
살구나무가 낳은 살구

🪾살구나무 가지치기

 

너무 자라는 것 같아 봄에 가지치기를 해 주었어요. 꽃이 필 즈음엔 가지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 커버린 나무가 부담스러웠어요. 조경 전문가에게 맡겼는데, 의도와 달리 강전지를 했어요. 그해 살구나무는 화가 난 듯 살구를 한 알도 맺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가지를 있는대로 뻗어 더 자라버렸어요. 

올해는 가지를 키우는데 에너지를 다 써버렸는지 살구를 겨우 잼 몇 병 만들 정도로 적게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 살구로 잼을 만들어 귀하게 여겨주는 분들과 나누었어요. 살구잼을 나누는 기분은, 어릴 적 보물찾기를 하며 나뭇가지 속에서 찾아낸 무엇을 나눌 때와 비슷합니다. 장난꾸러기의 마음과 획득한 성취감이 함께 해요. 

몇 주 전, 살구나무 가장귀를 잘라주었습니다. 새로운 조경 전문가는 가지를 잘라낸 다음 상처 부분에 약을 다 발라주었습니다. 부탁하지 않아도 미리 손을 써 주어 고마웠습니다. 이번의 가지치기는 살구나무도 좋아하는 것 같이 느껴져요. 

가장귀를 쳐 준 살구나무
가장귀를 쳐 준 살구나무

☘️ 다 때가 있다

 

살구나무가 가지치기하며 몸살을 앓는 것을 보았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행동을 한다는 것. 너무 빨라도 부작용이 있고, 너무 느려도 소기의 성과를 얻기 힘듭니다. 조급해하는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해 봤자 열매가 더 맺히는 것도 아니고, 때가 아닌데 무엇을 해 봤자 힘이 들 뿐이지요. 

시간과 노력을 써서 봐야만 아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은 생명이고, 생명을 써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바로 경험입니다. 오늘도 경험을 위해 하루를 살아나갑니다. 박완서 작가의 『호미』를 읽을 때마다 여든 즈음을 상상해 봅니다. 보다 성숙한 인간이 되어 글과 삶에서 살구나무 향기가 풍긴다면 좋겠습니다. 

 


  초록생활 소식  

내 커리어를 가꾸고 돌보는 법, 커리어 가드닝 강연

 

AI 시대, 커리어를 어떻게 해야할 지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계십니다. 후배들도 많이 물어와서 쓰게 된 책이 바로 『커리어 가드닝』이에요. 경상남도교육청 창원도서관에서 커리어 가드닝에 대한 강연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경상도에 계신 독자분들 계시면 책 이야기, 식물 이야기, 커리어 이야기 나누어요. 사인회도 준비된다고 합니다. 

 

신청링크: https://cwlib.gne.go.kr/usr_gne/lec_list.es?mid=a20810000000&cate_n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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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생활 콘텐츠  

이영미 작가 추천 책, 『그저 하루치의 낙담』

마흔, 여자의 체력을 줄인 말, 『마녀체력』의 이영미 작가가 올해 상반기 중 읽었던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으로 꼽은 책입니다. 『그저 하루치의 낙담』. 일간지로 오래 일했던, 중년을 지난 작가가 쓴 책으로 삶과 커리어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하게, 섬세한 어휘로 쌓아올린 공예적 산문을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 

 


🌱 정재경 작가와 협업하기

 

정재경 작가와 함께 식물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치유와 회복, 협업을 함께 하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 주세요. 강연, 콘텐츠 협업, 브랜드 콜라보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환영합니다. 


초록생활 코칭 

 

초록생활연구소에서는 개인을 위한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나를 만나보세요.

 🌿  1:1 라이프 코칭

 

  커리어, 생활 습관, 음식, 운동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해 코칭하는 마인드&커리어 1:1 코칭입니다. 살던 대로 살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뿐입니다. 지금 바로 나의 삶에 변화가 있기를 꿈꾸신다면, 아래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재경 드림

 

📩 hello@crs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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