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학 | 식물인문학 기반 웰니스

식물이 없는 공간에서 우리는 왜 더 피로할까요?

매일 소진되는 공간을 회복의 숲으로 바꾸는 법

2026.03.17 | 조회 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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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편지

2026.03.17 vol.12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식물인문학자이자 작가 정재경입니다.

이번 주는 〈행복이 가득한 집〉 매거진 촬영이 있었어요. 집 안 가득한 식물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이 공간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필요했어요.

촬영을 위해 식물 솔루션 기반의 조경 브랜드 클리프의 화분이 공간에 새로 도착했습니다. 배송을 위해 두 분이 방문해 주셨는데, 저희 고양이 별이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며, 식물을 좋아하는 분들은 참 따뜻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그 따뜻함을 품고, 오늘 이 편지를 씁니다.

첨부 이미지

🌿 오늘 하루, 자연을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오늘 아침 출근해서 자리에 앉았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눈이 처음 닿은 것이 무엇이었나요? 모니터였나요, 아니면 서류 더미였나요. 그 공간에 초록이 있었나요? 바람이 통했나요? 오늘 하루 중 단 5분이라도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하늘 한 조각을 느낀 적이 있었나요?

아마 대부분은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오후 3시쯤, 이유 없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찾아왔을 거예요. 집중이 흩어지고, 간단한 메일 하나도 왠지 버겁고, 몸은 앉아 있는데 머리는 이미 방전된 것 같은 그 느낌이요. 그럴 때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하죠.

'내가 요즘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봐.''마음을 좀 더 다잡아야겠다.''이 정도 일에 왜 이렇게 힘들지?'

하지만 저는 오늘, 그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 해요.


🌿 문을 열었을 때 만나는 초록이 가득한 공간

 

아들을 임신했을 때, 34주 6일이 되던 날 밤이었어요. 밤 11시 40분까지 야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무언가 퍽 하는 느낌이 있었고 바로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그렇게 35주 0일에 아들을 만났어요.

다행히 발달 상태가 괜찮아 인큐베이터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아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기침부터 시작했어요. 태중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기관이 호흡기라, 아마도 조금 덜 자랐던 모양입니다.

그 아이가 10살이 되던 해에는 코피가 자주 났어요. 때마침 매스컴에서 미세먼지 이야기가 자주 들리기 시작했고, 저는 미세먼지 수치가 조금만 올라가는 날이면 창문을 꼭꼭 닫고, 공기청정기를 틀고,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결국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개가 다섯 개가 되고, 다섯 개가 스무 개가 되었어요. 어느 날 보니 거실, 침실, 복도, 창가, 심지어 욕실까지 집 안 곳곳에 200개의 식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공기가 좋아진 건 맞아요. 그런데 달라진 게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가에 가득한 초록을 보는 것,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문을 열면 느껴지는 그 감각, 작은 잎 하나에 새 순이 올라올 때의 기쁨. 공기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하루 리듬 자체가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작은 일에 반응하는 감정의 온도가 달라졌어요. 

집이 달라지자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그 경험을 담아 『우리 집이 숲이 된다면』을 썼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이 질문이 들었어요

 

'집은 숲이 됐는데, 왜 회사는 안 될까?'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자연 속에서 살아왔어요. 나무 아래에서 쉬고, 흙을 밟고, 초록 사이에서 숨을 쉬어 왔죠. 우리 몸과 신경계는 그 환경에 맞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초록이 눈에 들어오면 심박수가 내려가고, 자연의 질감을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완화되는 건 훈련의 결과가 아니에요. 수백만 년 동안 우리 몸에 새겨진 언어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초록이 없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건 우리 몸 입장에서 꽤 낯선 상태예요. 뇌는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고 있는데, 눈앞에는 모니터와 회색 벽뿐이죠.


🌿 매일 8시간을 보내는 그 공간을 천천히 떠올려 보세요.

 

창문이 있나요?
바람이 통하나요?
눈을 들었을 때 초록이 보이나요?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흙이나 풀을 밟을 수 있나요?
그 공간에서 나오면 당신은 보통 어떤 상태인가요?
충전된 느낌인가요, 아니면 방전된 느낌인가요?

방전이라고 느끼셨다면, 그건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번아웃은 개인의 의지 문제로만 볼 순 없어요. 회복할 수 없는 환경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어렴풋하게 알어요. 그러나, 공간을 바꾸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인테리어 담당자의 일, 총무팀의 일, 아니면 예산이 생기면 나중에 할 일이라고요. 

하루 8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사람을 소진시키고 있다면, 그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 아닐까요? 


🌿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복의 공간이 된다면

 

이제는 기업과 기관에 그 질문을 가져가고 싶습니다.

우리 집이 숲이 될 수 있었다면, 우리 회사도 숲이 될 수 있습니다. 화분 몇 개를 갖다 놓는 것이 아니에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회복의 공간이 되는 것,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매일 조금씩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도 회복될 수 있는 것. 그것이 제가 말하는 '회사가 숲이 되는 것'입니다.

환경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조직에, 우리 공간에 초록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편하게 말을 걸어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우리 조직에, 우리 공간에, 식물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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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생활연구소 추천 영상 

 

나무에 물이 오르는 봄이 왔습니다. 이 계절에 읽기 좋은 책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는 제가 오랫동안 존경해온 우종영 선생님의 책으로, 김수환 추기경께서 추천사를 쓰시기도 하셨죠. 식물적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요. 아직 못 보셨다면 꼭 한번 보셔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

정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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