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vol.14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정재경입니다.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창가의 레어로우 화분에 심어둔 학자스민이 하얀 꽃을 피웠어요. 아침 커피의 향과 꽃 향기가 블렌딩되어 "봄이야!"라고 외치는 듯 했어요. 커튼을 걷으니, 마당의 살구나무 가지마다 꽃이 팝콘처럼 후드득 올라왔습니다.
작년 봄에도 식물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고, 긴 겨울을 견뎌냈어요. 올해도 똑같아요. 식물은 자기 경험을 잊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 열심히 했는데 왜 아무것도 남지 않을까요?
가끔 이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고 나면 뿌듯함보다 허전함이 더 커요. 분명히 열심히 했는데, 다음 순간 기억이 희미해지고, 다음 번엔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죠. "바쁜데, 뭐가 남기는 남는 걸까?" 싶기도 하고요.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죠.
'이것도 경험인가?'
'내가 성장하고 있는 걸까?'
'다음엔 더 열심히 해야겠어.'
그런데 저는 오늘, 그 생각이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 해요. 경험은 이미 우리 안에 남아 있어요. 다만 우리가 그걸 자각하지 못할 뿐입니다.
🌿 식물이 가르쳐준 경험의 기억
하버드 덤바턴 오크스 연구소에서 최근 발견한 게 있어요. 식물이 스트레스를 겪으면 주변 식물에게 화학 신호를 보냅니다. 메틸자살산(methyl jasmonate)이라는 물질을 뿌리로 전달해 "여기 해충이 있어, 조심해"라고 말하는 거예요.
놀라운 건, 그 정보가 수 세대에 걸쳐 전달된다는 사실입니다. 조상 식물이 가뭄을 겪었다면, 그 후손은 물이 부족할 때 미리 잎을 오므려 수분을 아낍니다. 영국 큐가든 연구에서는 메밀꽃이 과거 오염된 토양을 기억해 독성 물질을 피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해요.
식물은 경험을 잊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도, 성공도, 주변과의 연결도 모두 기억 속에 새겨두고, 다음 세대에 물려줍니다. 화분 속 작은 식물도, 숲속 거대한 나무도 똑같아요.

🌿 당신의 경험은 어디에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공은 언제였나요?
그때 어떤 기분이었고, 무엇이 도움이 되었나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 어떻게 극복했나요?
그때 배운 게 지금 어디에 쓰이고 있나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한 소중한 순간들, 그때 느꼈던 연결감은 지금도 남아 있나요?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건 당신이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 경험을 잠시 내려놓은 것뿐입니다. 식물이 화학 신호를 보내듯, 우리도 경험을 다시 불러낼 수 있어요.
식물은 경험을 잊지 않기에, 한 번 겪은 환경에 더 잘 적응합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기억할 때, 지금의 선택이 더 선명해지고, 미래가 더 가벼워집니다.
🌿 경험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법
식물이 주변 식물에게 경험을 전달하듯, 개인도, 조직도 경험을 공유할 때 더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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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행복이 가득한 집〉에 소개된 우리 공간처럼, 경험을 새기는 공간으로 그린 생추어리를 만들어드려요.
살던 대로 살면 계속 같은 모습입니다. 머무르기보다 나아지고 싶다면, 경험을 잊지 않는 삶을 함께 시작해 보세요. 🌿
초록생활 추천
40년을 지치지 않은 사람의 비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전에 쓰고, 오후에 달립니다. 30년 넘게, 거의 매일. 전시에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 신는 운동화, 운영했던 재즈바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그냥, 그저, 그가 매일 살아온 방식이었습니다.
저도 매일 씁니다. 모닝페이지로, 칼럼으로, 뉴스레터로. 식물도, 우리도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매일이 쌓여, 어느 날 갑자기 새잎으로 피어납니다. 극적으로 자라는 날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창조성은 순간이 아니라, 매일의 습관에서 옵니다. 매일 하는 사람의 힘을 다각도로 조망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즐길 거리가 많은 전시입니다.

📍전시 정보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장소: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강남구 언주로133길 11)
기간: 2026. 3. 27 – 8. 2 | 화~일 11:00–20:00 |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20,000원
초록생활연구소의 식물인문학 기반 웰니스 프로그램, 정재경 작가의 강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정재경 드림
📱 crs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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