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3 vol.25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작가 정재경입니다. 열흘 동안 덴마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가가 된 후, 저의 여행은 영감을 충전하는 인문학 여행으로 달라졌습니다. '내 안에 가장 오래 남을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을 따라 가다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그렇게 얻어낸 지식과 경험만이 제 안에 뿌린 씨앗이 되어 나무로 자라난다는 사실을 관찰합니다.
이번 영감 여행에선 찍어온 영상과 사진 자료가 약 30기가에 달합니다. 덕분에 '보는 것'으로도 소화 불량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진짜 어른을 위한 성장 채널 이라미아TV를 함께 하는 김일아 대표(전 리빙센스 편집장 출신)는 이미지 자료를 보더니 책 한 권을 쓰고도 남을 분량이라고요!
덴마크에서 채운 영감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새로운 도전을 느끼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대한민국 최초의 럭셔리 매거진 더 네이버 매거진의 원고 청탁이 있어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덴마크 이야기 중 노마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노마,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노마는 2003년, 덴마크-마케도니아계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가 클라우스 메이어(Claus Meyer)와 함께 코펜하겐 크리스티안스하운 항구의 18세기 창고 건물을 개조해 론칭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노마(Noma)라는 이름은 덴마크어로 '북유럽(Nordisk)'과 '음식(Mad)'을 합친 조어입니다.
노마의 음식은 뉴 노르딕 퀴진(New Nordic Cuisine)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유럽에서 나지 않는 재료는 쓰지 않는다." 그래서, 올리브 오일, 마늘, 토마토, 허브도 없습니다. 대신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그린란드·페로 제도의 들판, 숲, 바다에서 직접 채집(foraging)한 재료만 사용했습니다.

봄에는 살아있는 새우, 림피오르 굴, 해조류, 대구알 토스트, 여름에는 식물 기반 요리만으로 구성된 완전 채식 메뉴, 가을에는 야생 사슴, 버섯, 순록, 베리류를 활용합니다. 노마의 메뉴는 1인당 최소 비용이 60만 원에 달했지만, 코펜하겐 자체를 음식 여행지로 만들 정도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레스토랑 매거진》 선정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5회(2010, 2011, 2012, 2014, 2021) 선정되었습니다. 미쉐린의 경우, 2005년 1스타를 첫 획득했으며, 2007년 2스타로 승격했으나, 2010~2014년 계속 2스타에 머뭅니다. 같은 기간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두 번이나 올랐음에도 불구하고요. 노마는 2016년 원래 레스토랑을 폐쇄하고, 2018년 노마 2.0을 재오픈했습니다. 2019년 2스타로 복귀, 2021년 드디어 3스타를 획득합니다.
노마의 공식 폐업: 파인다이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노마 레스토랑은 2024년 말 공식 폐업했습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노마의 실험적인 음식들은 재료를 구하고, 조리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이는 노마 근로자들이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을 견뎠음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인턴 직원들은 무임금이었습니다. 언론은 업무에 비해 낮은 임금 수준에 대해 문제 제기를 지속합니다.
노마 레스토랑은 인턴 직원들에게도 임금을 지불하기 시작하며, 비용·마진·지속가능성 면에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é Redzepi)가 이끌던 노마 레스토랑은 "파인다이닝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선언과 2024년 말 공식 폐업했습니다. 발효 소스를 기본으로 하는 노마 프로젝트와 팝업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듭니다.

2024년 교토에서 열린 팝업은 1인 기준 140만 원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약은 거의 오픈 즉시 매진되었고, 2026년 LA 실버레이크(Silver Lake)에서 오픈한 16주 팝업 레지던시에서는 1인당 1,500달러, 약 230만 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오픈 후 전석 매진되었습니다.

발효 식품, 노마 프로젝트(Noma Projects)
노마 레스토랑에서 20년간 축적한 발효·발효소스 연구는 Noma Projects라는 브랜드를 통해 계속 이어집니다. Noma Projects는 단순한 조미료 브랜드가 아니라, '천 년의 발효 전통을 20년간 재해석한 식물 기반 지식의 집약체'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버섯, 라이스 코지, 식물성 원료만을 활용해 동물성 단백질 없이 감칠맛을 구현한 방식으로, 비건,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폐업한 노마 레스토랑의 온실 부분을 노마 프로젝트의 제품 샵으로 전환하여 사용중입니다. 방문객이 직접 둘러보고, 시식하며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 곳의 조경은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디자인하고 식재했습니다. 《보그》는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현존 조경 디자이너(the World's Greatest Living Landscape Designer)"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노마 3.0
흥미롭게도, 노마는 2026년 8월 5일 코펜하겐에서 재개장합니다. 레드제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복귀하되, 주방은 Pablo Soto(총괄 셰프), Mette Brink Søberg(R&D 총괄), Annika de Las Heras(CEO)의 새 리더십이 이끌게 됩니다.
노마 3.0은 기존 3계절 체계에서 벗어나 이제 1년 내내 12개의 마이크로 시즌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각 달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 그 지역의 식재료, 풍경, 그리고 고유한 요리 언어를 표현합니다.
레스토랑 경영진은 이를 '노마의 12계절'이라고 부르며, 자연의 순환과 지역 식재료를 더욱 세밀하게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합니다. 8월 재오픈 시 테이스팅 메뉴 가격은 4,500 DKK(약 $700, 약 105만 원)이며, 하이엔드 와인 페어링을 포함하면 6,500 DKK(약 $1,000, 150만 원)입니다.
식물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입니다. 대한민국은 5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우리 식문화의 근간 역시 된장, 고추장, 간장, 김치 등 식물을 발효한 문화입니다. 노마는 12계절이지만, 우리는 24절기 제철음식이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노마는 1인당 220만 원, 우리 한정식은 1인당 2만 원 선으로도 가능합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우리 식문화가 전세계인을 서울로 불러 모을 꿈, 전 세계 미식가들의 성지가 되는 상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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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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