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30 vol.26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작가 정재경입니다. 지난 한 주는 어떠셨나요? 올해의 반이 지나가고 있는 오늘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해요. 여름엔 아무래도 시원한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되는데, 혹시 선호하시는 음료가 있으신가요? 저는 여름엔 모히토를 자주 찾게 됩니다. 모히토는 대문호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칵테일이기도 하죠. 오늘은 모히토의 필수 재료 민트 이야기 들려 드릴게요. 지난 호에 소개해 드렸던 미슐랭 3스타 노마 소개와 함께 읽어 주세요. :)
민트의 어원
민트의 학명 Mentha는 그리스 신화의 요정 멘테(Menthe)에서 왔습니다. 멘테(Menthe)는 지하 세계를 흐르는 강, 코키토스(Kokytos)의 요정이었습니다. 코키토스는 그리스어로 '통곡의 강'입니다. 멘테는 태어날 때부터 슬픔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존재였던 셈입니다. 하데스는 그 강가에서 멘테를 만났고,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지하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향기를 지닌 존재였으니까요.
하데스는 봄의 여신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아내로 삼습니다. 페르세포네는 데메테르의 딸로, 꽃밭에서 놀다가 땅이 갈라지며 지하 세계로 끌려갔습니다. 어머니 데메테르는 딸을 찾아 헤매며 땅 위의 모든 식물을 말렸습니다. 이것이 겨울의 기원입니다.
이후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멘테가 먼저 페르세포네에게 도전했다는 버전입니다.
"나는 페르세포네보다 아름답다. 하데스는 결국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라고. 멘테는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멘테가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밟혔다는 버전입니다.
두 버전의 결말은 같습니다. 페르세포네는 멘테를 짓밟았고, 멘테는 흙이 되었습니다. 멘테가 밟힌 자리에서 향기가 났습니다. 밟히면 밟힐수록, 발이 닿으면 닿을수록 더 진하게. 하데스는 그 자리에서 돋아난 풀에 멘테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이 풀이 바로 민트입니다.
민트의 종류
민트는 수백 종의 변종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잡이 잘 되는 식물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식물입니다. 서양에서는 미운 사람 정원에 몰래 민트를 심으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잡초처럼 번식합니다. 그래서, 정원에 민트를 심으실 때는 화분째 심는 편이 좋습니다. 화분이 뿌리를 어느 정도 차단해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민트는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애플민트입니다.
페퍼민트는 워터민트와 스피아민트의 교잡종으로, 셋 중 멘톨 함량이 가장 높습니다. 향이 워낙 강해 요리에 생잎을 그대로 넣으면 압도적이기 때문에 약용·향료 목적에 특화돼 있습니다. 두통 완화, 소화 촉진, 항균 효과가 뛰어나고, 입욕제나 모기 퇴치제로도 씁니다. 치약과 껌의 그 강렬한 민트 향이 바로 페퍼민트입니다.

스피아민트는 스피어(Spear), 즉 창처럼 뾰족한 잎 모양에서 이름이 시작됩니다. 멘톨은 적고 카르본(carvone) 성분이 달콤하고 화사한 향을 만들어, 요리에 가장 많이 쓰이는 민트입니다. 모히토, 민트 소스, 샐러드, 고기 요리의 잡내 제거까지 폭넓게 활용됩니다. 추운 기후에서도 잘 버텨 노지 월동이 가능한 가장 강인한 품종이기도 합니다. ('노지 월동'이라는 말은 밖에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애플민트는 동글동글한 잎에 보드라운 솜털이 덮여 있어 앞의 두 민트와 촉감이 다릅니다. 가만히 두면 향이 잘 나지 않지만 손으로 살살 비비면 사과 향이 올라옵니다. 향이 순해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도 부담 없이 키울 수 있고, 생선·계란 요리의 잡내 제거나 음료 장식, 허브차로 씁니다. 셋 중 가장 관상 가치가 높아 화분 식물로도 추천됩니다.

셋 중 모히토에 활용되는 민트는 무엇일까요?
원 레시피에서는 스피아민트를 쓰고, 우리나라에서는 애플민트가 더 애용되는 편입니다. 헤밍웨이가 아바나의 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에서 즐겨 마셨던 모히토에는 쿠바 아바나 지역에서만 자라는 예르바 부에나(Yerba Buena), 즉 모히토 민트(Mentha × villosa)가 들어갑니다. 이 민트는 스피아민트와 애플민트의 자연 교잡종으로, 스피아민트의 청량함과 애플민트의 부드러운 달콤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에서의 '민트'
동양에서는 민트를 '박하'라고 부릅니다. 박하(薄荷)의 한자는 '잎이 얇고 가벼워서(薄) 짐(荷)을 덜어준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머리의 무거운 짐(두통, 고민)을 가볍게 날려준다는 의미입니다. 한의학에서 박하는 두통 완화, 소화 촉진, 풍열(風熱) 해소에 쓰이는 약재입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박하에 대해 '땀을 나게 해서 독을 내보내며, 피로를 풀어주고 머리와 눈을 맑게 한다.'라고 기록합니다. 박하는 성질이 맵고 서늘하며, 폐경(肺經)과 간경(肝經)에 작용합니다. 특히 위로 향하는 약재로, 머리·눈·목구멍처럼 몸의 높은 곳에 쌓인 열과 막힘을 뚫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주의할 점은 오래 달이는 것을 삼가야 합니다. 약효가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중국 문헌 곳곳에서 '신라박하(新羅薄荷)'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신라 시대, 한반도 남부에 자생하던 박하가 해상 무역로를 통해 중국에 전해졌고, 중국인들은 이것을 따로 '신라박하'라고 이름 붙여 기록할 만큼 귀하게 여겼습니다. 우리가 흔히 길가에서 보는 그 풀이, 천 년 전 수출품이었던 것입니다.
민트 활용법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기원전 1,000년경 말린 민트 잎이 발견되어 방부, 방충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로마에서는 손님을 맞기 전 식탁을 민트로 문질러 주의를 환기했습니다. 민트는 강인한 식물입니다.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애플민트 삼총사를 키워 보세요.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모히토가 필요할 때,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민트가 나누어 주는 잎 몇 장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초록 레시피
정재경 작가의 모히토 레시피
모히토가 그리울 때, 술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정재경식 민트 음료입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변형된 모히토 레시피를 첨부합니다.
준비물: 애플민트 3줄기, 라임 반 개, 시원한 물 혹은 탄산수
- 애플민트 줄기를 콩콩 찧어 으깨 줍니다. 액체와 민트가 닿는 면적이 늘어 풍미가 좋아집니다.
- 으깬 민트에 물이나 탄산수 250ml를 넣어 줍니다.
- 라임 반 개를 잘라 즙을 짜 넣습니다.
기호에 따라 물·탄산수 대신 사이다로 바꾸면 더 달콤하게, 진토닉이나 보드카를 더하면 칵테일 버전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 당신의 여름 음료는 무엇인가요? 댓글로 알려주세요!
초록생활 소식
<식물인문학을 통한 회복탄력성 키우기> 강연
우리 문화의 뿌리인 우리글을 제대로 가꾸는 기관 우리글진흥원을 통해 약 100여 분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 <식물인문학을 통한 회복탄력성 키우기>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아래 후기를 첨부합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이 필요하신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협업 링크를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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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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