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학 | 식물인문학 기반 웰니스

덴마크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

2026.06.09 | 조회 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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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편지

2026.06.09 vol.23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안녕하세요, 식물인문학자이자 작가 정재경입니다. 지난 금요일 밤, 덴마크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암스테르담을 경유, 15시간 비행을 거쳐, 현재는 루이지애나 미술관 근처 에어비앤비 소파에 앉아 초록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첫 방문입니다. 덴마크의 첫인상은 '유모차'입니다. 지하철에도, 길에도 유모차가 많습니다. 유모차가 많은 곳, 즉 출생률이 높은 곳은 사회가 살 만하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실, 덴마크는 행복도가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UN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는 2012년, 2013년, 2016년 세 차례 1위를 차지했고, 이후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2위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에는 핀란드(1위), 아이슬란드(2위)에 이어 3위로, 아이슬란드와 불과 0.001점 차이입니다. (핀란드는 9년 연속 1위입니다. 한국은 2025년 58위에서 2026년 67위로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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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

 

덴마크의 집은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아파트 창가에도 화분이 놓여 있고, 창틀 위엔 꽃병이 보입니다. 지금 묵고 있는 에어비앤비도 집의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이 있습니다. 테라스에선 클레마티스가, 뒷마당에선 꽃봉오리가 맺힌 라벤더, 남보라색 꽃을 틔우는 제라늄이, 상자 텃밭에선 토마토가 꽃을 맺고, 콩이 줄을 따라 타고 오릅니다.

어느 슈퍼마켓을 가도 민트 화분, 튤립 구근,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빵과 꽃을 한 봉투에 넣어 집으로 향합니다. 이들에게 식물은 일종의 언어입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식물로, 꽃으로 말합니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으면 꽃다발을 들고 갑니다.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을 꽃에 실어 건네는 듯합니다.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좋아한다고.


🌿 꽃을 보는 것만으로 뇌가 달라집니다

 

식물인문학자로서 해설을 더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을 보는 행위 자체가 우리 몸을 바꿉니다. 꽃을 받은 사람은 받은 직후부터 도파민과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고,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낮아집니다. 이 효과는 단지 '기분이 좋다'는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혈압과 심박수 변화로도 측정됩니다.

꽃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있는 식물이 시야 안에 있을 때, 뇌 전두엽 활성화가 달라집니다. 창가에 놓인 화분 하나가 집중력과 회복력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수십 개에 달합니다. 슈퍼마켓에서 꽃을 카트에 담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할머니의 습관으로, 이웃의 일상으로, 대를 이어 배운 지식으로.

습관은 곧 문화입니다. 에어비앤비에 도착한 날, 동네 공원에서 벼룩시장이 열렸습니다. 전문 판매자가 포진한 벼룩시장이라기보다는 집집마다 사용하지 않는 살림살이, 직접 구운 머핀, 장난감 등이 펼쳐진 귀여운 마켓이었습니다.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마켓을 즐겼습니다.

자연 속에서, 서로 웃는 얼굴의 사람들과 도란도란한 목소리로 즐기는 주말의 여유로운 시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웃는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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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효율적인 것이 주는 행복함

 

꽃이나 식물을 선물할 때,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꽃은 버릴 걸 생각하면 귀찮아요."

"식물은 자꾸 죽으니까, 돈이 아까워요."

꽃은 금방 시드니까, 실용적이지 않으니까, 부담스러우니까. 우리는 식물을 '비효율적인 선물'로 학습해 왔습니다. 그런데 '시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식물은 꽃을 피우기 위해 삶의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구상에 씨앗을 남기는 것, 그게 식물의 존재 이유입니다. 지금 활짝 피어 향기를 나누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기 위해 집니다. 그 짧음이 꽃을 더 충만하게 만듭니다.

우리도 우리 삶을 이어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현대인은 매 순간 효율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지만, 행복은 장바구니 속에서 춤을 추는 식물이 그리는 포물선에서, 노랗게 변한 시들시들한 잎을 제거하며, 뿌옇게 바뀐 꽃병 속 물을 바꿔주며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작은 행위가 다른 생명을 싱싱하게 살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식물을 돌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못하는 것은, 나중을 위해, 실용적인 것을 위해 아껴두느라 지금 이 하루를 행복하게 하는 일을 미루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 꽃 한 다발, 식물 한 포트 사보시겠어요?

 

누군가에게 주어도 좋고, 나 자신을 위해 식탁 위에 올려두어도 좋습니다. 시장 입구의 이천 원짜리 허브도, 길가의 금계국 몇 줄기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하루에 아름다움을 허락하는 행위 자체입니다. 덴마크 사람들이 매주 꽃을 사는 건, 삶의 우선순위에 '아름다움'이라는 비효율을 선택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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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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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재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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