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학 | 식물인문학 기반 웰니스

90년 전 누군가 심은 나무가 바꾼 도시

2026.04.14 | 조회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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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편지

2026.04.14 vol.16 | view more | SUBSCRIBE

  CRSH :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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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재경입니다.

최근 미세먼지가 많은 덕분인지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사람이 당장 어떻게 되진 않아도 신체 내부에 계속 쌓입니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해마다 약 800만 명이 초미세먼지 때문에 사망하며, 전체 사망자 6명 중 1명이 '오염' 때문에 유명을 달리합니다. 미세먼지가 많으면 공기가 정체되기 때문에 기온도 함께 상승하는데, 미세먼지는 건강뿐 아니라, 기온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연평균 기온 약 11~15도 사이에서 살아왔습니다. 이 온도는 식물이 잘 자라고, 먹거리가 풍부하며, 생물 다양성이 유지되는 딱 좋은 온도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면, 50년 내에 연평균 기온이 29도 — 사하라 사막 수준이 됩니다. 그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생명체는 거의 없습니다.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은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 식물을 도시의 주인공으로

 

식물신경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는 신간 『식물성 도시, 피토폴리스』(2026, 김영사)에서 꽤 급진적인 제안을 합니다. 도시를 식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자는 것입니다. 식물을 공원 구석에 심어두는 조경 소품으로 보지 말고, 아예 도시의 주인공으로 바꾸자고 말합니다. 그 도시의 이름도 붙여줬어요. 피토폴리스(Phytopolis). 식물성 도시. 

 

책 속에 인상적인 사례가 있어요.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가 있습니다. 후아 곤살로 지카르발류 거리. 500미터 구간에 100 그루가 넘는 자단나무가 양옆으로 빼곡히 자라서 7층 건물 꼭대기까지 닿을 정도입니다. 도심 한복판인데, 걸으면 숲을 걷는 기분이 든다고 해요.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adalberto_ca/8248042595/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adalberto_ca/8248042595/

이 나무들이 심어진 건 1930년대입니다. 인근 양조장에서 일하던 독일계 이민자들이 심었다고 합니다. 회사 녹지화 프로젝트 같은 건 아니었을 거예요. 그 나무들이 100년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깊은 숲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나무는 지금 도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adalberto_ca/8248042595/
사진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adalberto_ca/8248042595/

🌿 장미향이 나는 보호수

 

자단나무는 나무를 자를 때 장미향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장미목(Rosewood). 이름이 이미 향기롭죠. 이 나무는 목재가 치밀하고 단단하며, 내구성이 강해서 최고의 가구재로 여겼습니다. 무게도 상당합니다. 자라는 속도는 느린 반면 인기가 많아 지나치게 벌목이 되어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지금은 CITES — 멸종 위기 동·식물 교역 국제협약에 따른 보호 대상이에요. 이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를 판매하거나 구매하려면 CITES 인증 서류가 필요합니다. 없다면 형사 처벌돼요.

이렇게 귀한 나무가 도심 한복판에 보호수종이 100년 가까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 놀랍지 않으신가요? 2005년에는 이 자리에 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나무를 베겠다는 얘기에 주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결국 이 거리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나무가 100년 가까이 사람들을 돌봐왔더니, 사람들이 나무를 지켜줬습니다. 식물과의 관계도 상호작용이에요.


🌱 그래서, 우리는

 

피토폴리스는 거창한 도시 계획처럼 들리지만, 결국 누군가 한 그루를 심는 데서 시작합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을 해 왔어요. 실내에서라도 식물을 키우면, 우리에게 — 지구에게 —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화분 하나가, 덩굴 한 줄기가, 작은 변화의 첫 문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930년대 그 독일 이민자들은 자신이 심은 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가 될 줄 몰랐을 겁니다. 우리도 지금, 심을 수 있습니다. 창가에 화분 하나부터요. 그 한 그루가, 언젠가 누군가의 도시를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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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생활 추천 전시 

김윤신: 합이합일 분이분일

 

1935년생 92세 할머니가 된 김윤신 작가. 49세에 '좋은 나무'를 찾아 천 개의 작품만 만들고 오자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나 그곳에서 40년을 보냈습니다.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깎다 보면 단단한 나무에 톱이 튕기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40년 동안 해 온 일이라 그런지, 지금도 여전히 무거운 전기톱을 들고 매일 작품을 합니다. 자연과 예술의 공통점은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르는 생명력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과 예술은 나를 투영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는 매개체가 됩니다. 만일, 어떤 벽을 느낀다면 그것은 곧 한계이고, 한계를 마주치면 피하거나 다른 길을 찾는 대신, 더 많은 작업을 해서 해내고야 마는 모습. 한계의 벽 앞에 서 계신 분들이 있다면, 김윤신 작가님께서 손을 잡아주시며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던 말씀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출처: https://www.leeumhoam.org/hoam/exhibition/95
출처: https://www.leeumhoam.org/hoam/exhibition/95

📍전시 정보


장소: 호암미술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562번 길 38)
기간: 2026.03.17. – 2026.06.28. 
관람료: 25,000원


초록생활 소식 

 

4월 한 달,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아리랑TV 라디오 컬처 크런치(Culture Crunch)에서 저를 만나실 수 있어요. 주제는 마인드 가드닝(Mind Gardening)입니다. 식물을 가꾸듯 마음도 가꿀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두 번째 수업은 '집안 공간별 식물의 자리 찾기'와 간단한 분갈이 방법을 배워봤어요. 

실내에서도 식물과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마인드 가드닝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매주 월요일 챙겨 보세요. 놓치셨더라도 유튜브에서 다시 보기가 가능합니다.

 

✍️ 5월부터 시작하는 모닝페이지 클래스, 함께 해요. 단지 글쓰기만으로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깨끗하게 정돈됩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9년 동안 기록하고 있는 정재경 작가가 직접 코칭합니다. 

👉 신청하기  https://forms.gle/DGb5r1qfSqbWDrsq5

 

📚 함께 성장하는 인문학 북클럽 초록서원. 책을 함께 읽고 생각과 개인의 서사를 나누는 모임이 필요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 신청하기  https://forms.gle/22C77Xn48pDLqQvS7

 

초록생활연구소의 식물인문학 기반 웰니스 컨설팅, 정재경 작가의 강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정재경 드림

📩 hello@crs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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