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숴의 재즈레터 #3 | 저기... '매력적인 변태'입니다.

구독자 님, 아니 그게 아니라... 이봐요 잠깐만요. 읽어보고 가요...

2021.12.21 | 조회 3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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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를이로부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음악레터, 그리고 요즘 여행소설.

성탄절이 코앞이군요!
성탄절이 코앞이군요!

 

동생이 내 배우자에게 물었다. 

"우리 '성이숴' 씨는 좀 이상한데. 저러는 거 보면 좀 변태적이에요."

(그 때. 나는 한 열 번쯤 봤던 영화를 또 보면서 감동에 젖어가고 있었다.)

"음..... 우리 '성이숴'는 '매력적인 변태'라고 할까?"

성이숴를 바라보던 이는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둘이 똑같군. 물어본 내가 미쳤지."

(이 대화는 실제상황을 그대로 옮겼음을 밝힙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니까 한 번 웃자. 하하하하하하하!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를 '매력적인 변태'라고 부른다.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묘하게……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매력적인 변태가 마음에 든다. 솔직히,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장편 소설을 좋아하거나 그 스케일이 크면 클수록, 한 마디로 이해가 안 되면 안 될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드는 당신. 끝없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당신,꽂히면 남들이 뭐라고 해도 홀로 열중해 몰래몰래 자료를 모으고 그걸 정리하며, 혹은 그냥 마구 모아두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당신,

어떤 주제가 나오면 아 저건 그러니까 그건 말이야 역사가 깊은데 말이지 이러쿵 저러쿵 요래조래. 할 말이 많아 지는 당신. 당신의 유튜브 첫 창에 보통 사람들이 갸웃 거릴 만한 당신만의 주제로 가득 차 있는 당신

좋게 말하면 취향이 확고 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좀 이상한 주제에 주변인들의 생각보다 더욱 깊이 꽂혀 있는 당신!

, 여기에 보기가 없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당신 스스로는 알고 있을 것 아닌가, 당신이 좀 ‘매력적인 변태’라는 걸….

하하하하하핳하 한 번 더 웃고 넘어가자.

재즈 이야기에 왜 갑자기 요상한 사적 별명이 등장하는 지 전혀 모르겠는 분들은 자신의 취향과 성향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 아마도 당신은 한 89퍼센트 정도 보통의 범주에 들 테니까. (나도 한 88퍼센트 보통의 범주에 든다. 그러나 나머지 12퍼센트에 이토록 매력적인 변태’ 성향이 들어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어느정도 그렇듯... 그....쵸?)

여러분! Merry Christmas!
여러분! Merry Christmas!

무언가 좋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조금씩 조금씩 깊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취향을 넓혀 가는 것은 굉장한 문제다. 무분별한 메체들의 공격으로 이상한 쪽에 취향을 느끼게 되어 나도 모르게 한발 한발 들어가다 되돌릴 새 없이 한방에 훅 가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 여름 바다 수영을 떠올려 보자. (완만하던 모래 경사를 걸어가다보면 어느 순간 푹 파여 있는 바다 속 구덩이에 발이 빠져 빠져나올 수 없게 되어버리지 않는가!) 차라리 전혀 상관이 없으면 좋으련만 정말 이상한 것에 꽂혀 인생을 조지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제 말은 진짜 변태들을 말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나는 취향이란 어떻게 보면 인생 전체의 색깔에 관한 문제가 됨으로 되도록 세심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이숴의 재즈레터 #3

재즈는 처음의 그 짜릿하고 신선한 충격에 매료되어 재즈를 들으려 하는 순간 나의 취향을 되돌아 보게 하는 기상천외 난해한 곡들을 만나게 된다. 아마도 재즈에 관심이 있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느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첫번째로 많은 호불호가 갈리는데, 만약 첫 느낌에 이게 좋았다면 이제 당신은 재즈를 듣지 않고는 심심해서 못 배길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재즈를 듣는 건 역시 무리인 걸까? 

당연히 아니다! (답정너)

당신은 '들으러 가는' 타입인가요?
당신은 '들으러 가는' 타입인가요?

나는 독일로 나온 이십 대 초반, 우연히 재즈과 학생들을 알게 되면서 그 자유로운 Jam * (, 뮤지션들의 자유로운 협주. 그냥 만났는데 케미가 짠 하는 뭐 그런 겁니다.) 에 그 신선함을 느꼈다. 매주, 아니 거의 매일 밤 작은 도시의 여러 카페와 바에서 학생들과 뮤지션들의 재즈 잼이 있었는데, 나는 인생 처음으로 그런 다양한 리듬과 소리를 들었다. 왠지 모르게 한 밤의 음악 클럽에 대해 나쁜 인상만 가지고 있던 내게, 건전하게 땀을 흘리며 연주에 열중하는 젊은 재즈 학과생들과 교수님들의 연주 모습이 정말 정말 멋져 보였다. 

영화나 책에서 보던 문학적이기만 했던 환상이 현실에서도 별 괴리감 없이 눈앞에 펼쳐졌던 셈이다. 그때는 나의 어린 감수성 역시 한 몫 했겠지만, 재즈는 여전히 내게 그 시절의 상큼한 추억을 되살려 준다.

성이숴의 재즈레터 #3

그러나.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풋풋한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즈를 점점 더 알아갈수록 나는 알 수 없는 벽에 부딪혔다. 음반으로 접하는 재즈는 어쩐 지 너무 어려웠다. 알아야 하는 뮤지션도 너무 많고, 어떻게 그들의 곡을 하나씩 들을수록 이건 거의 객관식 문제 목록이 수백개인 문제은행집을 풀고 있는 기분이랄까. 재즈는 너무 아카데믹 했다. 그러니까 한번에 손에 잡히질 않았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리듬과 논리적으로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음들이 마구 부딪히기만 하는 것 같았다. 재즈를 들으면 들을 수록 어지럼증이 생겼다. 집중도 안되고 특히 무엇을 할 때 틀어놓으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게 느껴졌다.

결정적으로 학업 때문에 다른 도시로 이사를 했고, 새로운 도시에서 괜찮은 재즈바를 찾지 못했다. 대도시로 갈수록 점점 마이너한 장르가 된 재즈는 찾아 듣지 않으면 어느새 쉽게 듣지 못하는 음악이 되어 버렸다.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피로감 때문에 재즈를 듣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집으로 돌아와 맞는 고요한 저녁 시간, 여전히 남아 있는 재즈에 대한 불씨는 불쑥불쑥 남아 있는 불씨를 타 올렸다. (좋아하는 것이 피운 불씨는 아무리 꺼진 듯 보여도 살아 있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것이 있으셨다면, 과감히 불씨를 꺼내보세요! 분명히 금방 다시 탈 겁니다.)

Bar de nuit 1921
Bar de nuit 1921

나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듣는 편이다. 무언가를 막 외워서 들으려고 하지는 않는데 좋아하다보면 자연스레 이 연주자의 이 앨범이 좋고, 이 음반은 몇 년도 것이 좋고, 하는 걸 찾아 보게 된다. 그리고 그걸 또 정리해서 적어두고 모아두고. …… 그러다보면 변태적인 습성이 나오는 것이다. 나의 그런 성격 때문일까, 재즈도 점점 그렇게 되었다. 잘 이해가 안 되니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공연에 가서 좋았던 걸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돌아와 복습해 보고. 한마디로 이해가 안 되서 자꾸 더 부족한 것을 채우려 했다고 할까. 물론 내 젊은 날의 추억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하지도 않았겠지만.

사실 음악을 순수하게 감상하는 데 나의 이런 습관은 별로 좋은 것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편견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곡을 쓴 작곡가라든가 연주자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되고, 그러면 음악 자체보다는 어느새 그 스토리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들 그렇듯 일단 음악이 좋으면 어느새 그런 걸 잊고 빠져들게 된다. 그러니까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일단 듣고, 알아야 듣는다는 생각은 저~ 뒤로 미루자!

예술에 대해 나는 가급적 그 작품 자체만 바라보려 매우 노력한다. 물론, 그게 안 될 때도 있긴 하다. 널디 Nerdy 한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하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굉장히 깊숙이 음미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기가 재즈는 정말 좋다.

원하는대로 마음껏 향유하고 실컷 누리기에 이만한 취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저는 구독자 님께 '재즈 함께 듣기' 를 강력추천하고 있는겁니다.😚😘)

 

  • 추천음악 1. 찢어지는 화음이 부서져 엇나가는 순간의 쾌감!
A merrier christmas - composed by Thelonious Monk

이 링크는 정말 찾기 힘들었답니다. (그러니까 꼭 들어보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ㅎㅎㅎ) 전 찢어지는 화음을 좋아합니다. 딱 정박에 맞지 않는 그 리듬의 순간이 미친듯이 좋습니다. 쓰러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려진 음계들이 사알짝 사알짝 부서져 엇나가는 박자에 올라탔다 스러지는 그 순간! 아......... 이 알 수 없는 쾌감은............................................. 같이 느끼실 분? 

링크를 클릭하시면 A merrier christmas 두가지 버전을 연달아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오는 곡은 Benny Green의 피아노 솔로고, 두 번째는 Dianne Reeves 의 보컬버전입니다. 하나의 곡이 연주자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는 지 잘 보여주죠!

 

  • 추천음악 2. 감동의 눈물이.... 아냐, 눈에 연기가 들어가서 그래....
Miles Davis - Smoke gets in your eyes

추운 겨울날, 우연히 들어간 재즈 바는 따뜻하고 포근하군요. 음료를 한 잔 시키고 마음에 드는 자리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아 봅니다.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르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화요일... 왠지 마음이 뭉클해져 옵니다. 우는 거 아니냐구요? 

"Smoke gets in my eyes.." 눈에 연기가 들어가서 그래요. 저기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잖아요. 그래서 그래요.....................

 

 

부드러운 연주와 함께 좋은 밤 되세요!

Merry Happy Christmas! 🎄

 

 

그럼 다음레터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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