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숴의 재즈레터 #20 | 나폴리 나폴리 나폴리!

위압감과 재즈

2022.06.21 | 조회 3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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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를이로부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재미있는 음악레터, 그리고 요즘 여행소설.

Napoli Napoli Nap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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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안녕? 잘 지냈지?

우리 이제 친하니까 이렇게 쓸게~ (●'◡'●)

하하하하하하하하, 재즈란 어떤 사람이든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장르 아닙니까. 재즈 바에선 누구나 친구가 되니까 말입니다. 

종종 드라마에서는 재즈 바가 너무 차가운 이미지로만 나오기도 하던데, 진짜 재즈 바라면 그러면 안돼죠. 왜냐면 재즈의 정신이란 '연주자와 청중의 완벽한 감정 교류' 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재즈는 위압적인 감정을 주는 장르가 아닙니다. 분명히 말하죠. 재즈는 어려운 장르가 아닙니다. 아무것도 몰라도 듣고 '스윙'하는 것 그게 바로 재즈입니다. 

피자랑 재즈
피자랑 재즈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드는 느낌이 있습니다. 

어떤 도시는 위압적인 데가 있고, 어떤 도시는 칼 같이 정갈하고, 또 어떤 도시는 종 잡을 수 없어 어렵습니다.

어떤 도시는 수백년이 된 길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고, 사람들이 여전히 그 길위에 살고 있죠. 가죽 샌들과 플라스틱 운동화 발자국이 골고루 나 있는 길들을 가지고 있는 그런 도시 말입니다. 

나폴리가 그랬습니다. 아주 오래된 길들이 언덕을 향해 평행으로 나 있었습니다. 물론 어떤 길은 언덕을 향해 수직으로 나 있죠. 정말 너무나 수직이어서 놀랄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길들을 만든 건 거기에 살았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나폴리에는 단 하나의 집도 따돌리지 않고 모세혈관처럼 좁은 길들이 구석구석 나 있었습니다.

언덕을 향해 수직으로 난 길
언덕을 향해 수직으로 난 길

모두가 모두에게 위압적으로 굴지 않을 때, 자유롭죠. 

재즈는 자유를 갈망했습니다. 당시 연주자들은 자유롭고 싶어 음악을 골랐습니다. 참 슬픕니다. 자유롭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자유를 원해서 재즈를 했다는 아이러니가 어디 있습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압도'되는 감정이 든다면, 그 사회는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서로 정말 다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잘 하는 것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공부를 잘 하고, 누군가는 책을 쓰고, 누군가는 노래를 부릅니다. 누군가는 재즈를 하죠. 그런데 그 다름이 어느 선 부터 위압으로 다가올 때, 그렇게 느껴야만 한다고 스스로 생각 될 때, 우리는 조금더 대담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을 다 잡아야 하죠. "여기서 겁을 먹을 게 아냐." 하고요.

요즘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유튜브가 그렇고, 수많은 SNS 들이 그렇죠. 그런데 오히려 누군가에게 편향되고 끌려다니기 좋은 시대가 됐죠. 유명인은 더욱 유명해지고 영향력이 비대해 집니다. 부는 편중되고 막강한 돈의 권위에 숨이 막힐 것 같죠. 

누군가가 가진 어떤 것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다면 생각해 봅시다.

"나는 왜 저 사람에게 압도 되는가." 

베수비오스 화산 - 나폴리를 내려다 보고 있죠.
베수비오스 화산 - 나폴리를 내려다 보고 있죠.

나폴리 해안선을 걷다보면 단연 돋보이는 하나의 풍경이 있습니다. 바로 베수비오스 화산이죠.

단 한번의 폭발 만으로 폼페이를 삼킨 베수비오스 화산은 여유롭게 휴식중 입니다. 나폴리를 너그럽게 굽어 보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데만 신경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는 전설같이 어렴풋해 졌는 지, 이제는 오히려 든든히 버티고 서서 이 오래된 도시를 지키고 있는 것 같더군요. 

우리가 겪어야 하는 수많은 인생의 사건들이 주는 위압감만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이 주는 고통과 슬픔, 때때로 기쁨의 위압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압적인 권위를 부리는 것은 결코 중요 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이 순간의 '스윙'을 건네는 것 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나폴리 해안가
나폴리 해안가

수많은 창들이 거리로 나 있는 나폴리 골목에서, 재즈가 생각났습니다.

이 골목에서 태어난 피자는 전 세계로 퍼져 한 조각 한 조각 나눠 먹는 모두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정이 듬뿍 서려 있는 도시에서 불편하고 오래된 길, 그래서 너저분 하기도 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위압감을 주지 않는 편안한 길을 걸었습니다. 

이 재즈레터에서 부디 제가 느낀 이런저런 여러 감정이 편안하게 닿기를 바라봅니다.

 

 

그럼 오늘도 같이 들을까요? 😁

 

 

 

  • Napoli Jazz : ’O surdato ’nnamurato 오 사랑하는 병사여 
부드럽고 한들한들 흔들리는 남부 이탈리안의 바람같은 곡입니다. 실제로 나폴리 축구 클럽 S.S.C Neapel 응원가로도 불리고 있다고 하네요. 나폴리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입니다. 
  • Italian Jazz : 요즘 이탈리안 재즈를 들어보자. 
재즈레터를 쓰면서 찾게 된 곡입니다. 커피의 고장이기도 한 나폴리가 떠오르는 곡입니다. "아메리카노가 좋아? 아메리카노가 좋아? 그건 나폴리에서 태어났지!" 라는 가사가 재밌습니다. 아메리칸이 되고 싶냐고 묻는 대목에서 나폴리 사람들이 나폴리탄 커피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을 알면 더욱 재미있게 들립니다. 아, 나폴리 커피 맛이요? 마셔보니 정말 맛있더군요. 나폴리에선 커피를 시키면 언제나 에스프레소가 나옵니다. "un caffè!" 

 

보너스 영상 : (지난 번 첨부한 영상도 잘렸으니 잘리기 전에 보세요. ㅎㅎㅎㅎ)

얼마전에 유튜브에서 보게 된 영상입니다. 만화가 주호민 씨의 재즈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데요. 정말 이거야 말로 재즈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재즈에서 음악성과 이론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만, 일단 들으면서 즐거운 것!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되니까요.  😏

이건 정말, 봐야돼.. : 지지난 호에서도 '주펄'님의 재즈가 뭔지 알아? 영상을 첨부해 드렸으니 이 페스티벌의 시작이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현재는 영상이 비공개가 되었네요. 유튜브에서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로 검색하면 바로 뜹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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