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느덧 11월의 마지막 주, 그것도 조금은 특별한 다섯째 주에 도착했습니다. 갑작스레 차가워진 공기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요즘입니다. 가을의 화려함이 저물고, 겨울의 고요함이 시작되는 이 경계의 시간. 구독자님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보통의 달보다 한 주가 더 있는 이번 주는 마치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덤' 같은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12월의 분주함으로 넘어가기 전,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라고 내어준 시간 말이죠. 이번 주 책숲 뉴스레터는 이 계절의 틈새에서, 한 해 동안 부지런히 읽어온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고 다가올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다가오는 모임들
[11월 모임 일정]
[12월 모임 일정]
참여하실 분들은 링크를 타고 가셔서 참석 의사를 표시하는 댓글 달아주세요 😀
📖 지난 모임 이야기: 11월 22일 운영진픽 『모모』


지난 22일에 열렸던 운영진픽 『모모』독서모임도 정말 알찬시간이었답니다. 저 개인적으로 초등학교 때 읽었던 책인데 뒤늦게 다시 읽으니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었어요. 가장 인상 남는 발제는 이발사 푸지 씨의 대사에 따온 질문이었는데요. “가위질 소리, 잡담, 비누 거품과 함께 내 인생도 흘러가는구나. 대체 이제까지 살면서 이룬게 뭐지? 내가 죽고 나면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예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일 거야.” 여기서 본인의 삶을 푸지씨처럼 세 가지 단어로 요약한다면 어떤 것들로 이루어져 있나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다들 자신의 삶을 세 가지 단어로 요약하기를 주저했는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문학, 무예, 예술이라고 외치던 주호 님이 인상 깊었어요. '시간'에 대한 책이라 그런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는지, 어떤 일에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고요. 시간과 소중한 사람들, 죽음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귀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혜경 님께서 후기도 카페에 올려주셔서 함께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 11월 21일 술술 상영회 <라라랜드>

책숲 덕분에 <라라랜드>를 두 번째 관람하는 기회를 갖게 됐어요! 처음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보게 되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는데요. 최애 장면, 최애 OST, 결말에 대해서, 나의 라라랜드에 대해 다양하게 얘기 나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어요. 개인적으로는 미아의 오디션 독백 장면이 인상 깊더라고요. 각자의 인상 깊었던 장면도 나누고, 서로의 꿈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만추>, <라라랜드>에 이어 세 번째 보게 될 영화는 어떤 것일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좋은 영화 있으면 오픈채팅방에서 추천 부탁드려요!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글쓰기 챌린지에 영화 내용을 녹아냈던 주영 님의 글을 소개하면서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
🎤 회원 인터뷰 : 홍수진님 인터뷰를 열며
책을 깊이 읽어내는 사람과 마주하면, 말의 결이 조금 더 느려지고 마음의 속도가 자연스레 낮아지곤 합니다. 홍수진님은 그런 분이에요. 자유독서모임에서 고전을 풀어낼 때마다, 우리가 지나쳐버린 문장의 숨결까지 건져 올려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두시는 분.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집중하면서도 여백이 있는 이야기들.
책숲에 오게 된 계기부터 발레 이야기, 요즘 마음을 사로잡은 책들까지— 수진님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왜 이분의 목소리가 오래 여운에 남는지 금방 알게 되실 거예요. 이제 천천히, 수진님의 책갈피를 펼쳐봅니다.
1. 책숲에 처음 오시게 된 계기부터 여쭤보고 싶어요. 어떤 순간에 “여긴 나와 잘 맞겠다”는 느낌이 드셨나요?
참여하던 독서모임이 없어져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찾다가 ‘책숲’을 발견했어요. 매달 4회의 독서모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참석한 모임에서 두 조로 나뉘어 진행할 만큼의 인원이 모였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 오랫동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책소개 양식의 도움을 받아 긴장된 상태에서도 발표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자유 모임이었기에 여러 책들이 짧게 소개되는 와중에도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들 설명을 잘 해주시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2. 자유독서모임에서 늘 깊고 단단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잖아요. 그렇게 ‘깊게 읽는 읽기’가 홍수진님께는 어떤 의미인가요?
코로나 때 독서에 취미를 붙였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책을 많이 읽긴 했지만 책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고전책을 읽는 독서 모임에 들어갔는데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짚으며 질문하거나 해석하는 분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거든요. 혼자 읽을 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귀찮다는 이유로 찾아보기 보다 그냥 넘어갔었어요. 모임에 참여하고부터는 발제를 하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질문을 만들고 나를 대입해서 생각해 보기도 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습관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3. 고전 소설을 유독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특별히 고전이 더 끌리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혹은 “이 고전만큼은 꼭 같이 읽어보고 싶다” 싶은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다른 나라, 다른 시대적 배경 등에서 오는 낯섬과 동시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 경험에 대한 공감을 함께 느낀다는 것이 제가 고전문학 또는 해외문학을 읽는 이유예요. 그리고 문학에서 코로나나 인스타그램 같이 동시대의 소재가 나오면 왠지 모르게 손이 잘 안 가는데요. 아마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책을 읽는 건데 너무 나와 가깝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현재와의 거리를 느끼고 싶어서 고전 문학을 찾기도 하고요.
몇 년 전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세 번의 시도 끝에 읽었어요. 겨우 끝까지 읽으며 ‘토할 것 같다‘라는 생각만 하고 다시 읽을 용기를 못 내고 있어요. 제가 발견하지 못한 의미를 다른 분들께서 발견해 주실 것 같아 같이 나눠보고 싶어요.
4. 요즘 읽고 계신 책이나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궁금해요. 어떤 점이 마음을 오래 붙잡았는지 함께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최근 카베 악바르라는 이란계 미국인 작가의 『순교자!』라는 책과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1』을 읽었습니다. 『순교자!』는 종교 이야기가 아닌 오늘날 ‘의미 있는 죽음’은 무엇인가를 말하는 ‘세속의 순교자’ 이야기라고 보시면 돼요. 『내 이름은 빨강』은 이슬람문화권의 화가들과 베네치아(서양) 화가들을 비교하며 그림을 그리는 목적과 그에 따라 생기는 화풍(스타일)을 설명하는 내용이 흥미로워요. 오늘날 그림에 AI를 사용하게 되면서 생길 변화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음을 오래 붙잡은 책들은 곧 있을 12월 인생책 모임 때 소개드릴게요.
5. 발레를 취미로 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발레가 일상이나 독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듣고 싶어요.
일을 시작하고 1년쯤 지났을 무렵부터는 퇴근 후에 기절하듯 잠들지 않게 됐어요. 시골이었던 근무지에서의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하다가 운동(필라테스) 시작했습니다. 체육을 좋아하던 학생도 아니었고 타고난 운동신경도 없는 터라 운동과는 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성취감도 있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리고 잘 못하는 걸 도전해보자라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래서 근무지를 창원으로 옮기면서 발레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만 피곤하거나 수업과 약속이 겹치면 발레를 빠졌어요. 유연성도 코어 힘도 부족하고, 동작을 단순히 외우는 것을 넘어서서 음악에 맞춰 무대를 이동하면서 ‘춤’을 춘다는 게 무척 어려웠습니다. 3~4개월 간은 헤매고 자괴감을 느끼며 다닌 것 같아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동작을 외우는 속도도 빨라지고, 완벽한 춤은 아니더라도 음악에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했다는 느낌은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할 수 없다, 내가 못하는 모습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일상에서도 잘하기 위해 조바심을 내거나 어려운 것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발레에 진심이 되어 발레가 있는 날은 약속도 잡지 않고 다 나가고 있고, 여름부터 토슈즈도 배우고 있답니다.
6. 책 외에도 요즘 홍수진님의 시간과 마음을 채우고 있는 일상이 있으신가요? 최근 몰두하고 있는 것, 편안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몇 년간 꾸준히 하는 독서와 운동이 제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가끔 퇴근 후에 영화보러 가는 것이 주된 제 일상이에요. 위에도 말했듯 시골에서 일할 때는 영화관 하나 없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러가는 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를 생각하며 퇴근 후 10명도 채 안되는 관객들과 함께 한산한 영화관에서 상영을 기다릴 때 소소한 즐거움을 얻어요. 그리고 추석연휴에 만석에 가까운 상영관에서 관크를 여러 번 경험한 이후로는 이 쾌적함이 얼마나 편안하고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최근에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느끼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마사지볼을 굴리고, 우스갯소리로 헬스장에도 운동을 하러가는 게 아니라 스트레칭을 하러 간다고 말할 만큼 스트레칭에 신경쓰고 있어요.
7. 책숲에서 함께한 시간들 중 ‘마음에 오래 남은 장면’이 있다면 어떤가요? 모임의 순간이나 사람들, 혹은 책과 관련된 특별한 기억도 좋아요.
『편안함의 습격』 정기 모임 때 '불편함', '몰입' 등과 같은 주제로 일상을 이야기했던 일이 기억에 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불편함을 만드는 경험 이야기, 경청하는 모습, 파생되어 생기는 질문과 답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혼자서 읽었다면 저자의 경험과 제가 실천하는 것과 비교하는 데서 멈추었을 거예요. 개인사정으로 자유모임에 주로 참석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겠습니다.
8.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자유롭게 한 권만 소개해주세요. 가볍게 읽히는 책도 좋고, 오래 사유하게 만드는 책도 좋아요.

요즘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유명한 『삼체』(류츠신), 『인생』(위화), SNS에서 화제됐던 『연매장』(팡팡)과 같은 중국소설이 인기더라고요. 그에 비해 덜 유명하지만 재밌는 모옌의 『개구리』를 추천할게요.
『개구리』는 산부인과 의사인 주인공의 고모가 산아제한정책을 때 어떤 일을 했는지를 그리는 소설입니다. 과거 한국에서도 실시한 정책이라 친숙한 소재이면서도 공산당 하에서 그 정책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시행되었는지 알 수 있는 소설입니다.
9. 인터뷰 마무리로—다음 인터뷰이로 추천하고 싶은 책숲 친구는 누구인가요? “이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싶은 분을 지목해주세요.
민성님께 부탁드려도 될까요? 모임에서 말씀하실 때도 느꼈지만 책장 소개글에서도 사유하는 깊이 있는 책, 예술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편식 심한 독자인 저는 읽어보지 못한 책들과 민성님의 일상이 궁금하네요.
이제 곧 12월입니다.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하나둘 늘어나고, 연말 특유의 들뜬 분위기도 느껴지네요. 하지만 구독자님,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1월에게 주어진 이 마지막 며칠 동안은 그저 따뜻한 차 한 잔과 좋아하는 책 한 권 옆에 두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차가운 계절, 구독자님의 마음만은 늘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는 더 깊어진 겨울, 12월 첫째 주에 다시 만나요.
책숲 운영진 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