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월간 데일리리포트클럽을 만드는 나은입니다.
갑자기 ‘나는 일을 왜 할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번아웃이 아닌 순수한 물음입니다. 몇년 전, 재직 중이었던 회사에서 동료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나은님은 일이 재밌어요?’라는 물음에, 저는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대답했습니다.
‘일에서 재미 찾은지 오래됐어요..’
그때 전 고작 9년차 디자이너였습니다.
이달의 발견, ‘일의 의미’
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완전히 백지부터 시작하는 초보였기에 경험과 배움이 절실했죠. 지금 생각하면 다소 무례했던 요구에도 발벗고 나섰고, 퇴근 후에도 개인 작업을 하며 실력을 연마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디자인 일을 할수만 있다면 뭐든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재밌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니 나는 행운아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다보면 분명 내 인생에도 빛이 들 거라는 작은 희망과 함께 말이죠(원영적 사고 아니고 나은적 사고).
그때 그 시절, 내 일을 자랑스러워하며 즐겁게 일한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구독자님께 월간 서식을 담아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디자이너로서도 제법 성장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종이에 스케치하고, 컴퓨터로 시각 작업으로 옮기는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10여년 전 꿈꿨던 모습은 얼추 이뤘습니다. 이제는 다음 10년을 그려야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생각이 딱히 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특별히 되고싶은 것도 없고 이루고자 하는 비전도 없는데, 나에게 문제가 있나 싶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엿한 직업인이 되기를 꿈꾸며 고군분투하느라 그 이상을 상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내 코가 석 자인데, 숲을 못 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릅니다. 게임에서 주어진 퀘스트를 완수하고 나면, 그동안 해왔던 일들에 대한 노고를 치하하기보단 ‘앞으로 뭐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처럼요.
나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당연한 수순입니다. 10년 전 내가 생각했던 ‘일의 의미'와 지금은 다릅니다. 그때보다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사고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예요. 하루아침에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저는 일을 통해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되겠죠. 일단은 눈 앞에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는 게 지금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하던 거 매일 하고, 그 과정에서 해야할 일을 떠올라 차곡차곡 해나가면서 살다보면 언젠가는 ‘일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일은 ‘나’라는 존재와 뗄레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독자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떤 모습이 되고 싶으신가요? 다가오는 10월에는 ‘내 일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달도 월간 데일리리포트클럽과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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