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레터

지금 하는 일, 될 거라는 믿음이 있나요?

플랜핏 백현우 대표 인터뷰

2026.05.21 | 조회 3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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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제로 인사이트, 주😈

“기준이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진심으로 믿는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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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 처음 등록하고, 막상 들어가서 뭘 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 한 번쯤은 있지 않으셨나요? 전 세계에서 퍼스널 트레이닝(PT)에 매년 60조 원 이상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혼자서는 어렵고, 도움을 받으려면 비용이 따라오죠.

플랜핏은 이 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AI 운동 추천·코칭 앱입니다. 지금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5년 매출은 50억 원, 그 중 약 40%가 해외에서 나옵니다. 팀원은 13명입니다.

플랜핏 백현우 대표는 한때 교수를 꿈꿨고, 음악을 해보고 싶었고, 게임을 만들었고, 복지 플랫폼도 시도했습니다. 다 접었습니다. 그가 플랜핏을 다시 꺼낸 건 단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이것만이 진심이었다는 것. 매출도 없고 지표도 거의 없던 시기, 그는 무엇을 보고 이걸 계속하기로 결정했는지. 그리고 흑자 전환을 한 지금도 같은 기준을 쓰고 있는지. 오늘 인터뷰는 그 여정을 살펴보기 위해 백현우 대표의 Day 0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진심이 아닌 것들은 다 접었다
2. 날 속이게 되는 순간이 피벗 타이밍이다
3. 세 달 남은 런웨이, 그리고 글로벌
4.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내는 일

 

1. 진심이 아닌 것들은 다 접었다

Q.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걸 하고 싶었나요?

솔직히 꿈은 없었는데, 학창 시절에는 막연히 교수가 되고 싶었어요.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 자기만의 분야를 연구하고, 사회적으로도 멋있어 보이는 직업이니까. 그래서 일부러 자연대를 갔어요. 근데 막상 가보니까 저는 그 학문이 진심으로 좋아서 간 게 아닌데, 거기엔 진짜 넘볼 수 없는, 학문에 진심인 친구들이 있는 거예요. 그런 애들을 보면서 ‘교수는 저런 애들이 하는 거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공대로 전과를 했죠.

그 다음엔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버스킹 동아리에 들어가서 나름 열심히 했는데, 거기서도 깨달은 게 있었어요. 나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거지 음악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노래 부르면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나를 좋아했던 거고요.

그 동아리에서 알게 된 형이 군 전역하고 나와서 “너 나랑 뭐 하나 같이 만들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이 형이랑 하면 재밌겠지 싶어서 그냥 좋다고 했죠. 그게 스타트업이었고,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거였어요. 1년 동안 같이 했는데 결국 잘 안 됐어요. 팀도 흩어졌고요. 근데 그때 저한테 남은 게 있었어요. 저는 항상 사용자였고 컨슈머였는데, 내가 이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느낀 거예요. 거기에 매료가 됐죠. 그렇게 창업의 길로 들어선 것 같아요.

 

Q. 그 뒤로도 접은 아이템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게임 개발이 끝나고 나서 회사에 개발자로 잠깐 들어갔어요. 개발을 배워야겠다 싶어서요. 거기서 대표님이 팀원들 생일 케이크를 매주 챙겨주는 걸 봤는데 점점 단조로워지고 형식적으로 되더라고요. 대표님이 그러셨어요. “나가면 이런 거 챙겨주는 것 좀 만들어봐요.”

그래서 나와서 그런 복지 플랫폼을 만들어 봤고, 좀 만들다가 접었어요. 인사이더스라는 창업 학회에 들어가서 또 다른 아이템들도 잡아봤어요. 사업계획서 써서 내보고, 몇 개 잡았다가 철회하고. 한 1년 정도 그렇게 헤맸죠.

 

Q. 하나를 계속 밀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다 접었어요?

내가 진심이었던 게 딱히 없었어요.

되돌아보니까 제가 그 아이템이나 시장에 진심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냥 그럴 듯해 보이는 거나 돈 벌릴 것 같은 걸 했던 거죠. 교수, 음악, 사업 아이템들. 다 그랬어요.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게 진심이라고 부를 만한 건 아니었어요.

2021년 플랜핏 공동창업자 3인의 모습. 가운데가 백현우 대표.
2021년 플랜핏 공동창업자 3인의 모습. 가운데가 백현우 대표.

Q. 그러다 예전에 혼자 만들었던 앱을 다시 꺼낸 게 플랜핏이었다고요.

2019년에 개발자로 일할 때 취미로 플랜핏이라는 운동 앱을 만들었어요. 시중 운동 앱들이 다 마음에 안 들어서, 제가 직접 쓰려고 만든 거였어요. 목적 없이 취미로 만든 앱이다 보니까 흐지부지됐고 묻혔었죠.

그러다가 여러 아이템을 접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내가 진심이었던 게 있긴 있더라고요. 운동이었어요. 제가 허리 디스크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축구하다가 삐끗해서 엄청 심해졌거든요. 공익근무하는 동안 이걸 제대로 한 번 고쳐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헬스장에 갔어요. 그때부터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운동을 했고, 친구들이 저한테 배우러 오기 시작했어요. 헬스장 가면 항상 ‘아,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르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일처럼 안 느껴질 때도 많았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있었지만 가르치는 거에 진심이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이거 우리 제대로 만들어보자”고 했죠. 2021년에 본격적으로 지표가 올라가면서 그해 6월에 법인을 설립했어요.

 

2. 날 속이게 되는 순간이 피벗 타이밍이다

📒 Editor’s Note:

스타트업 인터뷰에서 ‘그 결정의 근거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는 보통 정량 지표가 답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백현우 대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그게 진심으로 될 거라는 믿음이 있는지. 그리고 그 믿음은 부대찌개를 먹다 받은 모르는 번호의 전화 한 통에서 올 수도 있다고.

Q. 처음 만든 건 본인 같은 사람을 위한 메모장이었다고요.

처음 플랜핏 앱을 다시 시작했을 때는 제가 고객이 돼서 만든 거였어요. 운동을 이미 잘하는 사람이 쓰는 똑똑한 메모장 같은 거요. 근데 하다 보니까 깨달은 게, 어차피 저 같은 사람들은 여기에 돈 쓸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비율이 사실 극히 적어요.

소위 말하는 ‘헬창’들이 많아 보이지만 헬스장에 실제로 가보면 10퍼센트, 20퍼센트도 안 돼요. 대부분은 끊었다 다녔다 하고, 오늘 했다 내일은 안 했다 하는 분들이에요. 그게 80퍼센트 이상이거든요. 그걸 느끼고 나니까 “내가 도와줄 사람들은 중급자가 아닌 것 같다”가 된 거예요.

그래서 7~8개월 정도 중급자용 메모장으로 헤매다가 한 번 크게 피벗을 했어요. 초보자를 위한 운동 추천 앱으로요.

 

Q. 이 아이템을 계속 밀고 가야 할지 바꿔야 할지, 사실 어려운 문제잖아요. 기준은 뭐였나요?

돌아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의사결정의 기준은 딱 하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걸 진심으로 믿는가 아닌가.

옛날에는 어떻게든 방법을 막 찾아내야 된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걸 맡고 있는 사람의 의지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엔 나 같은 사람들, 중급자들이 쓰는 그런 앱을 만드는 걸 진심으로 믿었단 말이죠. 근데 하다 보니까 점점 나 스스로가 안 믿게 되고, 그래서 더 이상 자신 있게 ‘난 이 미래를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이제 날 속이는 거잖아요.

다른 기능들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무조건 이거다 했다가, 디벨롭할수록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속여야 되는 일들이 생기거든요. 그때가 좀 피벗 타이밍인 것 같아요.

 

Q. 그 믿음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정량적인 지표가 믿음으로 이어지는 건 또 아닌 것 같아요. 초기엔 보통 지표가 잘 안 나오니까요. 오히려 가장 중요한 건 유저의 정성적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법인 설립 전 스프링캠프 사무실에서 일하던 시절이에요. 앞에 부대찌개집이 있어서 거기서 밥을 먹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받았더니 “지금 앱이 안 된다”는 거예요. 제가 혼자 개발하던 때라 구글 플레이에 개발자 연락처가 필수로 들어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앱에는 안 나오고 웹사이트를 통해서 들어가야 보여요. 그분이 그 번호를 찾아내서 저한테 전화를 주신 거예요. “나 지금 운동 가야 하는데 앱이 안 되는데, 나 어떻게 운동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당황해서 부대찌개 먹다 내려놓고 사무실로 달려가서 DB에 있는 걸 캡처해서 보내드렸어요. “오늘 이 운동 하시면 돼요” 하면서. 그리고 다시 부대찌개 먹으러 오면서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 앱이 없으면 운동을 못 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생긴 거예요.

우리가 메모장 할 때는 앱이 안 되면 그냥 애플 메모에 적었겠죠. 근데 운동 추천 서비스는, 우리 앱이 없으면 운동을 못 하는 거예요. 인터넷을 뒤져서 개발자 번호를 찾아낼 만큼 간절한 서비스가 됐다는 거잖아요.

지표는 그때 자랑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근데 우리한테 의존하는 유저가 생겼다, 이런 분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고 세계에는 얼마나 많겠냐. 그 감각이 있었어요.

2021년 플랜핏의 첫 사무실
2021년 플랜핏의 첫 사무실

Q. 시드 투자는 어떻게 받게 됐나요?

인사이더스를 통해 알게 된 선배가 스프링캠프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투자 전부터 스프링캠프에서 사무실 공간 등 여러모로 지원을 해주셨고, 계속 교류하면서 플랜핏 상황도 공유했었죠.

그땐 수익화를 안 해서 매출은 없었지만, 유저가 오가닉하게 계속 성장하고 있었거든요. 우리는 그냥 제품만 만들고 있는데 유저가 계속 늘어서, 3개월 동안 10배 늘었나 그랬어요. 그 지표를 보여드리면서 신뢰를 쌓아가다 보니, 2021년 6월에 시드 투자 제안을 받게 됐어요.

 

Q. 그 후 1년 반 동안 매출 없이 끌고 가셨어요.

그때 사실 저는 수익화를 안 하고 싶었어요. 제가 바라보고 있던 게 토스나 야놀자 같은 회사들이었거든요. 하나의 도메인에서 유저를 먼저 모은 다음에 그걸로 다각화하는 그림. 그런 거를 그때는 모두가 꿈꿨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22년까지는 모든 기능이 다 무료였죠.

 

3. 세 달 남은 런웨이, 그리고 글로벌

Q. 2022년 말, 런웨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고요.

그해 들어 시장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다음 투자는 어렵겠다는 게 확실해지고 수익화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죠. 정확한 계산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22년 말쯤 런웨이가 딱 3개월 남았었어요. 그래서 팀원들한테도 있는 그대로 얘기했어요. 3개월 후에 통장에 돈이 0원이 된다고.

물론 그 사실을 숨길 수도 있죠. 근데 일단 제 성격상 숨기는 걸 잘 못하고 더 불편해요. 그리고 이런 얘기를 팀원들한테 했을 때 마음이 떠날 사람은 떠나도 상관없다, 지금 우리는 그런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 마음이었어요. 오히려 이 얘기를 듣고 전투력이 올라가는 사람만 남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Q. 그러고 한 달 반 만에 바로 수익화를 하셨죠.

원래 목표는 한 달이었는데 한 달 반이 걸렸어요. 12월부터 준비해서, 제 기억으로는 23년 1월 24일에 딱 열었어요. 첫 달 매출이 5천만 원이었어요. 우리가 쓰고 있던 번(Burn)보다 많은 금액이었죠. 사실상 그때 바로 흑자가 된 거예요.

그게 가능했던 건 그때 MAU가 한 10만 정도였거든요. 1년 반 동안 쌓아놓은 트래픽이 있었고 충성 고객이 있었어요. 무료로도 쓸 수 있는 구조였는데 1천 명 넘는 분들이 한 번에 결제를 해주셨어요.

 

Q. 같은 시기에 글로벌도 동시에 열었다고요.

시장 규모상 한국에서 구독 앱의 매출 상한선이 명확히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수익화랑 글로벌을 동시에 하겠다는 거였는데, 진짜 동시에 열었어요. 영어로 번역해서 열고, 결제도 같이 열고.

근데 그땐 어쨌든 생존해야 되니까 글로벌 쪽을 잘 되게 할 여력이 아예 없었어요. 결과적으로 한국 결제가 먼저 살아났고, 23년에는 그냥 생존에만 집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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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글로벌 출시 당시플랜핏 서비스 화면
2023년 글로벌 출시 당시
플랜핏 서비스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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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격적으로 글로벌을 진출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예요?

24년 중순쯤이었던 것 같아요. 흑자가 계속 나고 있으니까 이제 글로벌을 제대로 볼 때가 된 것 같다 해서 미국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게 거의 2년 돼 가요. 지금 매출의 약 40%가 해외에서 나오는데, 그래도 미국 시장에서는 차트나 매출 순으로 봐도 완전 언더독이에요. 거기를 뚫어내는 게 지금 제일 큰 고민이죠.

 

Q. 작년에 가장 후회되는 결정이 있다고 하셨어요.

작년에 미국에서 성장이 너무 더뎌서 답답했어요. 근데 다행히 미국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쓰는 돈보다 버는 돈이 많아진 거예요. 그러니까 잠깐 딴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 그러면 다른 국가로도 확장 가능한 거 아닌가?” 하고. 그래서 갑자기 국가를 한 10개 추가했어요. 영국, 호주, 캐나다, 동남아. 한 번 쫙 뻗쳐보자.

딱 오픈하니까 지표는 그럴듯하게 나와요. 볼륨도 좀 늘고요. 근데 한 3~4개월 해보니까 느낀 게 있어요. 각각의 국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거예요. 마케팅이나 프로덕트 관리 퀄리티가 떨어지고, 한국이랑 미국에서 나오던 속도가 안 나와요. 팀원들끼리 소통도 안 돼요. 누구는 호주 안드로이드의 전환율 하락 문제를 보고 있고, 누구는 한국 iOS 20대 여성의 CS를 보고 있고, 누구는 영국 마케팅을 보고 있고. 말이 안 되는 거죠.

 

Q. 그래서 어떻게 정리하셨어요?

다 철회했어요. 마케팅 다 빼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때 우리가 글로벌을 하려면 결국 미국 시장을 뚫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사실 그걸 알고는 있었어요. 알면서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잠깐 외면하고 그냥 볼륨 늘리겠다고 무리하게 뻗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기간 동안 미국에 쏟아야 할 리소스를 다른 국가에 분산하고 있었던 거예요.

 

4. 가장 중요한 것을 알아내는 일

Q. 6년 차에 13명, 어찌 보면 정말 적은 인원인데요.

작년에 매출이 50억 원이었고 그때 인원이 한 10명 언저리였거든요. 인당 매출액이 큰 편이긴 해요. 일부러 엄청 숫자를 제한해서 안 늘렸다기보다는, 채용에 대한 기준을 높게 잡으려고 노력해요. 지금 한 명 한 명이 정말 핵심 인재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분들을 모셔오고 싶고요.

그리고 인원을 좀 늘려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쨌든 입사자가 들어오면 온보딩 때문에 기존 팀원들의 리소스도 많이 들잖아요. 그런데 막상 핏이 안 맞아서 몇 달 일하고 나가게 되면 감정적인 동요도 있고. 단순히 많이 뽑는 것보다 팀원들이 더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Q. 시드 이후에 추가 투자 라운드도 아직 진행하지 않으셨어요.

주변에 몇 백억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창업가 분들도 계세요. 그렇게 해야 하는 비즈니스가 있고, 그걸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있는 거겠죠. 그런데 제가 그리고 있는 비전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그런 말을 한 게 있어요. “우리는 소수의 주주로 남는 게 결국 궁극적인 꿈이다, 그래야 우리가 생각하는 기업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우리가 생각하는 선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그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오래 지속 가능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자,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인원을 적게 유지하는 것도, 추가 라운드를 서두르지 않는 것도, 결국 그 그림 안에서는 같은 결정인 것 같아요.

작년 9월, 플랜핏 팀의 부산 플레이샵
작년 9월, 플랜핏 팀의 부산 플레이샵

Q. 그러면 지금 그리고 계신 플랜핏의 미래는 어떤 걸까요.

저희 비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누구나 원하는 몸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에요. 근데 이걸 얘기하면 주로 에스테틱한 몸만 떠올리거든요. 저희가 진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조금 달라요.

가끔 이런 리뷰가 달려요. “비만 때문에 대인기피증이 생겼었는데 플랜핏으로 20킬로그램을 감량했고, 처음으로 사람과 웃으며 대화할 수 있게 됐다. 거울 앞에 있는 내 모습을 혐오했는데 처음으로 나 자신을 거울에서 똑바로 볼 수 있게 됐다.”

저는 그게, 약간 과장하면 ‘와, 이게 내가 태어난 이유일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가 진짜 이 사회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려면 저런 분들을 도와드려야 된다고 믿어요. 개인이 의지만으로 실천하기는 너무 어렵거든요. 근데 PT 받으려면 한 달에 70~80만 원을 내야 되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사실 많지 않으니까. 그걸 기술로 해결하는 게 결국 우리 비전인 거죠.

 

Q. 그 비전에 얼마나 가까워졌다고 보시나요.

지금은 아직 전 세계로 뻗쳐나가는 감각까지 오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아직 미국에서 언더독이고요. 근데 그걸 느끼는 순간이 오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저 멀리에서 우리 걸 써주고 있는 그런 감각이요.

단순히 돈에만 집중한다면, 매출을 올리는 방법은 다양해요. 광고 붙이고 커머스 붙이고, 대기업 협업해서 상품 판매하고. 근데 저는 그것보다는 듀오링고* 같은 서비스가 되고 싶어요. 한 도메인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일등으로 써야 하는 상징성. 듀오링고가 작은 부의 재분배를 하고 있다고 얘기하거든요. 부유한 나라의 프리미엄 사용자가 돈을 내고, 그 돈으로 개발도상국에 무료로 제공한다는 거예요. 그런 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런 회사가 되고 싶어요.

*듀오링고(Duolingo):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언어 학습 앱. 무료와 유료 구독 모델을 함께 운영하며,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플랜핏 라이프의 핵심 가치 How We Work
플랜핏 라이프의 핵심 가치 How We Work

Q. 마지막 질문인데요. 대표님의 Day 0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Day 0가 두 가지일 것 같은데요.

먼저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랑 플랜핏 아이템을 두고 “우리 창업하자”라고 했던, 그날의 Day 0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가능한 빨리 모든 것을 걸어라”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그땐 제가 이것 저것 간을 보고 있었어요. 학교도 다니고 있었고 다른 생각도 많이 했어요.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거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요. 근데 결국 둘 다 휴학하고 잘 됐거든요. 계속 고민만 하는 건 정말 시간 낭비인 것 같아요. 아니면 그냥 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할 것 같고요. 스타트업은 웬만한 각오로는 안 되는 곳이니까요.

두 번째로 플랜핏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시점의 Day 0라면, 그때의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데 시간을 써라”라고 할 것 같아요. 지금 후회되는 일들을 돌아보면 다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잘 몰랐을 때였거든요.

옛날에는 너무 ‘실행’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우리한테 제일 중요한 게 뭔지를 알아내는 데 시간을 진짜 많이 써요.

 

Q. 그걸 알아내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지금도 저는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웃음) 근데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태로 일을 하는 거랑, 그냥 손에 잡히는 거 빨리빨리 하는 거랑은 완전 다른 것 같아요.

후회되는 지난 일들을 읊어 보면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잘 몰랐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여러 개를 하거나. 작년에 10개국 연 것도 그랬고요. 한 번 결정하면 팀원들이 다 뛰어들어서 시간을 엄청 쓰니까.

옛날에는 비즈니스 의사결정이 바꾸기도 쉬웠고 돈도 몇백 쓰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규모가 많이 커져서 “이번 달 우리 이걸로 갑니다” 하면 억 단위의 돈이 쓰이기도 하고요. 저 개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 손실이 나면 그걸 인정해야 되는데, 그게 늘 어렵죠. 지금도요. 창업가의 숙명 아닐까 싶어요.

 

📒 Editor’s Note:

백현우 대표와 한 시간 넘게 이야기하면서 가장 자주 들은 단어는 ‘진심’이었습니다. 아이템을 접은 이유도, 피벗을 결정한 기준도, 13명의 인원으로 플랜핏이 그리고 있는 미래도. 결국 같은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이걸 진심으로 믿는가. 그리고 그 답이 흔들리는 순간을 그는 “날 속이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업의 의사결정이 데이터와 논리만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면, 조금 다르게 읽혔을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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