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알못이라도 칼럼이 쓰고 싶어! #11

K리그가 밍밍하다며 K리그가 가진 상처에 소금을 뿌린 그대에게 하고픈 이야기

2021.12.28 | 조회 5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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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따전의 축구세상

축알못이지만 축구를 사랑하는 일반인

'언비천리(言飛千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사자성어다. 옛날 어른들이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말했던 격언으로 말이란 순식간에 멀리까지 퍼져 나가고 한 번 말하면 물과 달리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만큼, 말하기 전에 한 번쯤은 신중하게 생각해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말이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자신이 말한 말로 인해 자기 인생이 좋아지거나 망칠 수도 있는 사례가 현실에서도 많이 나온다. 그렇기에 우리는 말 한 마디를 하기 이전에 '과연 이야기해도 문제가 없는가'라고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생각해보라고 듣는다.

그런데 최근, 모 팟캐스트에서 나온 진행자의 말 한 마디가 K리그 팬들을 분노케 했다. 해당 발언은 지난 27일 방영한 팟캐스트 <정영진·최욱의 매불쇼>에서 나왔다. 해당 회차에서는 최근 편집 조작으로 논란이 됐던 <골 때리는 그녀들>에 대해 다뤘다.

골때녀의 애청자라고 밝힌 해당 진행자는 골때녀의 편집 논란에 대해 "예능의 본질을 훼손했다. 매번 각본 없는 드라마라더니 각본이 있었다. 제작진뿐만 아니라 편집 논란에 책임이 있는 배성재씨도 방송에서 내려오는 게 맞다고 본다. 경기 내용이 조작된 게 확인된 이상 배신감이 든다. 앞으로 방송을 보면서도 '가짜'라는 생각이 들어 재미가 반감될 것 같다."라고 말하며 골때녀를 크게 질책하는 발언을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이후 '진짜 스포츠를 보고 싶으면 차라리 K리그를 보라'는 다른 진행자의 질문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논란의 발언을 한 진행자는 "K리그와는 다르다. 저도 K리그는 안 본다. K리그는 조작 좀 해라."라고 말했다. 다른 패널이 "승부 조작은 큰 문제"라며 당황해하자, 해당 진행자는 "밍밍하다. 싱거워"라며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해당 발언이 커뮤니티에 퍼진 이후 해당 발언이 '경솔했다'는 의견부터 'K리그를 안 본다면서 싱겁다는 것은 무슨 뜻이냐'는 의견까지 해당 진행자를 비판하고 성토하는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렸다. 필자 또한 '입으로 흥하고 입으로 망할 수 있는 방송인이 엄연한 범죄 행위를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며 해당 발언에 크게 화가 났다.

승부조작 사태로 큰 상처를 입고 부정행위 근절 서약을 한 것이 불과 10년 전이다. © 연합뉴스
승부조작 사태로 큰 상처를 입고 부정행위 근절 서약을 한 것이 불과 10년 전이다. © 연합뉴스

K리그는 불과 10년 전 승부조작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 2011년 승부조작 당시 국가대표 출신 선수까지 적발되는 등 K리그 내 선수들이 무더기로 승부조작을 한 사실이 적발되고 최대 영구제명까지 당하는 등 조작은 한국 축구계에서 영원히 씻을 수 없는 흑역사이자 상처로 역사에 남았다.

승부조작의 위험성과 스포츠 팬이라면 다 안다. 간단히 말하면 스포츠에 근간이 흔들리는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우선 승부조작은 일부러 패배하고 승부의 결과를 예측하는 도박을 통해서 이득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승패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의 투명성이 사라지며 이것이 도박으로 연결되어 조폭의 수입원 등을 제공하여 사회악을 키우게 되는 등 사회 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스포츠를 이야기할 때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연출 없는 감동에 스포츠에 끌린다. 그런데 그 스포츠에 조작이 들어간다면 이는 스포츠의 존재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승부조작은 팬을 아주 우습게 보고 기만하면서 속이는 것이다. 이는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1년 K리그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은 대게 브로커가 조폭을 끼고 접근해 선수에 협박하거나 합의를 보는 형식으로 진행 프로 구단에 조폭이 개입해서 착수금을 건네며 경기 결과를 조작하고 먼저 포섭된 선수가 돈을 주는 대가로 동료 선수를 포섭한 후 조작을 하고 이 부분에 다시 거액을 베팅하여 이득을 챙기는 방식을 사용했다.

경기는 주로 언론의 관심이 적은 리그컵 대회가 타깃이 됐고, 브로커를 통해 매수된 선수들은 경기에서 일부러 실수를 하거나, 고의적으로 수비를 느슨하게 하여 실점 빌미를 제공하는 식으로 경기에서 패배하려 했다.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승부조작 자체도 문제지만, 승부조작 사건 때문에 사람이 죽은 적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11년 승부조작 사태 후 연루자 중 자그마치 3명이 사망했다.

브로커 역할을 맡았던 정종관은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마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이경환은 축구계에서 퇴출되어 영구제명 이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역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한 前 상주 상무 이수철 감독은 승부조작에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뇌물수수 사실이 드러났고 재판을 통해 승부조작 누명은 벗을 수 있었지만, 재판을 통해 이미 많은 돈을 소진했고 이미 언론을 통해 소문이 퍼져서 아들의 대학 입학이 취소되는 등 경제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렇듯 많은 축구인이 퇴출되고 심지어 세상을 떠나게 만든 승부조작 사태는 K리그에 절망만 남겼다. 단순히 축구계가 황폐해진 것뿐만 아니라 스포츠 팬의 신뢰를 잃었고 이는 자연스레 K리그의 이미지 및 인기 하락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일련의 심판매수 사건으로 이미지는 더 하락하고 K리그는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사건은 한국 축구계에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되는 비극으로 남게 되었다.

K리그를 보고 안 보고는 개인의 자유다. 필자처럼 K리그가 재밌어 한 팀의 팬이 되고 그 구단을 위해 진심을 다해 응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K리그에 크게 끌리지 않아 잘 안 보고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한다. 어떻게 5천만 국민이 하나같이 똑같은 걸 좋아하고 싫어하겠는가. 성향이 다른 만큼, 좋아하는 것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해당 발언은 존중없는, 흔히 말하는 '선 넘은 발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승부조작이 이루어지는 경위를 모른다고 해도 본인이 재밌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재밌자고 조작을 얘기하는 것은 비단 축구팬, 축구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스포츠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돈 하나로 생겨나는 승부조작은 한 축구선수의 선수 생활이 끝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말을 하기 이전에 해당 발언은 절대 농담으로라도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해당 실언을 한 최욱 씨에게 부탁한다. 해당 발언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지길 부탁한다. K리그가 밍밍하다며 K리그가 가진 상처에 'K리그는 조작 좀 해라'라는 소금을 뿌린 최욱 씨의 발언을, 농담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골때녀의 편집 조작을 성토하면서 정작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 행위인 승부조작이란 단어를 경솔하게 언급한 것을 생각한다면 더 이해할 수 없다. 혹시라도 최욱 씨가 이 글을 읽는다면, 해당 칼럼과 연관지어 서문에 언비천리(言飛千里)를 왜 언급했는지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한 번 흘린 말은 더 이상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앞으로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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