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는 팬을 만들지 않는다

구독자 30명, 정말 망한 걸까요?

2026.10.16 | 조회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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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

지난주 한 커뮤니티 모임에서 만난 분과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자책 플랫폼에서 마케팅을 하면서 퇴근 후 유튜브를 찍는 직장인 크리에이터, 이 글에서는 J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J님은 올해 영상 10개를 올리고 멈춘 상태였습니다. 구독자 30명. 본인 입으로 "망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를 공부해야 하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형태로 패키징을 바꿔야 하나, 조회수 터지는 걸 따라가야 하나 고민 중이었습니다.

저는 유튜브 1세대로 60만 채널을 만들었고, 그 뒤로 조회수와 구독자를 단기간에 올리는 일만 수년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이 무섭도록 의미 없을 수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날 J님에게 했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보냅니다. 1인 크리에이터라면 어느 지점에선가 똑같은 갈림길에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1. 조회수와 구독자는 팬을 만들지 않는다

유튜브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구독자 10만을 넘기면 유튜브가 파티를 열어줬습니다. 그 파티에 매달 갔습니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살아남은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조회수와 구독자로 올라간 채널은 조회수가 꺾이면 같이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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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순합니다. 조회수를 올리는 전략은 팬을 만드는 전략과 다릅니다. 조회수는 트렌드를 타야 나오고, 트렌드를 타려면 내 정체성이 계속 바뀌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그 영상을 보고 들어왔지, 나를 보고 들어온 게 아닙니다.

컨설팅을 하면서 매번 겪는 장면이 있습니다.

  1. 고객: "팔로워랑 조회수만 올려주세요."
  2. 올려드립니다. 구매는 안 일어납니다.
  3. 고객: "왜 구매가 안 일어나죠?"
  4. 구매 전환은 다른 전략입니다. 전환 전략으로 바꾸면 조회수가 10분의 1로 떨어집니다.
  5. 고객: "조회수가 왜 빠지죠?"

노출을 올리면 일정 비율로 전환이 생긴다는 공식은 노출이 귀하던 시절의 공식입니다. 지금은 노출이 너무 흔해져서 사람들이 광고라는 걸 알고 신뢰하지 않습니다. 전환율은 극도로 낮아졌습니다. 최전선에 있는 마케팅 회사들은 이미 압니다. 100억 매출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제 친구는 인플루언서를 고를 때 구독자나 조회수로 거르지 않습니다. 댓글과 좋아요, 즉 팬덤의 흔적으로 거릅니다.

문제는 이걸 책으로 배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책은 "과거에 잘 나갔던" 마케터가 씁니다. 현직 최전선 마케터는 바빠서 책을 안 씁니다. 그래서 지금 유튜브를 시작하는 사람은 10년 전 공식을 읽고 시작합니다.

2. "팬 1,000명으로는 못 먹고산다"는 반박이 틀린 이유

J님이 물었습니다. "진짜 팬 1,000명이면 먹고산다는 이론, 그걸로는 절대 부족하다는 반박도 들었는데요."

반박하는 사람들의 머릿속 계산은 이렇습니다. 카페에 팬 1,000명이 있다. 그러면 커피 1,000잔을 판다. 그걸로 어떻게 먹고사나. 신발 5만 원짜리를 한 달에 1,000켤레 팔면 돈은 벌지만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계산은 팬을 고객으로 착각한 계산입니다. 팬 1,000명이 있으면 세 가지가 달라집니다.

  • 가격이 달라집니다. 같은 커피를 5,000원이 아니라 1만 원에 팔 수 있습니다.
  • 회전이 달라집니다. 팬은 한 번 사고 끝나지 않습니다.
  • 상품이 달라집니다. 미국에는 연회비가 1억 원에 가까운 CEO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1,000명이면 계산이 어떻게 되는지 해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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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가끔 보는 희한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팔로워 1,000명인데 월 1억을 버는 계정. 기존 마케터들은 "구라"라고 합니다. 일반 전환율로는 나올 수 없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조회수를 신봉하던 시절에는 해석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조사했고,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그들에게는 추종자가 있었습니다. 상품이 비싸든 싸든 상관없이, 그 사람이 하면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구독자 30명을 하찮게 보면 안 됩니다. 1만 명 중 찐팬이 한두 명인 채널은 너무 많습니다. 30명 중 10명이 찐팬이라면 그 채널은 이미 이긴 겁니다. 다만 그게 눈에 안 보이니까 모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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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두 개의 나무: 뿌리가 돈이냐, 정체성이냐

제가 그날 종이에 그려가며 설명한 구조입니다. 단은 똑같이 네 개인데, 뿌리가 무엇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됩니다.

돈이 뿌리인 구조와 정체성이 뿌리인 구조 · 각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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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위 세 단을 통째로 갈아끼우고,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이 정체성입니다. 오른쪽은 뿌리가 그대로이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뀌면 콘텐츠와 수익 모델만 바꿉니다.

왼쪽 구조의 실제 모습은 이렇습니다. "요즘 AI에 돈이 몰린대. 20대를 잡자. 20대는 AI 툴을 원하니까 AI 툴을 팔자. 그러려면 우리는 AI 전문가가 돼야 해." 그러다 돈이 침대로 옮겨가면 AI 전문가는 침대 전문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콘텐츠로 치면, 제로투 댄스가 터지면 내 정체성은 춤추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유튜버들이 번아웃이 오는 이유입니다.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자기를 갈아끼워야 하니까요.

오른쪽 구조는 반대로 갑니다. "나는 팬덤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나를 필요로 할 사람은 팬을 만들고 싶은 30~40대 전문가다. 그들에게 줄 콘텐츠는 팬덤 이론과 정체성 설계다. 돈은 그 위에 강의든 컨설팅이든 붙이면 된다." 어느 날 그들이 "정체성은 알겠고 이제 조회수 올리는 법도 알고 싶다"고 하면 콘텐츠를 바꾸면 됩니다. 뿌리는 그대로입니다.

왼쪽은 초반에 행복하고 뒤로 갈수록 멘탈이 털립니다. 오른쪽은 초반에 멘탈이 털리고 완성되면 장기적으로 온전해집니다. 돈을 보고 들어갔는데 운 좋게 정체성과 맞아떨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강의에서 "여러분, 돈을 보고 가세요"라고 말합니다. 자기가 운이 좋았다는 걸 모르는 겁니다.

다음 편 예고. 여기까지 들은 J님이 물었습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조회수가 터지면 안 흔들릴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알고리즘이 정체성을 흔드는 방식, 조회수 대신 봐야 할 지표, 그리고 직장을 다녀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에 대한 답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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