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10만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방법을 몰랐습니다

러시아에서 공항까지 마중 나온 팬들 — 그게 전략이 아니라 우연이었다는 걸 12년 뒤에 알았습니다

2026.09.10 | 조회 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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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10만 팬덤을 만들고도, 왜 그걸 몰랐을까

제 이론은 맞았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걸 증명했습니다

12년 전, 저는 '한국남자’라는 채널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영국남자’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영국남자가 영국 사람이 한국인에게 콘텐츠를 보내는 구조였으니, 저는 그걸 뒤집었습니다. 한국 남자가 외국으로 콘텐츠를 보내는 방식. 타깃은 러시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채널을 시작한 진짜 이유는 유튜브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가 개발한 매력 이론을 테스트해보고 싶었습니다. 매력에 관해 책도 썼지만, 그 책 내용을 계속 발전시켜서 만든 제 나름의 이론이 있었어요. 궁금증은 하나였습니다. 일반인도 유명한 사람들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2년 만에 구독자 10만을 넘었습니다. 저는 그것만으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조회수가 올라간다는 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뜻이고, 그러니까 내 이론이 맞았다고. 증명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그때 잘못된 걸 증명했습니다.

제 매력 이론은 정확히 작동했습니다. 관심을 끄는 법, 조회수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는 맞았어요. 그런데 그 채널에서 실제로 일어난 더 중요한 일은 조회수가 아니었습니다. 팬덤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팬덤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 저는 아무 이론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만든 게 아니라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었고, 저는 그걸 제 실력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러시아 단가가 낮았던 게 오히려 축복이었습니다

그때 제 상황을 정확히 말하면, 저는 유튜브로 돈을 벌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가 앞으로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냥 제 지적 욕구를 채우려고 시작한 거라서, 채널을 운영하는 동안 아르바이트도 하고 영업사원으로도 일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했습니다. 유튜브로 돈 벌 방법이 없을까. 유튜브 하는 지인들을 만나 물어보니 조회수로 돈을 번다는 겁니다. 문제는 제가 송출하던 곳이 러시아 위주였고, 러시아는 조회수당 단가가 굉장히 낮았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조회수로 돈 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 대목이 지금 보면 아이러니합니다. 돈이 안 됐기 때문에 저는 조회수를 안 쫓았고, 조회수를 안 쫓았기 때문에 팬덤이 생겼습니다. 시장 조건이 저를 우연히 옳은 방향으로 밀어준 거예요.

그리고 조회수가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저는 그 자산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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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된 이론을 들고, 가장 쓸모없는 곳으로 갔습니다

전략을 바꿨습니다. 어차피 내 이론은 증명됐고, 이 이론대로면 조회수와 구독자는 내가 원하는 만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른 채널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협업도 했고, 실제로 원하는 만큼 조회수를 뽑았습니다.

저는 굉장히 의기양양했습니다. 다 잘 됐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들어 심하게 현타가 왔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제 조회수는 옛날처럼 안 나옵니다. 제작 환경도, 유튜브 생태계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조회수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아닐뿐더러, 이게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사람의 모습과 생각이 나이에 따라 바뀌듯이, 내가 살고 있는 상황과 정세도 계속 변한다는 것. 전문 제작사와 대형 방송사가 유튜브에 들어오면서 기존 유튜버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조회수가 잘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된 겁니다. 거기에 유튜브도 수익을 적게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계속 바꾸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회수로 돈을 벌겠다는 전략 자체가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래서 2년 전에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때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그러면 뭐가 핵심인가.

답은 팬이었습니다. 나의 지지자를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팬은 단순 조회수보다 훨씬 오래 저를 지지해줍니다. 제가 말하는 내용을 더 신뢰합니다. 제가 파는 상품에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저를 증명해주는 사람들이 됩니다.

그래서 2년간 팬덤 이론을 조사했습니다. 아직 완성하지 못했지만 틀은 잡혔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마케팅, 아이돌 마케팅 쪽에 이미 정보가 많이 나와 있어서, 그걸 취합해봤어요. 그랬더니 일정한 패턴이 보였습니다. 그 패턴을 제가 정의 내렸고, 지금은 그 정의가 맞는지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아주 불편한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과거에 팬덤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데, 왜 지금은 못 만들까.

제 이론을 제 과거에 대입해봤습니다

그래서 정리해둔 팬덤 이론을 가지고 12년 전 제 채널에 대입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저도 그때 세 가지를 다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매력적 실용 가치, 사회적 정체성, 서사적 참여.

첫째, 실용 가치입니다. 저는 '한국 남자에 관련된 것만 정보를 취합해서 올린다’는 원칙으로 갔습니다. 그게 그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실용 가치였어요. 왜냐하면 그 당시 한국 문화나 한국 남자에 관한 정보를 러시아에 송출하는 사람이 저 포함 두세 명밖에 없었습니다. 정보가 귀했던 시절이라 그게 정말 중요한 정보였습니다.

그리고 이게 심리적 부채감을 만들었습니다. 귀한 걸 계속 무료로 받으면 사람은 '이 사람한테 뭔가 갚아줘야 되겠다’는 심리가 생깁니다. 저는 그 부채감을 설계한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시장에서 제가 우연히 희소했습니다.

여기서 지금 무서운 지점이 나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희소하지 않습니다. 그때는 시장이 저에게 희소성을 줬지만, 이제는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서사적 참여입니다. 저 말고도 여러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친구 여섯 명 정도를 불러서 각자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냥 재미있어서 한 겁니다. 알고 한 게 아니라 “너는 이런 캐릭터고 너는 이런 캐릭터야” 하면서 장난처럼 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캐릭터들 사이에 관계성이 생기고, 우리끼리 장난치며 노는 콘텐츠가 쌓이면서 하나의 스토리가 됐습니다. 서사가 만들어진 거예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정보만 있는 채널은 대체됩니다. 더 정확하고 더 빠른 곳이 나오면 끝입니다. 그런데 관계는 대체가 안 됩니다. 같은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열 명 생겨도, 내가 아는 그 사람은 한 명입니다.

셋째, 커뮤니티입니다. 그리고 이건 진짜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지금도 그렇지만, 페이스북 같은 것보다 자기들만 쓰는 커뮤니티 플랫폼이 있습니다. 저는 그 플랫폼을 몰랐어요. 그런데 제 구독자 한 분이 "거기서 커뮤니티를 운영해라, 러시아 사람들이 더 많이 간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제안을 준 구독자에게 말했어요. “그럼 네가 운영해라. 내가 필요한 정보는 다 줄 테니까 네가 운영해.” 그래서 그분이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들어가 보니 하루에 서른 개, 마흔 개씩 글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자기들끼리 밈을 엄청 만들어서 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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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열 명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다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러시아 한번 가보자. 진짜로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한테 커피 한 잔이라도 사줄 사람이 있을까?”

솔직히 제 생각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유튜브라는 공간, 특히 외국인이 외국에 송출하는 상황이니까 좋아하는 마음이나 인지도는 생겼을 수 있어도 나를 직접 찾아와서 만나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친구와 러시아에 갔더니 공항부터 열 명 정도가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제 어디로 간다’는 글을 올릴 때마다 그 장소에 서른 명, 마흔 명씩 모였습니다. 도시 네 군데를 갔는데 갈 때마다 그렇게 모여주셨어요.

그때는 그게 제 인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가능했던 건 제 구독자가 운영한 그 커뮤니티 때문이었습니다.

콘텐츠는 나와 시청자 사이의 선입니다. 선은 끊기면 끝납니다. 커뮤니티는 시청자와 시청자를 잇는 그물입니다. 그물에 들어온 사람은 나 때문에 남는 게 아니라 다른 팬들 때문에 남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이 채널을 보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정체성이 생깁니다. 커뮤니티는 수단이고, 정체성이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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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기부터입니다

이 모든 게 우연으로 일어났습니다. 우연히 상황이 발생하고, 우연히 정체성이 쌓이고, 우연히 서사가 만들어지고, 우연히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이론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지금의 브랜드들과 스타들이 전략 없이 성공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분명 엄청난 전략을 썼을 겁니다. 저도 전략은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팬덤 형성 전략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진 상태로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브랜드나 스타들도,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팬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프로세스가 아니고 상당 부분 우연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2년간 조사하면서 확인한 게 이걸 뒷받침합니다. 팬덤을 정확하게 정의 내린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들 다른 이론을 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다른 이론들 안에 공통된 패턴은 일관되게 존재했습니다. 다만 그걸 이름 붙인 사람이 없고,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름이 없으면 관리할 수 없습니다. 관리할 수 없으면 재현할 수 없고, 재현할 수 없으면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제가 10만을 만들고도 12년간 아무것도 못 배운 이유가 정확히 이것입니다. 제 성공에 이름을 붙여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사명감 같은 게 생겼습니다

이 팬덤 이론을 더 명확하게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더 쉽게 설명할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제가 이걸 해내면 두 가지가 가능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뜻이 맞고, 자신의 정체성에 맞고,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리더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리더들 역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요즘 그런 생각을 하면 사명감이 좀 느껴집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 지인분들을 싹 다 만나서 인터뷰할 생각입니다. 팬이 있었던 분이든 없었던 분이든,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 거라고 보는지, 그리고 제가 가진 팬덤 이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려고요. 거기서 나온 정보 소스를 제 이론에 대입해서 맞는지 안 맞는지 비교 분석하는 콘텐츠를 만들 계획입니다.

제 이론도 정리될 때마다 계속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저와 같이 이 이론을 완성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는 건 다 드릴 겁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더 빨리 완성해서, 나와 뜻이 맞고 내가 갖고 싶었던 정체성을 주는 리더를 많은 사람이 찾게 만들고 싶습니다. 리더들은 자신을 지지해주고 꿈을 발전시켜줄 지지자를 모을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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