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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회사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지난 주 2026년 중간 보고서를 냈습니다. 글래스도어는 직원들이 자기 회사를 익명으로 평가하고 리뷰를 남기는 사이트인데, 거기서 쌓이는 데이터로 분기마다 미국 직장인들이 회사와 경영진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잡아내죠.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숫자가 있습니다. 2026년 4월 기준으로 미국 직원들이 자기 회사 경영진에 매긴 평균 평점이 3.5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2017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같은 자료에서 misalignment(엇박자) 언급은 1년 전 대비 95% 늘었고, disconnect(단절)는 52%, distrust(불신)는 18% 늘었고요.
리뷰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가 AI였다는 점도 짚어둘 만합니다. 1년 전 대비 240% 증가. 2025년에는 직원들이 AI를 언급할 때 55%가 긍정이었는데, 2026년에는 53%가 부정으로 뒤집혔습니다. 1년 만에 정반대가 된 거고요.
그런데 보고서 안에 의외의 한 줄이 있습니다. AI에 가장 노출된 직군(번역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카피라이터 등)의 실제 만족도 하락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직원들은 잔뜩 불안해하지만, 실제로 AI가 일자리를 대량으로 가져가고 있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거죠.
그럼 직원들은 왜 화가 났을까요?

AI를 강요하면서 AI 핑계로 해고하기
글래스도어의 경제학자 다니엘 자오(Daniel Zhao)의 진단은 뭐였을까요. 인터뷰에서 한 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팬데믹 절정 때 회사 리더들은 솔직했고 자기들도 모른다고 인정했지만, 지금은 다시 기업 화법으로 돌아갔다. 직원들은 더 이상 리더가 자기 편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실제 메커니즘은 좀 더 구체적입니다. 회사들이 AI 투자 예산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돈을 어디서 가져올지가 문제거든요. 정답은 인건비를 줄이는 거고요. 그런데 그냥 "우리가 AI에 돈 쓰려고 너희 자른다"라고 말하면 분노가 향할 곳이 분명하니까, 대신 "AI가 너희 일을 대체할 수 있어서 자른다"고 발표합니다. 같은 결정인데 책임이 사람에서 기술로 옮겨가는 셈이죠.
직원들 입장에서 더 환장하는 건 회사가 동시에 AI를 일에 적극 활용하라고 압박한다는 점입니다. 한쪽에선 AI가 너희를 대체할 거라고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러니까 너희가 AI를 더 써쓰라고 하는건데요. 자기 목 조르는 도구를 자기가 갈고 닦으라는 요구죠. 자오의 말처럼 직원들은 이 모순을 보면서 리더가 하는 모든 말을 의심하기 시작한단 겁니다.

Resume Now라는 회사의 5월 설문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41%는 회사로부터 AI 활용을 위한 어떤 준비(교육, 도구, 지침)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런데도 76%는 자기가 직접 찾은 AI 도구를 일에 쓰고 있고요. 23%는 매일 씁니다. 회사가 시키긴 하는데 알아서 배워서 쓰라는 모양새인 거죠.
자르면 되니까
이 모순을 가장 깔끔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6월 24일에 발표된 엘라스틱(Elastic)의 정리해고 발표입니다. 엘라스틱서치(Elasticsearch)와 Kibana를 만드는 회사인데, 약 250명, 전체의 7%를 자릅니다.
자르는 이유를 보면 의외입니다. 회사 실적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직전 분기 매출 4.51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 성장한 회사거든요. CEO 애시 쿨카르니(Ash Kulkarni)가 직접 발표문에서 적은 표현이 있습니다. AI와 자동화의 발전 덕분에 우리가 더 적은 팀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거였죠. 즉 잘 굴러가는데, AI 덕분에 더 적게 굴려도 되니까 자른다는 논리입니다.
같은 발표문이 다른 한쪽에서는 고객 응대 직군은 계속 채용한다고 했고, 올해 전체 직원 수는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회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형태가 바뀌는 거고요. 자동화될 수 있는 자리는 사라지고, 매출 직결되는 자리만 남기는 거죠.
엘라스틱 한 회사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미국 인사 컨설팅사 Challenger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들어 AI를 이유로 한 해고가 누적 87,714건에 달했습니다. 2025년 전체(54,836건)를 5월에 이미 넘어선 거고요. 같은 기간 전체 IT 감원 중 22%가 AI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오라클은 작년 한 해 동안 직원 21,000명, 전체의 13%를 줄였고요. 로빈후드도 6월에 약 290명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한 가지 짚어둘만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글래스도어 자체 연구에 따르면, 한 회사가 정리해고를 한 뒤 남은 직원들의 부정적 감정이 회복되는 데 평균 2년 이상 걸린다는 결과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 정리해고가 진행되면 그 회복 속도가 다시 두 배로 느려집니다. 50명 미만의 소규모 해고가 미국 전체 정리해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38%에서 2025년 51%로 늘었습니다.

회사들이 한 번에 큰 칼 대신 자주 작은 칼 모드로 옮겨가면서, 사실상 직원들에게 불안이 일상인 상태를 만들어낸 거고요.
정치로 옮겨가는
그런데 이 분노가 직장 내 문제로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이 본격화됐거든요. AI 규제 강도를 두고 양쪽에 슈퍼 PAC(정치자금 단체)이 만들어졌습니다.
산업계 쪽에선 Leading the Future라는 슈퍼 PAC이 a16z와 오픈AI 사장, 그렉 브록만 같은 투자자, 임원들로부터 1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습니다. AI 규제를 약화시키는 후보들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고요. 메타는 따로 캘리포니아 슈퍼 PAC을 만들어 2026 주지사 선거에 들어갑니다. 반대편에선 안전한 AI 규제를 주장하는 후보들에게 다른 PAC들이 자금을 대고 있고요.
최근 사례 하나를 보면 뉴욕 12선거구 민주당 예비선거가 있습니다. 안전 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알렉스 보레스(Alex Bores) 후보와 그 반대편 사이에 양쪽 합쳐 1,500만 달러 이상이 광고비로 풀렸습니다. 단일 하원 예비선거로는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선거라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직장에서 시작된 AI 불만이 정치 자금으로, 다시 후보 당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거죠.

AI가 일자리를 실제로 얼마나 가져갈지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그래도 분위기는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진짜 균열은 자동화 자체가 아니라, 자동화를 핑계 삼아 자기 마진을 챙기는 경영진과 그걸 매일 옆에서 지켜보는 직원들 사이의 거리에 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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