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최진수 | 디자이너로서의 퍼렐 윌리엄스

👜DJ 최진수 | 더 콰이엇 1집으로 힙합에 입문한 이래 R&B와 케이팝까지 두루 듣고 있어요. 여기서는 음악과 패션이라는 두 문화의 교차점을 살피며 생각해볼 지점들을 공유합니다. 광고대행사 미디어 플래너, 스타트업 마케터 출신의 독립 에디터로서 [롱블랙], [폴인], [온큐레이션] 등에 글을 씁니다. | Instagram 

2023년 6월 21일(수), 뮤지션이자 패션 디자이너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루이 비통 영입 후 첫 남성 컬렉션을 발표했다. 프랑스 파리 퐁뇌프 다리에서 열린 컬렉션은 1,900여 명의 게스트, 70여 명의 모델과 JAY Z, 리한나 등 셀러브리티들이 참여해 성대하게 진행됐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도 참석했을 정도로, 루이 비통에게도 중요한 자리였다.

컬렉션에 대한 평가는 아주 다양했다. 브랜드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부터 셀러브리티에만 관심이 집중됐다는 비판, 혹은 대담한 시도가 부족하다는 아쉬움, 그동안 퍼렐이 쌓아온 패션의 집대성이라는 평가까지. 수많은 사람이 퍼렐의 새로운 도전을 주목했다. 

컬렉션 관련 콘텐츠 누적 조회수가 10억 회를 기록한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능력은 확실히 증명됐다. 이제 사람들은 퍼렐의 다음을 궁금해하고 있다. 2000~2010년대, 음악과 패션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그가 2020년대에도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을지 말이다.

사실 퍼렐 윌리엄스의 음악과 패션의 깊이를 잘 알지는 못 했다. 나에게 퍼렐은 여전히 "Happy"로 유명하고,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충동구매한 아디다스 신발을 디자인한 특이한 뮤지션 정도였다. 그래서 루이 비통의 발표가 더 놀라웠고, 퍼렐 윌리엄스라는 인물을 더 알고 싶어졌다.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가 어떤 면을 보고 그에게 조종간을 맡겼을까?

인터뷰를 찾고, 그가 디자인한 작업들을 살펴보며 루이 비통의 선택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응원하게 됐다.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음악과 패션에 꾹꾹 눌러 담고, 호불호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20년 가까이 지켜 왔기 때문이다. 특히 2019년, GQ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무의미하고 휘발되는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며 강요하는 소셜 미디어의 시대, 퍼렐의 패션에 담긴 메시지는 다시 돌아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TMI.FM의 데뷔 콘텐츠 주제로 그의 패션 일대기를 선택한 이유다.

시행착오의 계단을 오르며 성장하다

“패션과 음악은 시간과 공간과 같다. 어느 하나만 있는 건 생각할 수 없다.” 2022년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남긴 말처럼, 퍼렐 윌리엄스는 음악만큼이나 패션에 진심이었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 해안에서 자라며 스트릿 패션과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접했다. 퍼렐은 패션이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고, 스스로도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며 세련된 뮤지션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3년, 퍼렐은 베이프(A BATHING APE)의 창립자인 니고(Nigo)를 만나며 본격적으로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둘은 서로에게서 큰 영감을 받았고,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 (Billionaire Boys Club, BBC) 브랜드 설립으로 이어진다. 퍼렐은 이 시점이 자신의 패션에 대한 관점과 취향이 무르익고, 성과로 이어진 시점이라고 말한다.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리트 패션, 그리고 힙합을 조화시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BBC는 미국과 일본 양쪽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스타일을 아는 스케이트보더들을 위한 브랜드’라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얻은 BBC는 스니커즈로도 분야를 확장했다. 스니커즈 서브 브랜드 아이스크림(Ice Cream도 퍼렐의 뮤직 비디오 등에 노출되며 주목 받았고, 리복(Reebok)과의 콜라보 등을 통해 한 끝 다른 패션을 선보이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이 때부터 퍼렐은 패션 크리에이터로도 이름을 알리게 된다.

‘옷 잘 입는 뮤지션’에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드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퍼렐은 많은 브랜드의 주목을 받았다. 루이 비통과도 2004년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와 ‘밀리어네어’ 선글라스 라인 런칭, 2008년 주얼리 시리즈 콜라보로 가까워졌다. 2009년엔 일본 대표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 작품을 발표하며 스트리트와 럭셔리 패션, 아트까지 넘나드는 종합 예술가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4년, 퍼렐은 아디다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어엿한 디자이너로 인정받게 되었다. 아디다스와의 협업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대한 존중을 주제로, 노마드(NMD)와 스탠 스미스(Stan Smith) 스니커즈 한정판을 포함한  휴먼 프로젝트로 구현되었다. 지금까지도 제품이 출시될 정도로, 꾸준하게 인기를 모으고 있는 컬렉션이다.

같은 해, 유니클로와 함께한 아이 엠 아더(i am OTHER) 컬렉션은 남다른 생각,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길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음악을 넘어 미술과 영화 등, 다양한 수단을 접하며 다른 생각을 해 보자는 표현을 텍스트와 그래픽으로 넣었다.

2010년대 중후반부터 퍼렐은 하이엔드 패션과도 접점을 만들었다. 샤넬(CHANEL) 역사상 최초의 남성 브랜드 앰배서더가 되어 캡슐 컬렉션을 발표하고, 흑인 및 라틴계 사업가들을 지원하는 블랙 앰비션(BLACK AMBITION) 캠페인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2019년엔 처음으로 샤넬 핸드백 캠페인 영상의 뮤즈를 맡기도 하는 등, 럭셔리 패션 세계에도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올해 2월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고, 6월 첫 컬렉션을 발표하며 패션 세계를 넓히고 있다.

다양성을 재조합해 인간적 가치를 말하다

퍼렐 윌리엄스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음악과 패션, 두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왔다. 눈을 깜빡이기도 전에 변하는 시장에서, 오랫동안 신선함을 보여준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퍼렐은 새로운 스타일과 소재를 시도하고 뒤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힙합도 하나의 패션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꾸준함, 인간다움에 대한 메시지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퍼렐은 음악 활동을 시작한 1990년대부터 다채로운 스타일로 유명했다. 이 때 즐겨입은 브랜드가 베이프였고, 앞서 언급한 니고와 BBC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힙합 스타일 선글라스를 럭셔리 스타일로 선보인 루이 비통 밀리어네어, 패딩으로 유명한 몽클레르(Moncler)에 방탄조끼 디자인을 적용한 작품, 그라피티(graffiti)로 재해석한 샤넬X퍼렐 컬렉션 등 거침없는 파격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다음이 궁금해지는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를 만든 것이다.

새로운 스타일을 자신있게, 계속해서 선보인 것도 퍼렐의 강점이다. 2013년 그의 대표곡 <Happy>가 히트했을 때, 그가 쓰고 나온 비비안 웨스트우드 버팔로 햇(Buffalo Hat)은 큰 화제이자 유머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퍼렐은 개의치 않고 그래미 시상식 등에서도 모자를 썼고, 지금은 퍼렐 윌리엄스하면 생각나는 아이템이 되었다. 이외에도 퍼렐은 붉은색 트랙 재킷, 카모플라주 블레이저 등 자유분방한 패션을 시상식과 행사 때마다 선보였다. 주목받기도 하고 밈이 될 때도 있었지만, 새로움을 꾸준히 보여주는 모습은 브랜드들의 마음을 사기 충분했다.

유명세로 브랜드를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크리에이터의 생각이 없으면 유지될 수 없다. 퍼렐 윌리엄스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메시지를 생각하고 결과물을 선보였다. BBC는 ‘진정한 부는 돈이 아닌, 마음과 정신의 문제다.’라는 메시지를 ‘억만장자들의 클럽’이라는 역설적인 이름으로 표현했다. 버팔로 햇은 반항적인 패션의 상징이었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정신을 이어받아 불합리한 차별, 편견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그만의 제스쳐였다.

이번 루이 비통 컬렉션에도 퍼렐의 다양한 스타일을 재해석하는 관점, 사람에 대한 메시지가 곳곳에 녹아 있다. 런웨이가 된 퐁뇌프 다리는 루이 비통을 대표하는 다미에(Daier) 패턴과 퍼렐 특유의 화사한 색감으로 꾸며졌다. 의상과 가방 등 소품들에 적용한 다미에와 카모플라주 무늬를 섞은 다모플라주(Damoflage) 디자인도, 브랜드의 전통과 새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은 시도로 주목받았다. 

퍼렐은 데뷔 컬렉션에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느낀 에너지와 생동감도 담았다. 버지니아 주의 슬로건인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버지니아(Virginia is for Lovers)’를, ‘루이 비통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버지니아 (Virgina is for LVers)’로 바꾼 것. 단순한 선언을 넘어, ‘LVers’는 재킷과 셔츠 등 곳곳에 새겨져 퍼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종과 성별, 신념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퍼렐의 메시지는 다양한 패션 스타일로 만들어졌다. 명확한 가치에 호불호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더해져, 퍼렐은 20년 넘게 문화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한 인터뷰에서 남긴 퍼렐의 말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패션과 음악을 대하는지 보여준다.

다시, 스타팅 포인트에 서다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 비통은 퍼렐에게 도전이자 난관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을 때, 호평만큼이나 비판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이끌어본 경험이 없는 점, 지금 시대에 맞는 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대표적이다. 퍼렐이 런칭한 아디다스와 유니클로 등 콜라보의 인기가 오래 전에 식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들어 주목받을 만한 스타일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퍼렐을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퍼렐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여전히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했고, 브랜드의 전통과 새로움을 조합하는 면모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거대 패션 제국의 방향을 제시한 경험이 없기에, 이전엔 생각 못 했던 항로로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 퍼렐은 화합과 조화, 마음과 정신의 풍요 같은 철학을 루이 비통에서도 보여줄 예정이다.

갈등과 대립이 스마트폰과 TV 화면을 매일 채우는 지금, 그의 메시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퍼렐이 보란 듯이 잘 되고, 그의 스타일과 메시지가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2014년 "Happy"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 것처럼, 그의 컬렉션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오고, 활발하게 말해 온 사람이 만드는 패션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세기 때문이다. 👜 DJ 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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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arrell Williams - Happy (2014)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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