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브레이브 걸스와 아이즈원은 어떻게 다른가

안녕안녕. 오늘은 올 상반기 음악업계 최고의 화제라고 할 수 있는 브레이브 걸스 "롤린"의 역주행과 아이즈원 팬덤의 와디즈 펀딩에 대한 글이야. 왜 떴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들을 통해서 걸그룹의 수익구조와 팬덤에 대한 이야기를 할거니까 관심있으면 체크, 괜찮다면 적극적인 공유와 인용도 부탁해. 

1. 브레이브 걸스는 왜 '군대'에서 떴을까? (징병제, 21세기, 뉴미디어)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에 유튜브가 기여한 건 누구나 아는 얘기일 거야. 이에 대한 가장 최근 칼럼도 참고용으로 공유할게.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유튜브 전성시대, 사라진 건 텔레비전만이 아니다 (한겨레신문: 2021.04.23)

브레이브 걸스에 대한 바이럴은 먼저 '비디터'라는 유튜버의 콘텐츠로 촉발되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듯. 아래 영상이야. 요즘 유튜브 트렌드답게 '댓글 모음' 콘텐츠인데, 주로 현역/예비역 군인들의 댓글이 대부분이라는 게 특징.

실제로 브레이브 걸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100회에 가까운 위문공연을 했다고 알려졌어. 노래 몇 곡을 부르려고 백령도까지 갔다는 게 킬포. 이제는 해외 팬들도 유입되는 중. 

그래서 보통 '브레이브 걸스는 왜 군대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았을까?'라는 질문이 생기지만, 역으로 '폐쇄적인 군대에서 바이럴이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라는 질문이 생길 듯.

징병제로 운영되는 한국군의 특성은 사실 '세대 문화를 군제도에 반영하는 정책'이란 맥락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텐데, 그 덕분에 한국 사회의 문제들이 더 왜곡되어 반영되는 문제도 있지만 여기서는 뉴미디어, 특히 인터넷이 군대 문화에 접목된 흐름만 짚어볼게.

'폐쇄적인 세계'인 군대와 '오픈된 세계'인 인터넷의 충돌과 결합은 2000년 이후 본격화되었어. 2000년부터 2010년 무렵까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준 개인PC, 인터넷, 커뮤니티 등이 군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데, 20대 초반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징병제 특성 상 군 복지 및 당시 계속되던 군대 내 폭력, 자살 등 군대 문화 개선 차원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진 것 같아.

크게 보면 징병제가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문제를 미봉책으로나마 개선하려는 의지로 보이긴 하는데, 아무튼 덕분에 군대는 인터넷과 접속하며 뉴미디어 트렌드가 고스란히, 때로는 더욱 밀도있게 반영되는 특수 집단이 된 셈. 

이런 흐름에서 군대에서 의무적으로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젊은 남성들이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어. 이 맥락에서 2009년 전후로 펼쳐진 케이팝 2세대, 특히 '걸그룹 대전'에서 군대의 음악 소비가 중요해졌다고도 할 수 있지. 아래 기사는 2015년에 '군통령'이라 불리던 AOA에 대한 기사인데 함께 보자고. 

군대 내 걸그룹의 인기의 배경에는 군대 내 뉴미디어 허용과 보급이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 급부상하게 된 데에는 스마트폰 사용 확대하는 관점으로도 이해할 수 있어. 이건 2019년 4월부터 시행된 '군대 내 휴대폰 사용의 시범 운영'에 대한 기사.  

국방부는 2019년 4월부터 시범운영 해온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을 2020년 7월 1일부터 모든 군부대에서 정식 시행하기로 결정했지. 평일 오후 6~9시, 주말·공휴일 오전 8시30분~오후 9시 사이에 사용 가능해진 거니까, 사실상 거의 일상적으로 접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

이런 맥락에서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 역주행하면서 싱글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던 거지. 그런데 정작 브레이브 걸스는 계속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나는 꽤 회의적이긴 해.

응? 이렇게 팬덤이 많이 생겼는데 왜? 라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텐데... 사실 걸그룹의 수익구조는 보이그룹과 매우 다르거든. 이제 그 얘기를 좀 해볼게.

2. 걸그룹의 '전통적인' 수익구조: 행사와 광고 

군대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았던 브레이브 걸스도 지난 5년 간 수익이 0원이었다고 해. 물론 과장된 감이 있겠지만, 사실상 거의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 듯. 왜냐면 걸그룹의 수익구조는 보통 행사 수익과 광고/협찬 수익으로 양분되거든. 

이때 행사와 광고는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 모델이야. 행사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무료' 공연의 형태로, 주로 지자체 행사와 학교 축제로 나눌 수 있어. 한국의 음악가들은 대부분 이런 행사를 기반으로 연 매출을 올리는데, 그럴려면 일단 음악이 히트하거나 개성이 있어야 해.

걸그룹도 예외는 아니지. 코로나19 이전에 음악가들은 보통 3~5월에 몰려 있는 행사를 얼마나 많이 뛰느냐에 따라 그해 수익이 결정되곤 했어. 그래서 걸그룹은 대중적 히트곡에 좀 더 집중했던 경향을 보여. 컨셉에 있어서도 '섹시' 아니면 '큐트'에 한정된 경향이 있었고. 그래야 '대중적인 영역'에서 히트곡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냐면 걸그룹은 애초에 앨범 판매와 단독 콘서트(유료)를 보장하기 어렵거든.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보이그룹은 행사와 광고보다는 앨범 판매와 단독 콘서트, 굿즈 판매로 인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걸그룹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지. 그만큼 걸그룹은 팬덤이 약하다고 해석할 수 있어. 잠깐 착시를 줄이자면, 여기서 '팬덤'이란 '좋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돈을 쓰는 사람들'이야.

아이돌 그룹은 노골적이든 아니든 '이성애 기반의 유사 연애 관계'를 지향해왔다고 할 수 있는데 말야, 그런 맥락에서 보이그룹은 10대 여성, 걸그룹은 20대 남성을 타깃으로 기획된 컨셉과 음악을 선보여. 문제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10~20대 남성들이 정말 음악에 돈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야. 요즘은 많이 달라진 것 같지만, 남자들은 대체로 콘텐츠에 있어서는 음악보다는 게임에, 라이프스타일에 있어서는 주로 음주에 돈을 쓰는 경향이 컸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었어.

음악을 자주 듣기는 하지만, 음원 다운로드를 하거나 앨범 구매, 혹은 팬클럽에 가입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는 게 상식이었지. 그러니 걸그룹은 대중적인 히트곡을 만들고, 그걸로 단기간에 여러 행사에 집중하고 주류나 음료 광고로 수익을 내는 사이클이 중요해졌어. 보이그룹이 공식 데뷔 전부터 팬클럽을 모으면서 앨범 판매량과 콘서트 수익을 올리는 전략과는 매우 다르지.   

그리고 바로 이점에서 아이즈원은 꽤 상징적인 걸그룹이라고 할 수 있어. 

3. 케이팝 산업에서 아이즈원은 왜 중요할까?

나는 엊그제 커피브리핑 레터에서 '팬덤 스터디: 국민 프로듀서에서 국민 투자자로'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썼어. 4월 말로 예정된 아이즈원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팬클럽 위즈원의 와디즈 펀딩에 대한 이야기였지. 팬클럽이 비법인사단 <평행우주 프로젝트 운영위원회>를 설립하고 리런칭에 대한 최소 활동비 10억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로 오픈 3일 만에 22억을 모은 사례. 이틀 뒤인 현재 모금액은 29억으로 늘었어. 

이게 그냥 위즈원이 대단한데?! 라고 하기 좀 그런 게, 일단 아이즈원은 앨범 판매량에서 블랙핑크를 앞섰고, 기존 걸그룹의 보편적인 수익구조를 보이그룹 수준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어. 물론 이 점은 소녀시대부터 가능해졌던 일이라고 볼 수도 있고, 블랙핑크와도 비교해볼 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즈원은 활동과 수익에 있어서 여러 모로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봐.  

그런데 아이즈원의 누적 판매량은 보이그룹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궁금하지? 그래서 요약해봤어. 

아이즈원이 총판매량이 100만장을 넘겼는데, 세븐틴과 NCT는 200만장이 넘었어. 70만장 수준인 블랙핑크가 걸그룹 앨범 판매량 2위인 반면, 66만장인 갓세븐은 보이그룹 앨범 판매량 5위라는 건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시장 격차가 그만큼이라는 얘기겠지. 

다만 아이즈원은 앞서 말했듯 걸그룹 수익구조의 개선 가능성, 보이그룹의 수익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봐.  

앨범 판매량이 높다는 건 단독 콘서트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거든. 여기서 단독 공연의 수익구조는 단지 티켓 판매로 인한 수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야. 단독 콘서트는 투어의 형태를 가지는데, '월드투어'라는 이름으로 장기 공연이 형태를 가지게 돼.

여기서 발생하는 건 광고 협찬 수익이야. 3개월, 6개월 정도 기간 동안 공연의 예고 및 홍보, 본공연 무대와 영상, 각종 굿즈 등이 모두 광고가 노출되는 영역이지. 이에 비하면 티켓 수익은 사실상 운영비에 불과한 정도. 

이런 구조가 가능해지려면 먼저 밀도 높은 팬덤이 필요한데, 아이즈원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팀 이름도 만들어지기 전부터 팬을 모았어. (불법적인 이슈 때문에 간과되지만) <프로듀스101>은 아이오아이(I.O.I.)의 성공으로 걸그룹의 수익성을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해.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빅뱅과 2PM이 증명한 보이그룹의 성공 공식을 걸그룹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지. 

그리고 이건 2019년, 아이즈원의 일본 데뷔 싱글 「好きと言わせたい(좋아한다고 말하게 하고 싶어)」의 성과로도 증명되었어. 일본에서만 25만장 판매량을 기록하며, 골드디스크 플래티넘을 받은 싱글.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 1위, 발매 첫날(2019년 2월 6일) 음반판매량 19만3469장(=비교하자면, 아이즈원 한국 데뷔 앨범 ‘컬러라이즈(COLOR*IZ)’의 발매 첫날 판매량은 3만4천장 정도)으로 케이팝 걸그룹의 신기록을 세웠거든. 트와이스의 데뷔 첫날 음반 판매량보다 6만 4천장 이상 높은 숫자였지.

일본 그룹과 비교해도 높은 숫자였어. 특히 쟈니스 소속 보이그룹 키스마이풋2(Kis-My-Ft2)도 꺾었고, HKT48의 20만장, 케야키자카46의 18만장보다 높았으니까.

이쯤에서 아이즈원의 최근 곡 "파노라마"를 봅시다.... (멋짐)

3. '00하는 팬덤'이 없다면 지속가능성도 없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음악 산업의 수익구조는 차차 팬덤을 기반으로 재조정되고 있다고 할 수 있어. 근데, 이걸 보면서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팬덤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이거야말로 원인과 결과가 바뀐 거라고 생각해. 팬덤 때문에 산업 구조가 달라진 게 아니고, 산업 구조가 달라져서 팬덤이 더 중요해진 것.

여기서 팬덤은 그야말로 '돈을 쓰는 사람들'인데, 이전에는 돈을 쓰는 곳이 '앨범'이라는 게 분명했어. 하지만 디지털로 전환된 상황에서 수익 다각화가 필요해졌지만, 곧바로 대응하긴 어려웠지. 그래서 팬덤이 중요해진 거라고 할 수 있어. 팬덤은 디지털이든 스트리밍이든 결국 앨범을 구매하고, 그걸 기반으로 단독 콘서트와 광고 협찬의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으니까. 한 마디로 '지불하는 팬덤이 없다면 지속가능성도 없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 시장이 글로벌로 확장되는 중에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하지 못하면 지속가능성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아이즈원의 활동이 지속가능성이라는 벽을 만난 것도 그 이유라고 봐. 왜냐면 아이즈원은 한국보다는 일본 시장 의존도가 높으니까. 

앨범 판매량이 조금 낮은 블랙핑크가 동남아에서 북미 지역으로 시장을 넓힌 것에 비하면 아이즈원은 여전히 일본과 동남아를 기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지. 이건 앨범 판매량보다는 투어로 이뤄지는 단독 콘서트가 주요 매출 구족 되면서 생긴다고 할 수 있어. 투어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주로 교통비(화물/인력)와 운영비(주요 스태프들의 숙박 등)인데, 이 비용을 줄이는 게 관건이거든.

그래서 콘서트의 대상은 주로 대륙이어야 해. 한반도의 상황상 실제로 한국은 섬과 같은 위치라서, 무조건 다수의 인력과 장비를 비행기로 날라야 하는데 그 비용 자체가 너무 높거든. 유럽이나 북미 지역은 한 번 도착해서 육로나 국내선으로 짧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지.

2000년 이후, 한국 음악의 글로벌 시장이 주로 일본과 중국으로 수렴된 데에는 이런 까닭도 있어. 시장 자체가 크지만, 운영비를 맞추기에도 적절했던 것. 반대로 동남아는 매출 구조에 있어서 아직은 바이럴 이상의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비용 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 있어.

아무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다는 이유로 음악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점점 팬덤에 의존하고 있는 건 분명해. 미국 음악 시장에서 방탄소년단과 하이브가 영향력을 높이는 점,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해외에서 주요 벤치마킹 사례로 여겨지는 것 또한 같은 맥락. 그 동네는 이제야 비로소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곳이니까, 적어도 한국이 이 문제에 대해 솔루션을 가진 입장이 되는 거지.

그리고 이 문제는 음악과 콘텐츠 뿐 아니라 팬덤이 딱히 중요하지 않았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문제라고 봐. 지난 번에 LG 얘기했지? 뿐만 아니라 삼성도, 오뚜기도, 심지어 OCN 같은 방송 채널도 '팬덤'을 얘기하는 시대가 된 거지.

정리하자면, 팬덤 기반의 수익구조는 전략적인 영역이고 팬덤을 이해하는 건 전술적인 영역이랄까. 사업 전략 아래 팬덤을 실제로 만드는 전술이 고민되어야 하는 것 같아.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어떤 프로젝트든 시작부터 삐걱대는 것 같고. 

오케이, 오늘은 여기까지.

사실 오늘 글은 시간이 좀 부족해서 이론이나 통계 등에서 아쉬운 게 조금 있지만... 그건 차차 채워나가기로 할게. 내가 한 번에 너무 많은 얘길 우겨넣느라 뭔가를 조금씩 놓친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미안하네. ㅎㅎ 

아 그리고 오늘부터 '기다리면 무료'를 정리하기로 했어. 앞으로는 심플하게 무료 콘텐츠와 유료 콘텐츠로 나눠서 발행할 생각. 

대신 5월 이후에는 월간 정기 구독자와 연간 구독자를 위한 부가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야. 구독자 중심의 커뮤니티와 케이스 스터디가 되지 않을까 싶네. 요건 되도록 빨리 정리해서 공유하도록 할게.

구독자님 덕분에 내가 그나마 어제보다 오늘 한 뼘 더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 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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