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제너레이션] 다큐를 소개합니다

23년 1월 26일, 티빙에서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란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습니다. 파트1, 파트2로 나뉘어 총 8화로 공개되는데, 1화 제목은 "덕질(Duckzill)"입니다. 말 그대로 K-pop 팬덤에 대한 에피소드. 저는 이 다큐멘터리에 스토리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습니다. 작년 가을, 미국 출장을 갔던 것도 이 프로젝트 때문이었는데요, 오늘은 [케이팝 제너레이션]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프로젝트의 시작

2021년 5월, 저는 트레바리에서 '팬덤'과 'K-pop'을 주제로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멤버들과 수시로 K-pop의 음악적 특징, 시스템, 팬덤 문화, 글로벌 비즈니스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던 중, K-pop을 입체적으로 다룬 영상 콘텐츠가 의외로 매우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침 비슷한 문제를 저보다 더 깊이 고민하던 정형진님과 인연이 닿아 여러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어요.

다만, 그때만 해도 정형진님이 패치웍스(Patchworks)라는 제작사를 설립하고, 저는 1년 넘게 기획안을 고치고 또 고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저 이왕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한 장의 기획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K-pop에 대한 10개의 키워드: 음악, 비디오, 뉴미디어, 스타일, 팬덤, 이슈, 산업, 수익모델, 정책, 미래 등의 키워드를 정리하는 걸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A4 한 페이지 정도의 러프한 기획안은 몇 달에 걸쳐 두 페이지, 여섯 페이지, 열 몇 페이지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총연출을 맡은 임홍재 PD(=필름 팍투라)와 이예지, 김선형 PD(=머쉬룸 컴퍼니)가 합류했습니다. 오정, 김가혜, 변고은 작가를 필두로 작가팀이 꾸려졌고 스토리팀에는 김윤하, 하박국 평론가가 함께 하게 됐어요. 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촬영, 미술, 편집, 음악감독도 속속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과정에서 새삼 협업과 팀웍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보통 저는 혼자 일한다고 말해왔는데, 글쎄요...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거의 없을 겁니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마침내 손에 쥐어지는 하나의 결과물은 공동체와 협업한 결과물이니까요. 마침 운 좋게 훌륭한 팀과 함께 하게 된 저로서는 매우 즐겁고 도전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스토리: 마음의 비즈니스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파트1과 파트2로 나뉘는데, 파트1은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됩니다. "DuckZill"은 팬덤에 대한 이야기, "ZERO to ONE"은 음악 뿐 아니라 비주얼, 스타일, 무대 등을 통해 K-pop을 만드는 사람들, "All the boys I've loved"는 보이그룹에 대한 이야기, "What the K?"는 말 그대로 'K-'라는 요소에 대한 여러 논점을 다룹니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다음 편 예고가 기다리고 있으니 이것도 꼭 체크해주세요. ^^)

지금의 K-pop은 상당히 잘 작동하는 산업입니다. 특히 제작의 세부적인 영역들은 매우 분업화되고 고도화되었어요. 시장의 범위와 규모가 커지면서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죠. 덕분에 우리는 주로 숫자에 주목합니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의 앨범 차트, 음원 차트, 음반의 판매량과 팬덤의 규모, 조회수와 팔로워, 제작비와 매출 등등...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숫자보다는 이게 '문화'라는 사실 아닐까요? K-pop 업계는 팬-아티스트-기획사의 삼각 관계로 지탱됩니다. 이런 구조에서 독특하고 고유한 문화가 생겼다고 보는데요. 그렇다면 오히려 비즈니스는 이런 문화적 환경의 부산물이자 부가가치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커다랗고 중요한 부산물이긴 합니다만, 아무리 거대해도 본래의 가치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죠.

이런 맥락에서 저는 음악/콘텐츠 업계의 사업 모델과 여러 관계자들의 마음이 충돌하거나 연결되는 방식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걸 '마음의 비즈니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와 마음은 대차게 충돌할 것도 같지만 의외로 매우 밀접한 관계니까요. 

스토리: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한편 '팬'에 대한 관심은 어느 업계든 계속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팬덤을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늘었고요. 그런데 팬덤 역시 비즈니스 이전에 문화고, 이러한 문화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겁니다.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DuckZill" 편은 바로 그러한 제작진의 노력이 담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이 다큐멘터리는 반드시 '팬의 이야기'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은 팬들을 만나면서, 선입견 없이 그들과 대화하려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스터디 뿐 아니라 사전 인터뷰를 통해 새삼스레 배운 것들도 많고요. 그럼에도 팬과 팬덤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 어떻게 납작할 수 있겠어요. 입체적이고 복잡하며 뜨거울 수밖에 없죠. 개인적으로 '탈덕'과 그 이후에 대한 내용을 좋아합니다. 

바로 그 이유로, K-pop의 현재를 얘기할 때 팬덤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게 팬과 아티스트, 수많은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이 프로젝트는 결국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각자 다른 자리 다른 역할 같지만 사실은 거대한 하나의 팀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모쪼록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감각이 구독자님에게도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케이팝 제너레이션]을 추천합니다. 📺 DJ 차우진 | dj@tmi.fm

📻 TMI: 혁오밴드와 실리카겔

1. 메인 타이틀을 작곡한 김춘추 음악감독은 밴드 실리카겔의 멤버입니다. 또한 실리카겔의 다른 멤버들: 김한주(건반/보컬), 김건재(드럼), 최웅희(베이스)도 모두 곡 작업에 참여해서 엔딩 크레딧에서 반가운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메인 포스터는 노상호 작가의 작업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때는 '네모난'이란 이름을 쓰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혁오밴드의 앨범 아트웍을 그린 작가로 알고 있을 겁니다. 최근 작품과 전시 소식 등 다양한 활동은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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