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6) | 포카에는 시세가 있습니다

‘덕질’은 경험이고 '덕후'는 그 경험에 뛰어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는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얘기가 중요합니다. '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은 한결같이 nn년째 'SM 덕질'을 고집해 온 핑크블러드의 포카 체험기입니다. 

새로운 덕질을 시작하며 포토카드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후 친구한테 '대략적인 포카 시세'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동안은 콘서트나 팬미팅, 앨범, 굿즈 등 모든 것을 정해진 가격 하나(균일가)로 샀기 때문에 '시세'라는 말이 낯설었다. 시세? 제철 횟감 가격이 제대로 안 나와 있고 '시가'(싯가)로 나와 있는 거랑 비슷한 건가? 

여기서 '시세'가 적용되는 건 당연히 개인 간의 거래일 때다. 앨범을 사서 랜덤이라는 극악 확률을 뚫고 어떤 멤버 포카를 뽑았다, 이때 본인 소장하는 게 아니라 팔려고 시장에 내놓으면 그때 이 '시세'로 거래되는 셈이다. 

시세를 결정하는 핵심은 역시 '수요'다. 이런 걸 보면 포카가 거래되는 곳도 확실히 시장이 맞구나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원할수록 가격은 올라간다. 그 수요를 구성하는 것, 내가 경험한 첫 번째는 일단 멤버의 인기였다.

요즘 가요계는 아이돌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아예 ‘돌판’(아이돌+판)이라고 불린다. 소인원~중인원~다인원 그룹이 저마다 많고, 그룹 멤버 수가 많을수록 랜덤으로 내 최애를 뽑을 확률은 낮아진다. 모든 멤버 버전이 같은 수량으로 나온다고 할지라도 가격이 서로 다른 건 필연적이다. 

음반 판매량을 비롯해 이미 많은 지표로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는데, 그것이 포토카드 거래에까지 반영된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른바 ‘인기멤’과 ‘비인기멤’ 포카 가격이 몇 배씩 차이나는 걸 보면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도 좀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인기 여부가 한 번 틀 잡히면 계속 바뀌지 않는 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처음의 프레임은 예상보다 공고한 것 같다. 포카 시세를 알아보고 직접 거래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로는 그렇다.

충분히 예쁘고 멋지게 잘 나와서 해당 멤버의 매력이 반영됐다고 생각하는 포카도 가격이 싸서 놀랐는데, 반면 이게 베스트는 아닌 것 같은데도 멤버의 인기를 바탕으로 갖고 싶은 사람이 많아 헉 소리 나는 가격일 때가 있었다. 물론 이건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포카에 대한) 감상에 따른 판단이라는 점을 밝힌다.

데뷔 앨범에서부터 만만치 않은 솜씨로 덕후의 심장을 뛰게 하는 ‘완성형’은 처음부터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포카 실력이 점점 나아지는 ‘성장형’은 포카 가격이 차츰 오른다. 이처럼 포카를 잘 찍는 사람들은 ‘포카 장인’으로 불리고, 그룹별로 최소한 한 명 이상은 있다고 보면 된다. 

포카를 갖고 싶게끔 만드는, ‘덕후의 마음을 자극하는 포인트’는 너무나 가지각색이라서 ‘뭐다’ 라고 특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늘 비슷한 착장과 헤어와 표정과 포즈를 선보이는 것보다는 ‘그동안 잘 못 봤던 것’ 혹은 ‘다채로움’을 가졌을 때 더 비싼 가격에 팔렸다. 

셀카를 잘 못 찍는 축에 속하는 인물이 가끔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누구도 부인하거나 반박할 수 없게 결과물이 잘 나오면, 그 멤버 포토카드 평소 시세와는 무관하게 가격이 확 뛴다. ‘레어템’(희귀한 물건)으로 꼽히는 포카는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가격대가 늘 비슷하거나 새로운 ‘포카 장인’의 활약으로 상대적인 하락을 보이는 경우도 당연히 있다. 안 봐도 이미 어떤 모습일지 예상될 만큼 늘 비슷하거나, 셀카 실력이 뛰어나지 않아 미모를 다 담지 못할 때 주로 그렇다. 

노력한다고 늘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건 아니지만, 포카가 앨범의 핵심으로 부상했고 여기에 열광하는 팬들도 많으니 이왕이면 포카에 더 ‘성의’를 보이는 멤버를 반기는 경향이 보인다. ‘잘생긴 or 예쁜 얼굴을 왜 그렇게밖에 못 쓰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와 결을 같이한다.

멤버의 인기 정도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레어함’과, 원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시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는 의미로 ‘반포 자이’에 빗대는 비싼 포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 핑크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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