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경의 핫아메리카노 | <인어공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 TMI.FM의 DJ 홍수경(Janis Hong) | 영화 잡지 기자로 일하며 한국 영화계의 대소사를 기록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 각종 영화 및 팝 컬쳐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어권 음악만 듣던 팝 덕후가 뒤늦게 미국에서 케이팝 팬으로 거듭났고, 최근에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의 작품 덕에 한국과 미국의 접점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북미주재원으로도 활동 중.

뮤지컬 극작가이자 작곡가인 하워드 애쉬먼은 초저예산 B급 호러 영화 <Little Shop Of Horrors>을 보고 10대부터 이 영화를 뮤지컬로 변환하는 꿈을 품었습니다. 무려 한국 제목이 <흡혈 식물 대소동>인 이 작품은 역대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열광적인 팬을 거느렸던 컬트 영화였죠.

결국 이 작품은 1982년 하워드 애쉬먼과 또다른 영화 광팬 연출가 카일 레닉의 만남으로 오프-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고, 기대 이상으로 성공합니다. 제작 과정에서 합류한, 원작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작곡가 앨런 멘켄은 하워드 애쉬먼과 함께 주옥같은 곡들을 완성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 뮤지컬은 더 성공했고 2005년에는 한국어 버전으로도 공연되었답니다)

하워드 애쉬먼의 <인어공주>: 디즈니 르네상스의 신호탄

한편, 1980년대 몰락하던 디즈니를 살리기 위해 부임한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은 디즈니 영화를 한 편도 안 보고 디즈니랜드도 안 가본 분이었습니다. 그는 돈이 되는 테마파크와 고급 리조트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돈만 잡아 먹고 있던 애니메이션 팀에게는 수익을 내지 앉으면 없애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애니메이션 팀은 획기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로 뮤지컬 동화 애니메이션을 생각해냈고,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떠오르던 신예 하워드 애쉬먼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때 애쉬먼은 야심찬 신작 뮤지컬 <스마일(Smile)>이 혹평과 함께 빛의 속도로 막을 내리고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단번에 디즈니의 제안을 승낙하고 <스마일(Smile)>을 함께 했던 뮤지컬 배우들에게 애니메이션의 성우 오디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중에는 에리얼을 연기한 조디 벤슨도 있었습니다.

하워드 애쉬먼에게 "Part of Your World"는 <오즈의 마법사>의 "Somewhere Over the Rainbow" 같은 곡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주인공의 노래이자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테마 곡이죠. 또한 영화 밖에서는 두 곡 모두 사회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곡이 되었으며, 동시에 LGBTQ+ 커뮤니티의 주제가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디즈니 스튜디오의 대표였던 제프리 카첸버그가 모니터 시사에서 아이들은 3분이 넘는 노래를 지루해 한다는 이유로 이 곡을 편집하려 했다는 일화는 영화 역사의 아이러니로 남았고요.  

<인어공주>는 전세계의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매료시키며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망해가던 디즈니를 기적같이 소생시킨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이후 ‘디즈니 르네상스’의 출발점이 되었고 디즈니는 연달아 <알라딘>, <미녀와 야수>, <라이언 킹>을 성공시키며 최강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됩니다.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 같은 '월트 디즈니가 창작한 캐릭터'가 전부였던 디즈니의 IP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추가되면서 테마파크와 머천다이징, 라이센싱 산업도 번영했고요.

한편 애니메이션으로 일군 ‘디즈니 르네상스’ 뒤에는 서브 컬처 세계에 기반을 둔 뮤지컬 전문가 하워드 애쉬먼과 앨런 멘켄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디즈니가 이들을 끌어들이게 되었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아마 다른 작곡가는 모두 바빴거나 어린이용 만화 영화라며 거절했겠죠?) 디즈니는 미국의 80년대 퀴어 커뮤니티의 캠프(Camp) 미학과 만난 동시대 컨텐츠로 특히 10대들의 환호를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사운드트랙 앨범을 구매하던 시절인지라 음반 판매 수입도 엄청났죠.

린 마누엘 미란다의 <인어공주>: 고전 IP의 현대화

다양한 화제가 이어지는 2023년 <인어공주>에는 롭 마샬 감독과 함께 요즘 핫한 뮤지컬 극작가이자 감독인 린 마누엘 미란다가 총제작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해밀턴>과 <인 더 하이츠>로 뮤지컬계에 돌풍을 일으켰고 요즘 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애니메이션 <모아나>와 <엔칸토: 마법의 세계>로 디즈니까지 장악한 분입니다. 그는 라틴 문화와 미국 대중 문화를 뒤섞는데 거침이 없고, 그의 독창적인 작업은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린 마누엘 미란다가 ‘인어공주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 중 하나는 1989년의 이야기를 현재의 시선에 맞게 조율하는 것입니다. 제작진은 <해밀턴>의 뛰어난 배우 대비드 딕스를 인기 캐릭터 세바스찬에 캐스팅했고 배경 지역을 지중해에서 카리브해로 바꿨습니다. 라틴 스타일의 곡 "Under the Sea"가 드디어 적합한 장소를 찾은 것이죠. 빨간 머리의 백인 에리얼은 드레드 헤어의 흑인 에리얼로 바뀌었고요. 린 마누엘 미란다는 여기에 힙합 곡 "Scuttlebutt"를 포함해 앨런 멘켄과 3개의 신곡을 완성했습니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을 오래된 IP의 현대화 전략 차원으로 살펴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일단 공주와 왕자의 키스를 돕기 위한 "Kiss the Girl"의 가사가 바뀌었죠. 

원래는 이랬습니다.

새로 나온 곡에서는 이렇게 바뀌었어요.

동의 없이 강제로 키스하는 듯한 오해의 뉘앙스를 없앤 업데이트라 할 수 있죠.

또한 인어 세계의 야매 미용 시술을 담당하는 듯한 마녀 우르술라가 에리얼에게 목소리를 담보로 잡을 때 나오던 "Poor Unfortunate Soul"에는 '육지 남자들은 말 많은 여자를 싫어한다, 바디 랭귀지를 써라, 조용한 여자가 남자를 얻는다...'라고 노래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새 곡에서 이 부분은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그리고 카리브해 작은 섬에 입양되어 자랐지만 늘 대항해를 꿈꾸는 에릭 왕자의 열망이 표현된 노래는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이 노래 덕분에 바다를 훤히 아는 인어 공주와 에릭 왕자의 인연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죠.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만듦새가 엉성하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사람들(네, 대부분 어른들이요)은 34년 전의 애니메이션을 그리워하며 변화된 부분이 모두 거슬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다양성을 반영한 IP가 더 큰 그림을 그리게 해준다는 겁니다.

저는 영화가 끝난 후 화장실에서 10대 소녀들의 “이 영화 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어!”라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인어공주>의 속편이라니, 정말로 오리지널리티에서 더 멀리 벗어나는 생각이 아닌가라며 황당해 했죠.

리브랜딩: 더 많은 확장 가능성을 찾아서

사실 따지고 보면 영화적 완성도와 상관없이 실사 ‘인어공주’ 이야기의 부족한 점은 인어공주가 열망한 대로 뭍에 도착한 후 다른 세상에서 다른 몸으로 적응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우르술라의 한(!)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어 세계의 막장 가족극같은 설정까지 추가했는데 인어공주의 다사다난 육지 정착 및 결혼 생활까지 이야기를 확장하지 못할 이유가 없죠. 에릭 왕자의 출생도 다른 이야기의 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에리얼 외에 다른 인어들은 어떻게 결혼을 하죠? 이 작품에서 카리브해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요? '속편'이라고 하니 궁금한 것 투성이입니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는 이미 비디오 버전으로 두 편의 연작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리퀄 <인어공주: 더 비기닝>은 음악을 금지한 아버지 몰래 인어공주가 바다 클럽을 오가는 등 부녀간 충돌이 주된 내용이고, <인어공주: 리턴 투 더 씨>는 엄마가 된 인어공주가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는 내용입니다. 애니메이션 속편대로 이야기가 진행되기는 힘들더라도 다른 속편 가능성은 늘 잠재되어 있죠.  

실제로 디즈니는 황금 시기 애니메이션 작품의 실사 이야기를 확장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라이언 킹>은 이미 프리퀄 제작에 들어갔고, 비록 기약없이 중단되었지만 <알라딘>도 속편 제작을 발표했었죠. 기존 IP 개발은 지적 재산권 보유 기간 연장에도 효과가 있으나 무엇보다 초기 개발비가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어공주>가 디즈니의 기대만큼 성공한다면? <캐리비안의 해적> 속편을 만든 롭 마셜 감독까지 기용했으니, ‘캐리비안의 해적’스러운 프랜차이즈로 개발해볼 법도 하죠. 괜히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 실제로 미국 미디어에서 소소하게 오가는 예측입니다. (우르술라 해전에서 크라켄을 떠올린 건 저 혼자만이 아니겠죠?)

물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더 풍부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못한 실사 <인어공주>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Part of your world"가 부모의 과보호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토대로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10대의 보편적인 열망을 진공 포장한 곡으로서, 동시대 10대들에게도 여전히 소구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건 분명합니다.

이번 할리 베일리 버전은 그 열망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1989년의 하워드 애쉬먼과 앨런 멘켄은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을 완성해냈고, 2023년의 린 마누엘 미란다는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인어공주를 리브랜딩했습니다.

세계관 콘텐츠를 즐기는 21세기 관객은 에리얼의 모험이 결혼이란 결말로 끝나지 않고 그 후로도 이어지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알다시피, 극장과 OTT를 오가며 속편 대잔치를 열고 있는 디즈니야말로 관객의 이러한 ‘I Want More’ 욕망을 가장 잘 파악하는 회사가 아니던가요? 🗽 DJ 홍수경 | FB 

📻 Calling – Swae Lee, Metro Boomin, Nav, A Boogie Wit Hoodie

고전 IP의 동시대 업데이트 대성공 사례인 ‘스파이더맨’의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속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로 귀환합니다. 이번 주제가 "Calling" 역시 1편의 "Sunflower"처럼 스웨이 리의 곡으로 메트로 부밍, 내브, 에이 부기 윗 후디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공식 가사 비디오가 유튜브에 공개되었습니다. 포스트 말론 앨범에서 실리기도 했던 "Sunflower"는 RIAA로부터 17x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 인증을 받았던 곡으로 이번 속편에서도 리믹스 버전으로 삽입됩니다. "Calling"도 이 정도의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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