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인공지능 회사는 왜 저작권에 집착할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인공지능에게 저작권은 없다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 | The Verge (2023.08.20)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 | Steven Thaler and/or Creativity Machine

🧑‍💻 "AI에게 저작권은 부여할 수 없다."

2022년 6월, 이미지네이션 엔진(Imagination Engine)의 CEO 스테판 탈러(Stephen Thaler)는 저작권청에 인공지능이 제작한 그림(="최근의 낙원 입구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의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스테판 탈러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마침내 미국 연방 지방법원의 베릴 하웰(Beryl A. Howell) 판사가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미국 최초로 인공지능 저작권에 대한 경계를 법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쟁점

미국 저작권청(USCO): 지난 3월 저작권청은 미드저니로 제작된 그래픽 노블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의 저작권을 재심의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 도구로 제작된 창작물이 '기계적 복제의 결과'인지 아니면 '저자 자신의 독창성을 반영한 결과'인지 고려해 저작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명의 자리야]를 만든 크리스 카슈타노바는 전체 구성과 단어에 대한 저작권만 인정받고, 미드저니로 제작한 개별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받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저작권청은 저작권 심의 서류에 반드시 '저자와 인공지능 도구의 역할'을 기입하게 했다. 스테판 탈러 케이스에서도 같은 입장이다.

"미드저니는 무작위로 생성된 노이즈로 시작해 최종 이미지로 발전하기 때문에 특정 프롬프트가 특정 시각적 결과물을 생성한다는 보장이 없다. 프롬프트는 주문보다는 제안에 가깝게 작동하며, 이는 아티스트에게 이미지의 내용에 대한 일반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이미지를 제작하도록 의뢰하는 클라이언트의 상황과 유사하다."
미국 저작권청(USCO) 입장문 (2023.03)

스테판 탈러: 소송에서 주장은 '인공지능이 저작자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인공지능을 저작자로 인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단독 생성한 저작물 또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은 창작물의 소유자로, 인공지능은 저작권자로 등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법원: 판결문에서 하웰 판사는 "의심할 여지없이, 인공지능은 저작권의 새로운 영역에 접근하며 도전적인 질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케이스는 애초에 스테판 탈러가 작성한 심의 신청서에서 자신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음을 인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밝혔다.

왜 중요할까?

지난 7월 12일,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의 지적재산권 소위원회는 AI와 저작권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제너레이티브 AI의 출현에 따라 현행 저작권법이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당)은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에 지적재산권 고려 사항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의회가 저작권법의 변경 혹은 완전히 새로운 보호가 필요한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도 이에 대한 논의가 초기 단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저작권청이 의회나 법원보다 먼저 '프롬프트'의 기능과 역할을 규정했다. 앞으로의 논의도 저작권청의 입장과 정의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AI 창작물에 있어서 '인간의 역할과 범위'를 규정 혹은 규명하는 것이다.
한국의 산업 정책은 주로 미국의 입장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소리바다 논란이 한창이던 때에도 한국 법원은 미국 법원의 냅스터 판결을 참고하기 위해 최종 판결을 몇 달간 미뤘다. 그래서 동시대의 논쟁적인 지점에 대해선 미국 의회나 미국 법원의 입장을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이후 한국에서 인공지능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면 미국의 이번 판결을 참고할 가능성이 커졌다. 참고로 현재 한국의 저작권위원회 방침도 미국 저작권청과 동일하다.

생각해볼 문제: 인공지능 저작권에 왜 그렇게 집착할까?

글로벌 지적재산권(IP)의 시장 규모와 함께 IP의 가치는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 회사들은 사업 영역이 더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기술과 콘텐츠의 밸류체인이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기술의 지적재산권 뿐 아니라 그 기술(AI)이 제작한 결과물에 대한 모든 권리를 확보하는 기업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근미래에는 인공지능 기술 기업들이 영화 스튜디오, 음악 레이블과 경쟁하거나, 나아가 산업 전반이 재편될 수도 있다.
콘텐츠 비즈니스, 혹은 창의 산업의 핵심은 작가, 배우, 프로듀서, 음악가, 작곡가, 비주얼 아티스트 등의 창작 인력이다. 이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콘텐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수익은 제작비(인건비)와 수익쉐어(저작권)다. 제작사는 그 외 모든 비용을 감당하는 대신, 수익의 큰 부분을 가져간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 권리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케이팝을 예로 들면, SM이나 하이브의 히트곡은 그들이 100% 소유하지 못하고 작사/작곡/프로듀서와 공동 소유한다. 에스파의 음악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성공하기도 어려운데, 간신히 성공한 뒤에도 그 권리를 기업이 100% 관리하기 어렵다. 이것이 현재 콘텐츠 업계의 대표적인 리스크 중 하나다.
리스크는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저작권을 인정받으면 기업은 인공지능이라는 저작권자를 '소유'하게 되고, 저작권을 비롯한 파생 권리 모두를 관리하게 된다. '관리'야 말로 IP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이런 구조가 정립되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창조산업의 사업모델도 혁신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미래 산업에 있어 콘텐츠 IP의 확장 가능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음악 뿐 아니라 웹툰, 게임, 웹소설 등의 콘텐츠 밸류체인을 고민하는 사업자라면 이번 판결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함께 봐야 할 자료들

•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음반을 다시 녹음하고 발매하는 것을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나 시도할 순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음악 저작권이 테일러 스위프트 본인에게 있고, 그의 결정을 지지할 강력한 팬덤이 필요하다. 그리고 팬들은 일반적으로 아티스트의 새로운 창작물을 원한다. 최근 재출간된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표지 일러스트에 대한 이슈와 함께 생각해볼 문제.

• 할리우드의 파업이 장기화되지만, 어떤 스타들은 조용히 인공지능 복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뉴스.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이 늘어나면서 셀러브리티들은 디지털 트윈의 잠재적인 수익성을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는 창작물, 저작권,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 중 상당수에게 할리우드는 시작에 불과하다.

• 인공지능은 새로운 광고 사업이고 그 영향력은 훨씬 클 것이라는 관점. 지금 디지털 광고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사업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바로 데이터(=인터넷에서 가장 가치 있는 화폐) 때문이다. 광고와 달리 AI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제품이기도 하다. AI 프로그램은 광고 주제에 콘텐츠도 만들고, 일자리를 줄이고, 팀 규모와 급여의 축소를 정당화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규제 및 정책이 자리잡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엄청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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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법원은 AI의 저작권을 결국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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