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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케이팝을 통해 현재의 아시안 커뮤니티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홍수경의 핫아메리카노 | 브로드웨이 뮤지컬 [KPOP]의 작곡가 헬렌 박 인터뷰

2022.11.23 | 조회 2.2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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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TMI.FM

Tomorrow of the Music Industry

TMI.FM의 DJ 홍수경(Janis Hong) | 영화 잡지 기자로 일하며 한국 영화계의 대소사를 기록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 그곳에서도 각종 영화 및 팝컬쳐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어권 음악만 듣던 팝 덕후가 뒤늦게 미국에서 케이팝 팬으로 거듭났고, 최근에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의 작품 덕에 한국과 미국의 접점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북미주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


※ 이 긴 인터뷰는 특별히 TMI.FM를 위해 독점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서클 온 더 스퀘어(Circle on the Square)’ 극장에서 [KPOP] 뮤지컬의 프리뷰가 시작되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 프리뷰는 정식 상영 전에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일반 관객에게 공개되는 쇼를 말합니다.

뮤지컬 [KPOP]은 K-pop 프로덕션인 RBY 엔터테인먼트의 세 아티스트 그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뮤지컬입니다. 전설의 가수였던 RBY의 대표만큼 크게 성장한 무이, 팀 내의 갈등을 겪는 보이그룹 F8(페이트), 데뷔 무대를 앞두고 불안한 걸그룹 RTMIS(아르테미스)와 함께 다양한 사운드의 K-pop 스타일 뮤지컬 넘버가 펼쳐집니다. 

The cast of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The cast of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프리뷰를 보면서 저는 가벼운 충격을 받았어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주요 언어는 영어를 쓰지만, 중간 중간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튀어 나옵니다. 오프닝 곡 "디스 이즈 마이 코리아"에서는 ‘디스 이즈 마이 코리아, 디스 이즈 마이 스토리야’라는 한국어 후렴구와 함께 인물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손가락으로 'K'를 만드는 재미있는 안무를 보여 주는데요. 저는 특히 ‘스토리야’ 하는 부분에서 좋아서 쓰러질 뻔 했어요.

뉴욕의 한국어 능통자(?!)로서 영화 [헤어질 결심]도 뿌듯함을 느끼게 해줬는데 [KPOP] 뮤지컬도 비슷한 기분을 안겨주었죠. 더불어 이런 뉘앙스를 외국인들이 잘 이해할까... 하는 굉장히 한국인스러운(!) 오지랖, 아니 걱정도 좀 있었는데요, 사실 뉴욕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경험한 분이라면 잘 아실 거예요. 뮤지컬을 즐기는데 영어가 뭐 그리 큰 장벽인가요? 하물며 극중 박수갈채를 받았던 대사 중 하나는 ‘Learn Korean~!’이었어요.

몇 주 뒤에 본 정식 공연은 프리뷰와 또 달랐는데요. K-pop의 ‘흥’을 브로드웨이 식으로 전달한달까요. 마스크를 벗은 다양한 관객들이 한마음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드디어 팬데믹이 끝났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K-pop, 인종 장벽을 깨는 마법의 장르

한국에서 매일 국뽕을 자극하는 'K-어쩌구'에 지쳐 있다면 이 뮤지컬 소식에도 심드렁하게 반응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뮤지컬의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점은 주요 창작자들이 한국계 외국인이고 K-pop의 제조국인 한국 밖에서, 그것도 인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F(X)의 루나, 유키스의 케빈 우, 스피카의 보형, 미쓰에이의 민 등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 출신의 아시아 배우들도 대거 참여합니다.

특히 F8의 브래드 역은 인기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으로 유명한 재커리 노아 피셔입니다.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 배우가 중심이 된 뮤지컬이 드문 가운데 [KPOP]은 18명의 캐스팅 중 17명이 아시안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대다수 전설의 뮤지컬이 그러하듯,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출발해 5년만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했죠. 이것은 국뽕 이상의 성과입니다. 미국에서 K-pop은 인종 장벽을 깨는 마법의 장르가 되고 있어요.

K-pop이 세계의 팝으로 전환되던 시점에 왜 그 인기를 분석하던 기사, 칼럼, 논문이 쏟아졌던 걸 기억합니다. 미국내 마이너리티 10대의 열광적인 반응에 대한 지적도 있었죠. 서브컬처와 같았던 K-pop을 듣던 아이들이 성장해 이제 메인스트림을 다양하게 만드는 게 일조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KPOP] 뮤지컬이 실제 K-pop을 얼마나 잘 고증했나 아닌가를 따지는 관점은 낡아보입니다. K-pop이 실제로 세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KPOP] 뮤지컬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헬렌 박을 만나 직접 들어봤습니다.

그의 인생을 바꾼 뮤지컬 [KPOP]은 오프 브로드웨이 시상식인 ‘루실 로텔 어워드'와 신작 뮤지컬에게 수여하는 ‘리차드 로저스 어워드'를 받았고, 이후 그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의 공동 음악 감독을 맡아 영화 음악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첫 아시안 여성 작곡가'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헬렌 박이 TMI.FM을 위한 특별 인터뷰에 응해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 DJ 홍수경 janis.hong@gmail.com 


브로드웨이 뮤지컬 [KPOP] 음악 감독, 헬렌 박(Helen Park) 인터뷰

헬렌 박(Helen Park)
헬렌 박(Helen Park)

Janis: [KPOP] 뮤지컬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Helen: 뉴욕대 대학원에서 뮤지컬 작곡 공부를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취미로 K-pop 곡을 만들곤 했습니다. 대학원 친구들에게 저의 K-pop 스타일 곡을 들려줬기 때문에 다들 제가 K-pop을 작곡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K-pop 뮤지컬은 작가인 제이슨 김과 연출가 테디 버그먼이 막연하게 생각하던 아이디어가 실험적인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인 ‘아르스 노바(Ars Nova)’의 아티스틱 디렉터 제이슨 이건의 귀에 들어가면서 궤도에 올랐는데요. "강남 스타일"이 한참 유행한 뒤 2014년에 아르스 노바에서는 새로운 장르인 K-pop으로 뮤지컬로 만들자고 요청했고 음악 감독을 찾던 중에 제 소문을 들은 연출가 테디가 저에게 연락을 해서 만나게 되었죠.

음악 감독으로서 2014년에 다양한 작곡가를 모아서 워크샵을 개최했고 그 중 8곡을 가지고 안무가 제니퍼 웨버가 안무를 짰어요. 여러 작곡가들이 곡을 만들다 보니 곡마다 색이 달라서 한 팀이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최종적으로 저와 맥스 버논이란 친구가 팀이 되었어요. 

루나(Luna) in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루나(Luna) in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Janis: K-pop으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Helen: K-pop 뮤지컬은 저에게 여러모로 기적 같은 기회였어요. K-pop을 사랑했지만 K-pop으로 뮤지컬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리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죠.

사실 제 꿈은 브로드웨이 작곡가였지만 실현 가능한 꿈은 아니었어요. 브로드웨이 작곡가는 유태인 남성이 주류인 데다, 인종을 떠나 여성 작곡가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게다가 동양인 여성 작곡가는 정말 없기 때문에 그저 꿈일 뿐이었죠.

아르스 노바에서 K-pop 뮤지컬 제안이 왔을 때 이게 나의 ‘원 샷’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적같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2014년에 시작한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이 성황리에 잘 끝나서 이제 브로드웨이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Janis: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오면서 여러 변화가 생겼을 거라 추측되는데요. 음악 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Helen: 2017년의 쇼는 3층 건물의 K-pop 기획사 내부를 관객이 돌아다니면서 경험하는 이머시브 씨어터(Immersive Theater) 형식이었습니다. 의상실이나 연습실부터 성형외과 같은 장소도 있었어요. 마지막에는 다같이 모이는 콘서트로 끝나는 실험적인 쇼였어요. 브로드웨이에서는 한 장소에서 앉아서 관람을 하기 때문에 음악을 더 농축할 필요가 있었죠.

더 큰 변화는 주제였어요. 그때는 BTS가 월드 스타로 부상하기 직전이었고 미국에서는 K-pop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 뮤지컬은 ‘K-pop이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데 왜 미국에서는 별 반응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탐구하는 쇼이기도 했어요. 원더걸스, 보아, 세븐처럼 미국 시장에 도전했던 아티스트 이야기가 반영이 되었죠.

그런데 BTS가 대성공을 거둔 거예요. 더 이상 그 질문이 의미가 없어지는, 바람직한(!) 현실이 되었죠. 그래서 근본적인 질문을 바꿨어요. K-pop 글로벌 스타들은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나? 그들도 사람인데 아이돌의 경험은 어떤 것일까? 아이돌이라고 다 같은 경험을 할까?

관객의 눈에는 화려하고 완벽한 아이돌이고 무대 위에서 희열과 기쁨을 느끼겠지만 거기에 따르는 희생과 고민, 아티스트로서 선택을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탐구를 하고 싶었어요.

또한 작곡가로서 미국 및 세계 관객이 한국인 혹은 동양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일례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이냐 북한이냐 하는 질문을 가장 먼저 받곤 했잖아요? 그리고 K-pop이라고 해서 예쁘장하게 꾸미고 칼군무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 간에 인간적인 경험을 모르는 분들이 많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아 해서 안타까웠는데 그런 시선을 바꾸고 싶었어요. ‘K-pop 아이돌’이라는 사회를 통해서 모던한 동양인 커뮤니티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죠.

그리고 2018년에 ‘기생충’이 오스카 상을 받게 되면서 한국 문화에 충실해서 만든 작품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고 사랑을 받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죠. 그래서 더 당당하게 내가, 우리가 생각하는 K-pop을 보여줘야겠다, 미국 관객에게 맞추려 하지 말고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진정한 K-pop을 보여주자는 생각이 커졌어요. 실제 K-pop 아이돌 싱어를 캐스팅하고 리서치도 많이 하고 깊이 들여다 보면서 이야기가 변했습니다.

The cast of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The cast of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Janis: 오프-브로드웨이와 브로드웨이 기간 사이에 벌어진 한국 문화의 성장이 뮤지컬의 진화에 도움을 준 것 같기도 합니다. K-pop은 하나의 장르처럼 통칭되지만 시대나 제작자에 따라 영향을 받고 다양해지는 장르이기도 한데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K-pop을 어떻게 정의하고 곡 작업을 시작했는지요?

Helen: K-pop을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팬으로서 정말 풍부하고 다양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한 곡으로 정의하기는 힘들죠. 저에게 K-pop은 그냥 팝이었어요. 미국에서 백스트리트 보이즈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좋아할 때 저에게는 H.O.T.와 보아가 있었죠. 스파이스 걸즈 대신 S.E.S.를 들었고요.

게다가 K-pop이 아이돌 음악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토이를 좋아했고 유희열의 K-발라드를 즐겨 들었어요. 평생동안 다양한 한국 음악을 즐겨 들었던 사람으로서 내 나름대로 자유롭게 K-pop을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돌 음악 공부도 많이 해서 그 특징을 살리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가 K-pop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멜로디, 화음, 리듬의 조화라고 생각해요. 곡에 있어 DNA라고 할 수 있는 이 세 요소가 감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사가 어떻든 간에 세계 어디서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K-pop의 매력이라서 그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 특징은 제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와도 연결이 됩니다. 저는 [남태평양], [오클라호마],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만든 로저스 앤 해머스틴(Rodgers & Hammerstein)의 작품들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굉장히 좋아해요. 좋은 뮤지컬은 좋은 튠을 가지고 있죠. 좋은 튠은 멜로디와 화음의 조화를 통해서 감정이 흘러 나올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관객은 그 곡에서 나오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되죠.

모두가 인정하는 K-pop의 댄서블 사운드와 캐치한 후렴 같은 측면도 존중하는 한편, K-pop과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공통점에 최대한 집중하며 제가 좋아하는 것을 지키려고 했죠. 브로드웨이 관객은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를 이해 못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 분들이 뮤지컬 곡을 들었을 때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서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K-pop의 힘인 것 같아요.  

 

This is My Korea | Live in Times Square l GMA  

Janis: 오프닝곡 "디스 이즈 마이 코리아(This is My Korea)"는 그런 포부가 느껴지는 신나는 곡이었어요. 작곡할 때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Helen: 저희 쇼를 잘 대표하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폭발적인 오프닝 넘버로 멜로디는 상당히 브로드웨이스럽죠. 그 곡에 등장하는 카운터 멜로디인 아르페지오가 있는데 ‘아리랑’에서 가져왔어요. ‘펜타토닉 스케일’이라고 하는 솔라도레미가 계속 이어져요. 처음에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그대로 사용했다가 실제 멜로디보다는 카운터 멜로디로 가자고 해서 아르페지오에 아리랑 선율을 넣고 팝 뮤지컬스럽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일렉트로닉 뮤직을 더했죠.

브로드웨이에서 아직까지 일렉트로닉 뮤직이 흔하지 않지만 K-pop은 하우스 영향도 있고 클럽 음악같으면서 하드-썸핑(hard-thumping) 베이스와 신스가 강한 일렉트로닉 뮤직이라는 특징이 있어서 편곡에 그 점을 반영했어요.

그런데 비트가 세어지면 멜로디가 잠겨서 클럽 음악처럼 되거나 아니면 너무 K-pop이 되어 덜 브로드웨이스러울 수 있기에 그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도전이었어요. "디스 이즈 마이 코리아"는 그 접점을 찾은 느낌이에요. 관객들이 들어보지 못한 K-pop같다, 혹은 뮤지컬스러운 K-pop같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Janis: 이야기 전개상 사운드가 뮤지컬이면서 공연의 느낌도 줘야했을 것 같아요. 이야기 때문에 사운드 균형을 잡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요? 

Helen: 사운드 면에서는 ‘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두려웠던 점은 모든 노래가 비슷하게 들리는 것이었죠. 모든 곡이 다 쿵쿵대면 스토리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드라마틱 아크(dramatic arc, 줄거리 흐름)’ 기준으로 끝으로 갈수록 에너지를 점점 올리는 식으로 편곡을 했어요.

뮤지컬 1막의 마지막 곡으로 굉장히 드라마틱한 "수퍼스타(Superstar)"는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K-pop 곡으로 등장해서 뮤지컬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 한편, 마지막 다섯 곡은 최대한 콘서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The cast of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The cast of [KPOP] | photo by Matthew Murphy & Evan Zimmerman

Janis: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에서는 디즈니 뮤지컬 자장 안에서 동양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넘버를 들려주고 [KPOP]에서는 브로드웨이와 K-pop을 섞었어요. 장르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한국계이자 동양계로서 장르 안에 독특한 에너지를 불어 넣고 있는데요. 서양과 동양 음악 장르를 잘 아는 아시안 작곡가로서 자신의 영역을 어떻게 구축하고 계신지요?

Helen: 스스로를 '아시안 작곡가'라고 규정하기보다 저만의 경험이 제 팔레트를 구성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으로 잠깐 이주했다가, 한국에 돌아갔다가, 캐나다로 옮겼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다양한 음악을 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쳤기에 클래식 음악 영향도 있고, 가스펠 음악에 빠지기도 했고,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를 들으며 모타운 사운드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고, 라틴 재즈를 좋아한 적도 있어요.

K-pop은 저에게 고향과 같은 음악이죠. 전통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은 너무나도 좋아하고 계속 공부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제 사운드를 이룹니다.

제 음악이 다른 동양인 작곡가의 곡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장르의 곡을 만들든 잘해내고 싶은 지점은 좋은 멜로디와 화음으로 감정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곡을 만드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현재 2편의 애니메이션과 3편의 뮤지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모두 장르가 달라요.

작곡가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튠을 만드는 것이고 누가 들어도 헬렌의 곡이구나 하는 반응을 받고 싶죠. 이것 자체도 선입견을 깨뜨리는 작업이라 생각해요. 동양인 여성 작곡가라서 한 가지만 할 수 있겠다, 한국인이어서 K-pop만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린 마누엘 미란다(=대표작 [엔칸토], [인더하이츠], [틱, 틱... 붐!], [모아나] 등)처럼 장르의 퓨전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는 뮤지컬 형식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장르를 섞어서 새로운 뮤지컬을 만드는데 저도 그런 식으로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섞을 수 있는 뮤지컬을 통해 음악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Janis: 한국에서도 브로드웨이를 꿈꾸지만 현실적 장벽으로 꿈만 꾸고 있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그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Helen: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독려하고 있어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거라 믿고 있어요. 특히 이런 쇼가 등장해서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 같고요. 기회를 잡기 위해 마냥 기다리지 마시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서 열정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쏟으면서 준비를 잘 하면 그 기회가 왔을 때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저에게 올지 몰랐고 그게 브로드웨이로 이어질지 몰랐지만 K-pop을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다음 세대 분들도 열심히 준비를 해서 더 다양한 이야기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 - Ultraluminary 

Ultraluminary (Official Video) | Over The Moon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오버 더 문]의 타이틀인 이 곡은 헬렌 박, 마조리 더필드, 크리스토퍼 커티스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덕분에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곡들이 귀를 사로잡습니다.

"Ultraluminary"는 주인공 소녀 페이페이가 드디어 만나게 된 달의 여신이 부르는 솔로곡인데요, '레이디 가가'스러운 팝과 'Kpop'스런 감정 전환이 함께 녹아 있는 곡입니다. [오버 더 문]은 [인어공주]의 캐릭터 애니메이터였던 글렌 킨이 연출한 2020년 작품으로 이듬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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