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레터#42 | 브리타니 하워드,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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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타니 하워드는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알라바마에서 매우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아 온갖 임시직, 계약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았다고 해요.

그럼에도 음악을 멈추지 않았는데, 13살 때부터 시작한 기타를 붙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 '알라바마 쉐이크'의 연습을 하고 곡을 썼어요. 그리하여 마침내 2015년 2집 [Sound & Color]로 그래미 최우수 신인, 올해의 앨범을 포함한 9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고,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을 포함해 4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2018년, 알라바마 쉐이크는 해산하고, 브리타니 하워드는 솔로로 데뷔했어요. 앨범 제목은 [Jaime]로, 자신이 8살 때 희귀한 소아암인 망막성형 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5살 많은 언니 이름입니다.

브리타니 본인도 어릴 때 같은 질병을 앓았지만 한쪽 눈을 잃고 살아남았어요. 제이미의 죽음 후 부모는 이혼했는데, 그 즈음 번개에 맞은 집이 불타버리기도 했습니다. [Jaime] 앨범 커버는 자매가 찍힌 사진인데, 집이 불탈 때 간신히 챙겨나온 유일한 유품이라고 해요. 네, 이 사진이요.

브리타니 하워드는 언니 제이미에게서 시를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고 해요. 13살의 언니가 8살의 동생에게 이런 걸 가르칠 정도면, 제이미의 재능이 말도 안되게 천재적이었다는 뜻이겠죠.

브리타니 하워드는 인터뷰에서도 여러 차례 제이미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이 앨범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 대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언니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고요. 

브리타니는 미국 남부 소도시의 혼혈 여성이자 이혼 가정의 자녀였고, 가난한 도시 노동자이자 장애인이었으며 또한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인물입니다.

때문에 지역이나 가족, 심지어 신앙 공동체에서도 완전한 소속감을 가지지 못했다고 해요. [Jaime]는 바로 이 고독감, 소외감, 그럼에도 끝내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용기에 대한 앨범입니다.

"He Loves Me"에는 '교회에 가지 않아도 그는 나를 사랑하신다걸 안다, 내가 대마초를 많이 피워도, 술을 너무 마셔도 나를 사랑하는 걸 안다. 그는 나를 사랑하실 뿐, 평가하지 않으신다'.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브리타니 하워드의 이 가사는 매우 큰 위로와 안정감을 줘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으리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Stay High"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올해 그래미에서 최우수 록 부문을 수상했어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얼굴의 배우는 테리 크루스(Terry Crews)인데요, 전직 NFL 선수 출신으로 보통 코미디, 시트콤 등에 출연해서 낯이 익죠.

또한 그는 남성-페미니스트로서 2017년 영화계에 확산된 미투 운동을 '여성에게만 국한된 사례'라는 논리로 축소시키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자, 과거에 자신도 어느 파티에서 영화사 고위 임원에게 성희롱을 당했음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브리타니 하워드의 솔로 앨범 타이틀 곡에 그가 출연했다는 점, 또한 이 비디오에 등장하는 노동자의 일상과 스치듯 지나가는 지역 공동체의 풍경에서 어떤 울림을 받게 되요. 30대의 그가 살아온 온갖 복잡한 역사를 3분 40초 분량에, 그것도 매우 평화롭고 우아하게 담아내는 것 같거든요.

브리타니 하워드는 이 앨범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오랫동안 내 정체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내가 태어난 곳처럼 작은 마을에서는 결코 다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 간절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 싶었다." 

매우 모순적이지만 절박하게 들립니다. 그의 솔로 앨범은 모두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요. 남부 사회에서 혼혈 가족으로서 받은 편견, 어릴 때 죽은 언니, 장애인 노동자로서 겪은 가난, 레즈비언이라는 성 정체성, 음악인으로서의 성공, 그럼에도 불안한 미래 등등이요. 그 안에는 이렇게 모순적이고 복잡한 감정도 포함됩니다.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위한 앨범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이 앨범을 좋아한다면, 그건 사실 너무 놀라운 일이지."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그가 밴드를 그만둔 걸 아쉬워하기도 해요. 하지만 제게 브리타니 하워드는 자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처럼 보여요. 그건 자신이 쓴 곡으로 밴드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영역이니까요.

그런데 회사를 다니는 것도, 팀으로 일하는 것도 결국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은 말이죠, 어떤 사람들은 결국 돌고 돌다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평범해지고 싶어도, 또는 매우 큰 칭찬을 받고 실력을 인정받아도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말은 단 하나에요.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쓰세요. 

브리타니 하워드에게 완전히 반해버렸던 라이브 영상과 함께 오늘 시간은 마무리할게요. 가끔은 댓글로 의견이나 목소리를 남겨주시면 정말 기쁠 거에요. 

내 안의 이야기를 찾는 밤, 차우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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