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FM의 DJ 조이스 첸(Joyce Chen) | 대만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10대를 보낸 조이스 첸은 현재 미국 Syracuse University에서 뮤직 비즈니스 과정을 밟으며 워너 뮤직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슈퍼주니어로 K-pop에 입문(?)해 한국어를 배운 DJ 조이스는 미국 20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음악산업에 대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이 아티클은 조이스가 직접 한글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콘서트 티켓을 어디서 구매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아이돌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 티켓을 같은 곳에서 구매할 수 있나요? 미국에서는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를 예약하려면 티켓마스터(Ticketmaster)라는 구매 사이트를 이용하는데요. 미국에서 음악 비즈니스를 공부하거나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이름입니다.
요즘 TM(이제 저는 Ticketmaster를 TM로 부를 겁니다!)은 미국 뉴스에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이 글을 통해 TM의 간단한 소개, 요즘의 이슈, 그리고 저와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TM는 무려 40년 넘게 티켓 판매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2010년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이라는 콘서트 회사와 합병해,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Live Nation Entertainment)를 설립했거든요. 당시 미국에서는 이 두 거대 공룡 기업의 합병이 독점이 될까 우려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막지 못했습니다.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설립 후 TM는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 확장했고 앞에 말했듯, 미국 음악 시장에서 무려 70%에 가까운 지분을 차지하며 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는 4년 동안, TM에 관한 인식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로 이 회사가 음악 시장에서 더욱 독점화 된다는 것, 티켓 가격은 계속 비싸지고, 심지어 티켓을 구하는 것조차 더 어려워진다는 점 때문이에요. TM에는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는 것도 있는데요, 말 그대로 티켓 가격이 수요에 따라 매순간 변동되는 개념입니다. 인기 많은 티켓은 가격이 계속 오릅니다. 이런 장치에 대해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불만을 얘기하긴 했는데, 작년 말의 한 사건 때문에 최근 TM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금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올해 6번 째 단독 투어(=헤드라이닝 콘서트 투어)인 [The Eras Tour]를 시작하는데요. 이 투어는 [Reputation] 이후 5년 만의 첫 번째 투어로, 그 사이 테일러 스위프트는 4개의 앨범을 발매했죠. 지금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Eras Tour] 투어 티켓을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3개월 전인 2022년 11월 15일, TM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Eras Tour]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티켓을 구하고 싶은 팬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팬들은 아예 티켓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TM서버는 몇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트래픽 때문에 먹통이 되었고,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은 계속 Error Message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TM에 따르면 전례 없는 인원이 접속했다고 합니다. 라이브네이션의 그레그 마페이 회장은 티켓마스터는 150만 명의 팬들이 접속할 수 있게 준비했지만, 1400만 명이 접속했다고 주장했어요. 이 인원은 "900개의 공연장과 스타디움을 채울 수 있는 규모"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TM은 예약 판매와 일반 판매를 모두 취소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2022년 11월 18일 자신의 Instagram 스토리를 통해 '티켓마스터에게 여러 차례 이러한 문제를 문의했고, 확답을 받았다. 변명이 필요없다'는 내용의 글을 쓰며 분노했어요.
티켓 판매를 중단한 TM은 사과 메시지를 보냈지만 화가 난 팬들과 테일러 스위프트를 달래진 못했습니다. (제 친구들도 그랬고요). 대중들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TM은 정말 준비를 충분하지 못했나요? 서버가 부족했을까요? 아니 좀 더 근원적으로, 표를 구매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워졌나요? 이런 문제가 TM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있나요? 등등.
이 사례는 지난 24일, 백악관 청문회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여기에서 오고 간 내용을 보면 주로 TM과 모회사 라이브네이션의 합병으로 정말 거대한 기업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우려가 보입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라이브 이벤트 산업의 너무나 큰 마켓을 차지하고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까요. 이 회사는 콘서트와 스포츠 티켓 사업 뿐 아니라 실제 경기장도 많이 소유하고 있어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압도적인 시장의 영향력으로 경쟁없이 티켓 가격도 마음대로 높일 수 있답니다. 이런 이유로 아티스트가 투어를 하거나 다른 티켓팅 플랫폼을 사용할 기회도 줄어듭니다.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TM의 대안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또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TM이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도 [The Eras Tour] 티켓을 팔았다면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까요? 또한 콘서트 티켓의 가격은 플랫폼이 아니라 아티스트가 정하는 게 아닐까요? 학생의 입장에서는 비싼 티켓 가격을 볼 때마다 슬프고 짜증도 나지만, 제가 알기로 티켓 가격은 아티스트가 결정하는 부분이라 전적으로 플랫폼에게 화를 낼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참고로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Eras Tour] 티켓 가격은 49달러에서 449달러 사이로 판매되었고, VIP 패키지는 199달러에서 899달러 사이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다이나믹 프라이싱'이라는 TM의 정책에 따라 가격은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94년에도 이미 펄 잼이 티켓마스터에게 비슷한 문제제기를 했고 청문회도 열렸더군요. 티켓마스터의 독점 구조를 기반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그 부담을 소비자와 팬이 떠안는다는 문제제기였습니다.
TM과 라이브네이션이 합병한 지도 10년이 넘었어요. 그 시간 동안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시장에 큰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를 완전히 반대하거나 둘의 관계가 깨지기를 바라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대신 현재 시장에서 경쟁을 부추기는 전략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구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DJ 조이스 첸 | LinkedIn
📻 Taylor Swift - Anti-Hero (2022)
테일러 스위프트로 시작했으니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로 마무리할게요. ㅎㅎ 이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It’s me, hi, I’m the problem, it’s me”. 심지어 청문회에서도 이 부분이 인용되었는데요. 그 이유에 관해서는 구독자님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아무튼 제 글을 읽을 때를 제외하고, "Anti-Hero"는 운전할 때나 산책할 때 듣기 좋은 노래랍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DJ 조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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