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전에는 싫어했는데 지금은 좋아졌다는 내용들입니다. 왕년의 팝 스타 "마돈나"에 대해서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 시절, 물 건너 외국 가수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 시절이었죠. 춤추면서 노래 부르는 신인이 나타나서 팝시장을 점령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Like a Virgin"을 뮤직 비디오로 봤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끈적한 분위기도 어린 저에게 불편한 감정이 들었고요.
Open Your Heart ("마돈나"가 대단했던 진짜 이유)
마돈나가 한창 전성기 때에 그녀의 콘서트에 자식이 간다고 하면 부모들은 발 벗고 말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매우 야하고 선정적이며 터부시 하던 많은 것들을 거침없이 표현했습니다. 19금 딱지가 커리어 내내 붙어 다녔죠. 어린 시절이었던 그 당시 그녀의 명성에 비해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던 이유들 중 하나겠지요. TV에서 방영하던 그녀의 뮤직 비디오는 여기저기 잘려서 온전하게 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녀가 세상의 금기를 깨서 대단하냐고요? 여성들의 목소리를 속 시원하게 말해서 대단하냐고요?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어그로일 수도 있습니다. 기막힌 마케팅일 수도 있고요. 그녀가 대단하다고 깨달은 순간은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얼마 전 마돈나의 옛날 콘서트를 유튜브로 보았습니다. 보면서 "아~ 이래서 부모들이 마돈나 콘서트에 가는 자식들을 말렸구나..."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죠. 첫 오프닝부터 속옷차림으로 나와 춤을 추며 노래를 부릅니다. 그 노래가 "Open Your Heart"입니다. (유튜브 링크 Madonna: Open Your Heart [Who's That Girl Tour]) 민망한 신체 부위를 강조하고 성적 표현 수위도 상당하더군요. 부모들은 극혐 했겠지만 자식들은 충분히 열광할 만했습니다. 그런데 콘서트를 계속 보면서 진짜 놀라웠던 것은 자극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녀의 체력이었습니다.
콘서트에서 마돈나는 한시도 쉬지 않습니다. 쉬엄쉬엄한 춤동작도 아닙니다. 과격하고 백 미터 달리기 하듯이 뛰고 점프를 합니다. 그제야 그녀의 온몸이 근육으로 단단하다는 것이 보이더군요. 몸을 만들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절대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격한 춤을 추며 라이브로 제대로 노래할 수 있는 가수는 마돈나뿐일 겁니다.
그녀가 그 시절 대단했던 진짜 이유는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근육질 몸이 증거입니다. 몸은 거짓말을 못하죠. 이슈메이커라는 이미지에 가려 그녀의 노력에는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철학이나 세계관을 모두 동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그녀가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고, 그 노력은 그녀가 시대를 뛰어넘어 롱런할 수 있게 한 이유입니다. 자극적인 이슈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실력이 있어야죠.
현재 너무도 바뀐 마돈나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의 시대는 끝났지만 오래전 콘서트에서 혼신의 노력을 하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변하지 않는 세상의 이치를 (세월이 흘러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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