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을 매일 그리고 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그림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누군가를 가르치는 신분이 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위치로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을 나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론이 아닌 직접 체득한 그림에 대한 경험을 한 가지 공유하려 합니다.
얼굴 말고, 표정을 그려라
그림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사람의 얼굴을 그릴 것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기준을 사람 얼굴을 얼마나 잘 그리는지로 결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만큼 사람 얼굴 그리기는 신경 쓰이는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초상화를 얼마나 닮게 그리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죠. (아주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그림을 매일 그리고 있지만 사람 얼굴은 여전히 잘 그리지 못합니다. 대상의 얼굴과 똑같이 그리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0점에 가까울 것 같네요. 그러나 매일, 많이 그림을 그리게 되면 이 난관을 헤쳐나갈 꼼수가 생깁니다.
얼굴을 그리는 게 아니라 표정을 그리면 우리의 시선은 표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표정이 독특하거나 과장되어 있다면 그 효과는 더 좋습니다. 표정이 부각된 그림에서 우리는 얼마나 닮게 그렸는지 보다 표정이 만드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표정을 짓게 되었을까?" 그림 감상이 상상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초보일수록 예쁜 사람을 그리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예쁜 사람들은 표정이 단조롭습니다. 표정이 아닌 얼굴을 그릴 수밖에 없죠. 그러나 우리가 흔히 못생겼다고 말하는 개성 넘치는 사람들은 표정을 그릴 수 있습니다. 표정이 독특한 모델을 찾으세요.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남보다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남들과 다르게 해야 한다." 그림 그리기도 남들보다 잘 그리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은 남들과 다른 그림을 그려보는 것일 겁니다. 물론 이것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대상의 표정에 집중해서 그리는 것이 남들과 다른 그림의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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