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이큰 시리즈"와 "이퀄라이저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남자배우들이 중년에 접어들고 전성기가 조금 지나갈 때 실력 좋은 킬러 배역을 맡는 것이 코스가 되었습니다. 이 경향의 시작은 아마도 영화 "테이큰 시리즈"의 "리암 니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테이큰 시리즈"가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흥행과 관심을 받았거든요.
영화는 왜 중년배우를 킬러로 만드는가?
배우 "리암 니슨"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던 배우였습니다. 그 후 기억에 남는 영화는 단연 "테이큰 시리즈"입니다. 좀 더 좋은 연기와 필모를 쌓을 수 있었던 배우였는데 영화 테이큰 이후 비슷한 아류작들만 찍으며 B급 액션배우로 마지막을 각인시키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테이큰의 흥행성공이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만, 왜 영화계에서는 중년 남자배우들을 킬러로 중용하게 되었을까요?
액션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무게감이 없고 가벼워 보인다는 것입니다. 태생적으로 오락적인 측면이 강한 장르이니까요. 그런데 연기력이 출중한 인지도 있는 중년배우가 액션장르에 주인공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판이 달라지죠. 그들이 연기하는 킬러의 모습이 갑자기 고급스러워 보이기 시작합니다. B급 액션영화에 아우라가 입혀지는 것입니다.
최근에 (2023년 10월) 영화 "이퀄라이저 3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액션영화에는 무려 주인공이 "덴젤 워싱턴"입니다. 이 영화는 테이큰보다 더 무게를 잡고 중후한 분위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립니다. 이 모든 것은 "덴젤 워싱턴"에 맞춘 영화 콘셉트일 테죠. 영화는 나름 볼만합니다. 그러나 액션연기가 몸에 배지 않은 중년 배우들의 액션영화들은 명확한 한계를 보여줍니다. 영화 "이퀄라이저 3편"에서 그 문제점이 도드라지죠.
나이도 많고, 액션이 주종목도 아닌 배우가 하는 액션 연기는 제대로 나오기가 힘듭니다. 지금은 높아진 기술력으로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히게 되죠. 영화 "이퀄라이저 3편"은 나름 영리하게 이 난관을 피해 가려합니다. 영화의 첫 시퀀스에서 주인공이 해치운 악당들의 시체가 널려있는 풍경만 보여줍니다. 어떠한 과정도 없이 말이죠. "덴젤 워싱턴"이 하는 액션 연기는 관객들의 뇌 속에서 상상만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퀄라이저 3편"에서 보여주는 "덴젤 워싱턴"의 액션신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분위기만 잡을 뿐, 액션 없는 액션영화가 되었습니다.
한때 잘 나갔던 배우들이 나이를 먹고 전성기가 지나갔을 때, 영화사 측이 제안하는 액션영화 주인공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것입니다. 누구의 아버지 역할보다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니까요. 영화사 측에서도 배우의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으니 좋은 캐스팅이죠. 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 그만 물러날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영원히 주인공으로 머무르는 배우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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