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출항이네요. 지금 기분은? 여전히 출항이 두렵고, 국경 건널 일도 막막하지만 마리나에서 만난 친구 덕에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겨울의 요트해븐 마리나는 대부분의 배들이 비어 있는데, 물 위에서 수리 중인 배 한 척이 눈에 띄어 배 주인과 얘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항해 계획을 듣고는 딱 소개해줄 사람이 있다더니, 몇시간 뒤 친구와 호라이즌스 호에 찾아왔습니다. 아메리칸 사이즈 머그컵에 와인을 가득 담아서요. 보드카도 한 병 가져오셨습니다.
아저씨 친구 라이너는 독일인으로, 미국으로 이민 왔지만 주로 멕시코 라파즈에서 지낸다고 했습니다. 바하캘리포니아는 수없이 항해해 봤으니,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망설이지 말라고 당부하더군요. 우리가 수줍은 동양인으로 보였던 걸까요? 좀 다른 유형의 동양인들도 있다는 점을 예상 못했던 모양입니다. 결국 그 후로 두 번이나 호라이즌스 호에 출동해 우리의 끝없는 질문 공세를 받아내야 했습니다. 특히 저는 라이너가 지중해에서도 항해를 하던 유럽 세일러라는 데에 왠지 마음이 놓였습니다. 실컷 태평양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공감을 기대했죠. NOAA 그래픽 예보 화면에서 무시무시한 색으로 둘러싸인 강풍 구역을 가리키며 비인간적으로 험한 태평양 바다의 무자비함을 호소하려는데, 라이너의 한마디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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