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올해는 3월에 벌써 벚꽃이 만개해버렸다가 4월이 시작하자마자 꽃들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올 여름 역대급 더위가 찾아올 것이라고도 하는군요.
점점 높아지는 지구 기온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작년 8월 코르시카 해안을 강타했던 90노트 강풍 소식은 충격이었습니다. 소식을 들을 당시 저는 북미에서 오리털 잠바 입고 고장난 배와 씨름하고 있었지만, 바로 몇주 전 그 지역에서 크루즈를 하고 왔던 참이라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크루즈 내내 유독 바닷물이 따뜻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이 기상천외한 강풍의 원인으로 작년의 높은 지중해 수온을 들더군요.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로 일기예보가 이 정도 스케일의 강풍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제 전날의 일기예보만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하는 날씨를 안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윈디에서는 40노트라고 했었다구요!”
..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윈디는 억울한 스키퍼의 부서진 배를 고쳐주지 않습니다. 윈디가 보여주는 일기예보는 계산 모델의 결과값. 마치 식당에서 나오는 국밥을 맛보는 것과 같죠. 그러나 며느리도 모르는 그 비법을 이해하기 전에는 그 맛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어떤 재료와 조리 과정이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각각의 재료나 요리 과정에 변화가 생길 때 내가 먹을 음식 맛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상 기상 현상이 자주 등장하고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는 요즈음, 날씨를 스스로 파악할 줄 알고 대응능력도 갖춘 스키퍼가 되고 싶다는 학습 의욕이 뿜뿜 솟아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상학자들이 보는 자료
국밥 할머니가 가게를 팔고 떠나셔도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재료를 찾아서 그럴듯한 국밥을 만들어 먹을수 있지 않을까요? 윈디가 알려주지 않는 재료와 조리법을 배우기 위해, 기상학의 기본을 공부해 봅시다.
우선 기상학자들이 보는 자료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어리버리 항해일기 11편, 웨스트포트의 조 기억나시나요?
그레이스 하버의 웨더 부이를 찾아보았더니 정말 조가 기억하던대로 정확히 46211번이더군요. 그 아래로는 4611번 웨더 부이가 수집한 데이터들도 보입니다. 링크
일기예보 모델들이 계산을 하려면 입력할 데이터들이 있어야겠죠? 땅 위에는 기상 관측소가 있지만, 바다 위는 이렇게 웨더부이를 띄워놓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한다고 합니다.
하늘은 어떨까요?
라디오존데(radiosonde)라고 부르는 관측기구를 띄우는 중입니다.
라디오존데가 뭔지 간단히 설명해줄래?
우리가 흔히 보는, 그리고 김동완씨가 보여주던 일기도는 지표면의 일기도입니다. 일기도를 보며 내일의 날씨를 설명할 수 있으려면 전체 대기를 연구해 기상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기상 관측소가 수집하는 지표면 데이터는 전체 대기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므로, 기상학자들은 풍선을 띄워 여러 고도에서 대기를 관측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다양한 고도의 자료를 종합하여 기상 현상을 분석하고 예측합니다.
이 중 기상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료는 지구 대기의 대략 중간 높이의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중간층 상황에 의해서 전체 기상 시스템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이 중간층은 대략 5-6km 높이에 위치하지만, 그 위치는 높이보다 기압으로 찾는 게 정확합니다.
해수면 근처의 표준 기압인 1기압이 1,013mb인 것은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요, 기압은 위로 올라갈수록 낮아지므로 대기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면 기압이 그 절반인 500mb인 곳을 찾으면 됩니다.
A 지점의 관측소는 500mb 지점이 더 높은 것으로 보아, 기온이 높고 공기가 널럴하게 퍼져 있겠군요. 반대로 C 지점은 기온이 낮고 공기 밀도가 더 높기 때문에 대기층도 좀 얇을 것입니다. 이렇게 관측 지점마다 다른 500mb 기압에서의 고도를 측정해,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고도를 나타낸 숫자들이 같은 것끼리 연결하면 아래와 같은 등고선이 만들어집니다.
현재 작동 중인 기상 시스템을 한눈에 파악하고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기에 '대기의 운전대'라고도 불리는 대기 중간층 정보를 담은, 신비로운 500mb 등압도입니다. 생긴 건 비슷하지만 우리가 흔히 보는(그리고 김동완씨가 보여주던) 지표면의 일기도와는 다른 자료입니다. 바람은 이 등고선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분다고 합니다.
500mb 등압도에서 왜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등고선을 따라 부는거야? 어린이 과학동아 버전으로 설명해줘.
우리 머리 위에서 일어나는 일
자, 이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니 기대하세요.
각각의 관측소 지점에서 500mb 높이에 풍선을 고정시켜 놓았다고 상상해 봅시다. 더 높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습니다. 풍선들이 만든 면에는 산등성이도 있고 골짜기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 등압선은 높이 정보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3D 지도라고도 할수 있는데요, 산등성이를 지그재그로 표시하면:
이번엔 골짜기를 점선으로 표시해 보면:
그럼 지난 뉴스레터 예고편에 잠깐 등장했던 그림을 다시 소환해 보겠습니다.
알고보니 이 그림 역시 500mb 등압선 지도였더군요. 기상학자들은 여기서 그려지는 '지형'에서 '패턴'을 찾는다고 합니다.
위 그림은 중앙에 산등성이가 올라와 있고 양 쪽에 골짜기가 있는데요, 바람이 등고선을 따라 왼쪽(서)에서 오른쪽(동)으로 부는 것을 상상해 봅시다.
보통 바람이 높은 산을 오르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구름이 되어 비가 내리고, 산등성이를 넘고 나면 건조한 공기가 되어 내려가는데요, 여기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집니다. 바람이 골짜기에서 출발해 산등성이까지 등산을 하는 동안 비가 오고 다시 골짜기로 내려가는 동안은 맑은 날씨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위 그림의 골짜기는 정방향으로 기울었는데요, 이런 경우 비가 내리더라도 악천후의 가능성이 적다고 합니다.
반면, 위 그림은 골짜기가 역방향으로 기울었는데요, 이때 혹독한 날씨가 나타나기 쉽다고 합니다.
더 많은 패턴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우리 동네 대기 중간층엔 무슨 일이?
마치 보물상자를 발견한 것 같이 흥분되는 마음에, 당장 우리 동네 500mb 등압도를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윈디를 엽니다.
지난번에 설정해 놓은대로 이제 등압도가 보이네요. 이번에도 오른 쪽 아래 삼선 메뉴를 연 뒤, 슬라이드 바를 오른쪽으로 밀어 고도를 500hPa(mb)까지 올립니다.
그 뒤 More layers를 열어 메뉴 아랫부분 Display Isolines에서
Geopot. height를 체크합니다. 이제 위 등압도에서 보았던 등고선도 보입니다.
이 시뮬레이션을 하던 당시(4월 3일 오전 11시)와 그 다음날(4월 4일 저녁 9시)을 비교해 봅니다. 이제 말로만 듣던 날씨 패턴이 익숙한 모양으로 보이네요.
현재는 맑은 날씨이지만 곧 비가 예보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등고선이 천천히 동쪽으로 이동한다고 하더니 정말로 다음날 등고선이 동쪽으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입니다.
현재 500mb 등압도: 최근 며칠간 한국이 산등성이 건너편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맑은 날씨가 이어졌었나 봅니다.
다음날 500mb 등압도: 이 산등성이와 골짜기들이 서서히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다음날 한국은 서 골짜기 동 산등성이 사이에 위치하게 됩니다. 바람이 등산해야 되니, 비가 오게 되겠군요. 골짜기가 정방향으로 기울었으므로, 비가 와도 악천후까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설명 없는) 프레젠테이션 자료 때문에 토끼굴을 파다가 미국 기상청 홈페이지의 교육 자료까지 다 읽게 되었지만 의미 있는 지식을 얻게 되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네요. 뭔가 새로운 언어를 하나 배운 느낌입니다.
편안한 일요일 되셔요!
PS: 구독자님 중 한 분이 알려주셨는데요, LA 미주 한인 요트클럽에서 첫 미국 이민 뱃길을 거슬러 한국에 오는 항해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배가 타야나 37..
http://m.koreatimes.com/article/145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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