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법인은 개인사업자와 달리 반드시 해야할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총회이다.
1년에 한번, 결산기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월-3월에 한다고 하길래 우리는 2월 2일 제 1회 총회를 하기로 했다.
총회는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했고, 1부는 공식적인 자리로 이사와 감사만 참석을 하고,
2부는 우리의 2023년을 되돌아보고, 2024년 전략을 우리를 도와주는 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다.
[여사장]
'저 사람이다!'
시력이 좋지도 않고, 관찰력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지만 나는 이상하게 군중이나 무리 속에서 내가 원하는 사람을 바로 찾아내는 약간 신기한 재주가 있다. 여동생은 가끔 나의 이런 능력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었다.
하노버 공항파업 때문에 비행편이 서너번 취소 되어 겨우 저녁 비행기로. 그것도 연착으로 멘토님이 영국 에서 날아 오셨다. 처음 독서 모임을 통해 뵌 지는 3년이 넘었고, 저희의 멘토가 되어 주신지는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런데 실물을 하노버 공항에서 처음 뵈었다. 정말 너무 기뻤다. 평소 돌덩이처럼 말이 없는 내가 수다스러워졌다. 그만큼 말로 설명이 안 될 만큼 반가웠다. (아 혹시 여기 글로만 나와 남사장을 알고 계시는 분들께서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내가 말이 없고 남사장은 엄청난 이야기꾼이다. ㅎ)
도착하자마자 남사장의 차로 남사장의 집으로 서둘러 이동을 했다.
남사장의 부인 분께서 저녁식사를 직접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다.
‚음악하는 사람들이 손에 물이나 뭍혀 봤겄어?‘
(예전 에피소드에서 밝힌적이 있는데, 남사장의 부인 분은 음악인이다. )
‚미미美味‘
그야말로 실로 놀라운 맛이었다.
솔직히 하노버에서 직접 남사장님 댁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남사장의 부인 분께서 참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남사장처럼 성실하고 운동 좋아하고 정신 똑바로 박히고 가정적인 남자를 만났으니 복이 많다고. 그런데 음식을 먹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남사장이 여자복이 많아서 이렇게 음식솜씨 훌륭한 부인을 만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앞으로는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우와, 누가 매일매일 나한테 한식으로 이렇게 밥 차려 주면 난 바로 결혼하겠다.‘
태어나서 한번도 생각치 않았던 결혼이란게 남사장 부인분의 음식을 먹으니, 갑자기 하고 싶어졌다. 내가 갑자기 결혼이 하고 싶다고 했더니, 남사장은 어떤 이유 에서인지 나의 결혼 소망을 달가워 하지는 않았다. 원래 나처럼 평소에 결혼이니 남자니 아무 생각 없던 사람들이 한번 꽂히면 물불 안 가리고 사랑에 올인한다나 뭐라나. ㅎ 아무튼.
첫 날 식사는 멘토님과 남사장님 내외분과 함께 맛있게 먹었고, 드디어 다음 날.
정식 총회가 시작되었다.
총회 전날까지도 공연 일정 때문에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음에도 택시를 타고 총회에 참석해준 K님과, 세일즈 마케팅을 담당해 주고 계시는 H님께서 만삭의 몸을 이끌고 다른 도시에서 하노버 총회를 위해 자리하셨다.
남사장과 나의 브리핑 이외에도 K님의 클래식 음악 비즈니스 파트에 대한 발표와, H님의 세일즈 마케팅 전략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K님은 화이트 보드에 직접 핵심 안건을 적어가면서 멋지게 요약하여 브리핑 하셨고, H님은 발표자료까지 미리 만드셔서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주셨다.
사실 멘토님만 제외하면 총회에 자리한 모두에게 처음인 발표였다.
나 또한 남사장을 만나 공동대표가 되고 멘토님의 응원을 받으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기에 가능한 발표였다.
매출과 관계없이 멋진 도전들이 많았던 한해를 보냈고, 늘 혼자가 아니었다.
특유의 쾌활함과 러블리함으로 분위기를 풀어 주시는 K님, 만삭의 몸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세일즈 마케팅을 공부하며 우리를 도와주시는 H님, 언제나 따뜻하게 응원해 주시는 멘토님, 그리고 내가 남사장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끔 보이지 않는 뒤편에서 언제나 마음 졸이며 잘 되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계시는 남사장의 부인님까지.
공식 총회가 끝나고 지역 특산품인 예거마이스터를 한잔씩 나누며, 남사장의 입담 덕에 배가 찢어질 듯 웃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중에 복福이 제일 많은 사람은 결국 나였구나!
[남사장]
여사장과 투톱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8월말 9월초. 총회는 2월. 약 6개월동안의 사업 결과를 되돌아 보고, 2024년 한해를 어떻게 보낼 지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총회를 준비하는 동안 때로는 성적표를 받는 마음으로, 때로는 미팅을 앞 둔 설레는 마음이 들며 2월 2일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우리를 도와주는 모든 분들(영국에서도 오시고, 다른 도시에 사는 분들도 오시고, 아쉽게도 한국에서 도와주시는 분만 못 왔는데 다음에는 초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길 희망한다.)이 한자리에 모여 1박 2일동안 치열하게(?) 우리의 과거를 평가했고, 우리의 미래를 함께 그렸다. 멘토를 제외한 모두가 총회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다들 걱정을 했는데, 각자 맡은바에 대해서 준비를 잘 해와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즐겁고 유익하게 총회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행사를 위해 기꺼이 우리 집을 내어주고, 음식도 해준 아내에게 감사를 표한다. 열심히 잘해서 보답하는 방법 밖에 없다.
<에그 회식>
한국에서 인턴 생활을 했을 때 회식이 일주일에 못해도 2번은 있었던 것 같다. 회식의 이유는 다양했고, 이유가 없는 날에는 이유가 없기 때문에 회식을 했다고나 할까? 책임 질 가정도 없었고, 어렸고, 혼자 살고 그러다 보니 회식이 싫지는 않았다. 높으신 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 막 편하지는 않았고, 따라가기 어려운 주제나 입장에도 티 안나게 어울리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 였지만 회식을 통해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나만의 방식으로 즐겼다. 하지만 "회식이 진짜 팀을 끈끈하게 만들어 주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회식의 필요성을 잘 몰랐다. 내가 말할 시간도 없고, 대부분 듣다가 눈치 보면서 하나씩 먹고, 마시는, 시작 부터 헤어질 때까지 걸리면 안되는 마피아 마냥 보내다 보니 어떤 생산적인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모두 떨어져 살다보니 온라인 회의시간에는 정말 일 이야기만 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100% 였다. 온라인 회의 중 잡담도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처리 속도는 빠르고 좋았지만 일을 대할 때 "왜" 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즈니스에서 또는 프로젝트에서 "왜"가 중요한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왜"를 위한 회의는 없었다. 그러다 이번 총회 후 회식을 통해 평소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했는지를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와 왜 함께 하는지, 함께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비즈니스를 함께하는 파트너로 알면 좋았을 각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딱딱했던 카톡방도 예전에 비해 조금은 더 말랑해진 것 같고, 회의 때 발언이 적었던 사람도 발언이 많아졌으며 아이디어 제안도 더 많아 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오프라인 모임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고, 총회는 물론 이러한 회식도 좋은 조직 문화로 계속 이어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예상 매출>
예전에는 피드백을 받는다고 하면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얻는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을 이렇게 고치라던지, 이건 이렇게 풀어나가는 거라던지,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하지 말라던지. 이런 종류의 것이 피드백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피드백이 좀 더 철학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철학적 질문이 그러하듯 피드백을 받고 나면 질문이 더 많아 진다.
여사장과 함께 현실적으로 2024년 매출액을 선정하였다. 예상 매출액에 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하여 책정했다. 주력 프로젝트 2가지와 사이드 프로젝트 3가지, 총 5가지에서의 매출액을 예상했는데 멘토의 피드백은 5배로 늘려서 고민해보라고 했다.
'왜지? '
'너무 일 안해 보였나?'
'의지가 없어 보였나?'
5배 증가의 이유는 이러했다. 우리가 예상한 금액은 현재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선정했다면, 멘토는 먼저 벌고 싶은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돈을 벌 수 있는 찾아 수익화 해볼 것을 추천했다. 이미 2023년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들은 그대로 진행하고, 그것과 별개로 수입을 기반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제는 기획 뿐만 아니라 수입창출이라는 부분에도 집중해볼 것을 추천했다.
여기까지 읽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돈을 벌기 위한 아이템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아이템이 거의 대부분이였는데 멘토는 이부분을 지적한 것 같다. 어느 통계자료에서 본바에 따르면 보통 스타트업이 개업하고 평균적으로 9개월 정도 지났을 때 첫수입을 얻었다고 했다. 그 수입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수입 자체는 조금 있었다는 것이다. 2024년 5월이면 우리도 9개월인데, 멘토는 이러한 통계자료를 본 적은 없지만, 이쯤 되서 수입 나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OK.
5배 향상된 매출액으로 도전한다.
3개월 뒤 우리의 수입이 났는지, 2024년 예상 매출액과 달성 여부가 궁금하다면 계속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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