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남사장과 여사장 그리고 K씨의 합류로 음악관련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K씨는 음악 비즈니스에 전문성을 더해주고, 여사장은 전체적인 행정일을 도맡았으며,
남사장은 지속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우려와 달리 여사장과 K씨의 업무적인 부분은 물론 인간적인 부분까지 잘 맞아 시너지가 나고 있다.
[남사장]
K씨가 희망하는 음악 비즈니스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독일식 음악 페스티벌을 한국에 알리고, 양국의 기관, 단체는 물론 학생이나 교수, 음악인들의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통해 한.독의 음악시장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들어보면 기존에 있는 비즈니스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K씨만의 차별점은 분명하다. 다만 자세한 내용은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따로 적지는 않겠다.
<음악 비즈니스>
음악 비즈니스에서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수입을 만들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정확하게는 지속가능하고, 넉넉한 수입을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이미 뛰어난 소수의 음악인들이 주도하고 있고,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인프라와, 후원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행사의 특성 때문이다. 심지어 후원과 지원이 있다고 해도 수입원으로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국내 시장 자체에도 한계가 있고, 경제의 영향도 많이 받으며, 이미 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고, 무엇보다 뛰어난 퀄리티를 보장해야 하기에 자본, 인맥, 대형 기관의 지원 등이 요구된다.
뭔가 어렵다고 하고,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해내고 싶고,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했을 뿐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진다.
청개구리 심보이다.
어쩌면 K씨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그런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K씨가 가진 유형과 유사한 기존 비즈니스를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역시 K씨의 말대로 큰 규모일수록 더 많은 후원사를 가지고 있었고, 지방보다는 서울에 집중되는 양상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 행사는 아주 큰 행사 한두개만 살아 남아 있는 것 같아 보였다.
K씨의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3년만 버티면 자리 잡을 수 있대요"
보통 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생계때문에 다른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당장 결과를 볼 수는 없지만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상대적으로 쉽고 자신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 셋의 역량만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고, 그 중 나는 3년을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구축>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목표 지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과제일 정도로 비즈니스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럼 음악 분야에서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성악 분야를 예로 들자면 성악가 본인이 소리를 내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데 본인이 안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가르치면, 자신의 명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고객의 실력 향상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가진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라 위임이 어렵다는 판단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아주 쉽게 찾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K씨를 설득하는데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위에서 언급된 방법은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는 없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하나의 큰 이벤트를 성공시키는 것 보다 아주 작은 단위의 이벤트를 계속 성공시키면서 공통으로 묶을 수 있는 부분을 찾고, 디테일한 세부적인 부분을 특화 시켜, 이를 관리해줄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고, 이에 따라 가격, 장소, 시간 등을 조정하여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쌓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스템이 완성된다고 배웠다. 여기에 적절한 스토리텔링과 퀄리티 있는 서비스, 그와 더불어 마케팅과 고객관리 및 유치가 이루어지면 작은 이벤트의 성공스토리가 여러 개로 모여 결국 하나의 큰 이벤트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사장]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둡고 답답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앉아서 뭐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2023년 유일하게 극장에서 본 단 하나의 영화가 있다. 바로 슬램덩크이다.
만화책으로 볼 때에는 아직 10대였기에 서태웅과 같은 캐릭터가 참으로 멋져 보였다.
그런데 내 나이 30대 후반이 되니 이제야 진정한 강백호의 진가가 보인다.
영화 슬램덩크의 마지막 대사중에 아래와 같은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경기는 끝난게 아니다.
모두가 끝이라고 생각하던 경기의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불과 몇초 전, 상대방 코트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유일한 플레이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강백호다. 다들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 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고, 그렇기에 행동할 수 있었다.
'진짜 xx 멋지다.'
내가 앞으로 비즈니스를 하면서 가져가야 할 단 하나의 메세지라고 가슴에 새겼다.
비즈니스나 스포츠나 처음에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워서 시작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주변의 시선과 판단 그리고 스스로가 정해놓은 한계에 부딪힌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나 환경을 근거로 실패를 분석한다. 하지만 사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실패란 스스로가 포기했을 경우에만 실패로 성립한다. 왜냐하면 비즈니스의 도전에는 그 끝이 없기 때문이다.
실패는 사업의 영역에서는 기본값이다.
빠르게 많이 실패해 볼 수록 시장 검증 데이터가 모이기 때문에 많은 시도는 무조건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의 눈에는 빠르게 실패해 보고자 하는 자세가 너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나는 K씨도 처음에 우리와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그런 점들을 느끼고 답답해 했으리라 생각한다.
„솔직히 저는 그냥 한가지 목표에 저희가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1년 후의 한국 행사를 성공적으로 열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시도와 실패를 해 보자는 취지로 남사장이 매주 월요일 열리는 클래식 비즈니스 회의에서 안건을 꺼냈을 때 K씨의 반응이었다.
„남사장님, 그리고 여사장님. 이게 보통은 1년에서 3년정도 준비하는 행사거든요. 제가 아는 분들도 다들 그 정도 준비한다고 했었구요. 지금 대관이 가능한 장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주변에서는 예약이 다 차서 대관하기 힘들거라고 하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이렇다. 일반적으로는 저렇게 한다. 와 같은 세상의 상식은 개나 줘버려! '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K씨에게 교양있는 여사장으로 보여지고 싶었기에 참았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상식의 기준에서 당황해 하던 K씨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물이 든 것인지 날로 과감해져 갔다.
„네, 해 봅시다. 까짓거!“
그렇게 1년 후를 기약했던 한국 행사와 별개로, 독일에서 개최되는 행사를 함께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들이 절대로 그런식으로는 안 될거라고. 이미 자리가 다 차서 대관이 안 될거라던 행사 기획을 시도했고, 우리는 3개월 안에 모든 계약을 마무리했다.
상식적으로 실패해야만 했던 우리의 시도는 비상식적으로 성공해 버렸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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