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
사업을 한다는 건 무엇일까. 하나의 아이템에 올인하는 장인정신
큰 숲을 보며 기다릴 줄 아는 여유, 팀원을 리드할 줄 하는 선구자,
어떤게 정답일까 ?
[여사장]
<한나와 조안나>
오늘은 생뚱맞게 내 마지막 직장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나는 처음 입사 당시 나를 포함 총 6명이었던 신생팀의 멤버로 들어갔다.
조안나라는 나보다 7살정도 어리고, 이제 갓 특수교육학과 석사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어린 친구가 입사 동기가 되어 특별한 인연이 있다. 팀 내의 유일한 동양인이며, 독일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아무래도 독일의 팀 문화에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나중에야 밝힌 내용이고 물론 나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한나라는 친구는 나의 입사를 반대했었다. 내가 팀에 맞지 않은 사람이라 여겼다고 한다. 인정한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나는 사회복지 분야, 그리고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팀 분위기에는 맞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 팀은 내가 입사한 뒤, 팀원이 총 17명이 되는 시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센터로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빠른 성장에는 언제나 성장통이 따르는 법.
서로가 서로에 대해 유대감을 가지기 전에, 업무에 투입되고 코로나를 만나면서 팀워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한나와 조안나의 공통점>
한나와 조안나는 조안나가 입사한 뒤, 거의 베스트 프렌드가 되어서 둘이서 투톱으로 팀을 이끌어 갔다. 이 둘이 가장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둘 다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퇴근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둘은 때로는 주말에도 자진하여 출근하여 업무를 보기도 했다. 근무시간의 준수, 팀 회의 참석, 상담 프로토콜 작성 등과 같은 의무적인 업무를 제외하고 쇼파나 커튼의 천 갈이, 비품리스트 작성, 식기세척기 소독, 센터 내 아이들 장난감 소독, 회사 공용주방 냉장고 청소, 분리수거, 후원금 모으기 등 이 둘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다양한 업무를 도맡아 했다. 나는 그 둘이 내 기준에서는 지극히 부당한 초과근무를 하는게 상당히 거슬렸다. 나는 한국인이기에 팀 내에서 나보다 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어려웠다. 무조건 내가 가장 늦게 퇴근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이 둘이 늘 거슬렸다.
나에게는 거슬리는 애들이지만 팀 내에서 그 둘은 그저 고마운 존재였다. 누구도 그들이 부당하게 초과근무를 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저 착한 아이들이라 그런 것이리라 넘기는 듯 했다. 처음 6명이던 규모에서 이 둘이 처리하던 일들이 팀원이 17명으로 커지게 되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어느덧 분리수거나 청소와 같은 업무 외 노동은 한나와 조안나가 하겠거니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한나와 조안나의 차이점>
‚한나야, 조안나야, 이거 진짜 너희가 하고싶어서 하는거 맞아? 너희의 선의를 왜곡하는건 아닌데 업무의 분배도 팀 문화야. 너희가 이제껏 주도적으로 잡무를 처리해 왔으니 주도적으로 위임하도록 해봐.‘
주도적인 성격의 한나는 업무 분담 리스트를 만들어서 해 보겠다고 했다.
관계지향적인 조안나는 그저 웃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 사람들에게 부담줄까봐 그냥 물어보지 않고 혼자 하는거라고 털어놨다.
'이야… 심각하네 심각해.'
"조안나야, 그거 아니야. 너는 업무 능력이 뛰어나서 언제라도 큰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어. 그런데 업무 분담이 안되면 안되지. 자. 지금 당장 연습하자. 나한테 일 하나 당장 분담해줘 봐."
결국 조안나는 그저 웃으면서 말만으로도 고맙다고 하며 끝까지 나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다.
<내가 팀 내 최고권력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앞에서 언급했듯 팀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의 특성상 함께 붙어있고 하나의 아이를 두 명이 팀으로 돌보기도 하고 하는 일이 진행되다 보니 팀 내에서 뒷말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전문용어로 뒷담화와 호박씨까기가 진행되었다.
영웅은 위기에서 탄생하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당연한 이야기 이지만, 직장에서는 직장 업무에만 집중하던 내가 유일하게 중립적이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팀원이 되어있었다. 팀 규모가 작았을 때에는 너무 업무 이야기만 한다며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나였고 그런 경직된 분위기를 어려워 하는 팀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일관된 나의 태도 때문에 누구든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했고,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팀원들이 팀장보다 나에게 더 많은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쯤에서 도대체 멀티태스킹이랑 예전 직장 이야기가 도대체 뭔 소리냐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하다.
팀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못한 탓에 팀 내에는 세력 갈등이 만들어 졌다. 그 시기에 원치 않게 나의 발언이 팀 내에서 가장 권위있는 발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팀장이 진급을 하면서 차기 팀장이 필요한데 누구를 추천할 것인지를 나에게 물었다. 물론 나는 나에게 그럴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대답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와 상관없이 훨씬 오래전 부터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나도 초기 팀원 중 한명으로 우리팀이 시내에서 가장 규모있고 영향력있는 집단으로 지속되기를 누구보다 바랬다. 그래서 한나와 조안나를 따로 만나 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 보았다.
먼저 권력지향형의 한나부터 만났다.
‚한나야, 요즘 팀 분위기가 정말 안 좋아. 너도 알고 있지? 차기 팀장도 뽑아야 되는데 다들 현재 팀장 눈치보느라 지원을 아무도 안 하네. 나는 너가 지원을 했으면 해. 그 이유로는… ‚
결정은 본인의 몫이기에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 마지막 의무를 다 하자는 마음으로 팀장 자리에 지원해 볼 것을 제안해 보았다.
그리고 조안나 에게는 다른 지점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공동 팀장 자리를 추천 해 보았다.
<결말>
그래서 한나와 조안나는 나의 조언을 따라 진급을 할 수 있었을까?
사실은 나도 모른다. 내가 퇴사한 뒤로로 꽤 오랜기간 팀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었다 까지만 전해 들었다. 그럼 오늘의 주제인 멀티태스킹을 이야기 해 보자.
나는 사람을 볼 때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서 굉장히 깐깐하게 보는 인간이다. 그리고 남의 일에 개입하는 것을 꺼린다. 개인의 과제는 개인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게 내가 알프레드 아들러* 심리학자. 개인심리학 창시자.로부터 배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굳이 개인적으로 만나가면서 까지 팀장으로 그려볼 수 있었던 사람은 우리 팀을 통틀어 이 둘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나와 조안나의 행동은 호구짓을 하는것 처럼 보일 수 있고, 또 호구짓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이 초과근무를 하면서 까지 독단적으로 업무를 떠 맡은것을 나는 지금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이 해 내었던 업무의 다양성을 보면 그들의 멀티태스킹 역량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이들이 본인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개인주의적 일 벌레였다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는 있었겠지만 하나의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자질을 얻을 수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한나와 조안나는 이타주의적 일 벌레이자 멀티태스커였다.
사업을 한다는 것이, 제 3자의 눈으로 볼 때에는 때로는 호구짓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집중을 못해 이것저것 건드리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업은 결국 멀티테스킹이다.
그리고 누구나 멀티테스커가 될 수 있다.
혹시 내가 너무 호구짓을 하고있는건 아닌지 스스로 회의감에 빠져가는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멀티태스킹 역량을 갖춘 타고난 사업가일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남사장]
낚시.
몇 개 안되는 취미 중 하나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처음으로 아버지를 따라서 유료 낚시터에 갔다가 초보자의 행운으로 메기를 잡았다. 아직도 그 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낚시대를 들고 어쩔줄 모르는 나와 신나서 소리지르는 동생. 조용히 하라며 난감해 하면서 나를 도와주던 아버지. 계속 놀라고 있던 어머니. 나 때문에 근처 낚시대 전부 꼬여버렸던 탓에 결국 누군지 모르는 아저씨들까지 와서 해결된 그 날이 낚시 인생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문제 하나!
낚시를 할 때 A는 낚시대 10개를 사용했고, B는 단 한개의 낚시대를 사용했다.
과연 누가 더 많이 잡을까?
정답은 모른다. 낚시인의 실력도 중요하고, 어떤 채비로 어떤 어종을 공략하는지, 낚시대는 하나지만 바늘이 몇 개 달렸는지, 바다인지, 저수지인지, 같은 장소라고 하더라도 1m 만 달라져도 결과는 달라진다.
생각보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경우보다는 바람, 물의 방향, 물의 색과 온도, 물고기의 활성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계속 반응하면서 채비를 끊임없이 바꾸면서 그날 잘 잡히는 채비를 파악한 사람이 더 잘 잡는다.
낚시채널도 아니고 갑자기 낚시이야기를 이렇게 하나 싶을텐데 비즈니스가 정확히 이렇다. 많은 책과 강연 등에서 대략적인 비즈니스 방법은 낚시대 셋팅법처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눈 앞에 닥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고객의 반응, 서비스 리뷰, 예상 타겟과 마케팅 전략, 상품 서비스 전략 등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무언가를 계속하는 그 과정, 때로는 외로울 수도 있고, 힘들 때도 있지만 버틸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그 과정은 마치 낚시가 좋아 고기를 잡지 못해도 낚시를 즐기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비슷한 것은 또 있다.
<멀티버스>
멀티버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의미로, 다른 차원에도 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다른 차원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른 선택으로 아예 다른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연결성이 없어 보이지만, 멀티버스 설정상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 하나를 바꾸면 다른 차원에도 영향을 준다는 영화적 상상으로 자주 사용되는 다중 우주이다.
멀티버스 자체가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는 것은 우리의 비즈니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담 서비스를 기획했다고 해보자. 고객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세미나가 필요하여 세미나를 열고, 세미나를 여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 파생 상품을 개발하고, 지원사업에 어울리도록 수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다가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내가 처음 하려고 했던 상담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세미나를 열었던 이력이 기회가 되어 다른 프로젝트에 합류하는 경우도 생기고, 파생 상품을 개발한 경험으로 또 다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즉, 정신차리고 보면 어느 순간 겉보기에는 연관성 없는 아이템들로 퍼즐을 맞추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각자의 아이템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상생하는 비즈니스 멀티버스를 만들어 낸다.
설명이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는데 현재 우리가 진행하는 비즈니스 기획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앱 개발, 패션, 컨설팅, 문화, 독일, 독서, 사회문제, 물류, 유통, e커머스 등등 주변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고 하나만 파라는 걱정어린 조언도 많이 받는다. 그렇게 닥치는대로 해보고 만들었더니 미완의 아이템들이지만 뭔가 정렬이 되고 연결이 되면서 상상하지 못했던 가치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문제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비즈니스는 더욱이 ... 100%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그래서 재미있고, 은근히 철학적이다.)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아이템에 올인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여러가지 아이템을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특정 기술이 있는 경우라 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비즈니스로 우리의 경우라고 보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다는 것이 '역량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분야나 특별한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전천후 배수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역량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때로는 One Thing에 집착하지 말고, Everything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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