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라는 속담이 있다.
어찌보면 참으로 백지장 같은 남사장과 여사장이다.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는것도 아니고, 재벌 3세 정도로 태어나 자본이 있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백지장도 두 장이 맞들어졌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까지 꾸준하게 모아온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이제는 진짜 real 가치를 만들어 내려 독일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백지장을 맞들어 보려고 하는데.
[여사장]
이전 에피소드 잘생긴 사람이 마음도 좋다는 건 https://maily.so/egg.diary/posts/f9ac32a5을 기억하는가?
나에게는 눈이 많이오던 12월 30일 행사를 마치고, 서류광탈한 서류를 모두 다시 들고 내려오던 서울역에서 홀로 기차를 기다리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남사장에게는 이미 회의 시간을 빌어 그 때의 심정을 전달한 바 있는데.
돌아오는 기차역. 추운 겨울. 탈락한 서류. 직원 하나없는 대표. 인맥없는 듣보잡 독일에서 살고있는 초보 사업가.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만약 내가 1인 사업가 였다면?
사실은 내 주변에 프랑스에서 홀로 사업을 진행하시는 지인분이 계시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솔직한 내 심정을 공유해 본다.
'나라면 절대로 혼자서는 못 했을거 같다.'
추운 겨울, 경비를 아끼려 동대문에 3만원짜리 호텔 * 호스텔에 가까웠지만 ㅎ 에 묵으면서 회사 명함을 챙기고, 언제나 그렇듯 길치라 그 눈 많이 오던 날, 정류장을 착각하여 15분을 걸었던 날.
만약 내가 서류탈락의 짜릿함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다면. 만약 내가 밋업 행사에서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함께 나눌 사람이 없었다면. 이 모든 사업의 즐거움을 오롯이 내가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아니다. 사업은 함께 하기에 즐거울 수 있다.
K님께서 어느날, 회의 시간에 살짝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여사장님, 남사장님을 그냥 독서모임에서 뵈었을 때랑, 지금 이렇게 많은 일을 함께 하고 계시는 현재랑 비교해 보았을 때 어떠신가요?"
맹세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 남사장도 함께 했던 미팅이니, 못 미더우면 남사장에게 쪽지쓰기 기능으로 문의해도 좋다.
"너무 좋아요. 사업을 같이 해 보니까 훨 ~ ~ 씬 더 좋아요."
K님은 나의 칼대답에 되려 살짝 당황하신 듯 했다. ㅎ
예전에는 사람들과 뭘 같이 한다는게 참으로 피곤하고 싫었다. 차라리 개들이 나았다.
인간세상에 염증도 많았다.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이 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인간혐오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진심으로 남사장과 함께하는 사업이 즐겁고, 멘토님과 함께하는 미팅이 즐겁고, K님 H님 포함 여러 사람들과 여러개의 톱니바퀴가 맞춰지듯 굴러가는 지금의 삶이 굉장히 행복하다.
그!래!서!
이제는 규모를 조금 더 확장하여 즐거워 보려한다.
이제껏 한국의 법인명으로만 공식적인 활동을 하던 나와 남사장은 독일에서 의미있는 협회를 설립하여 우리가 공동으로 꿈꾸던 비전에 함께 도전하고자 결정했다.
[남사장]
독일에서 협회를 만든다는 것은
- 최소 7명의 창립멤버를 모아야 한다.
- 정관을 만든다
- 창립총회를 통해 정관을 확정하고, 모든 창립멤버가 정관에 서명한다.
- 창립프로토콜을 작성한다.
- 위의 서류를 독일 노무사에게 공증받는다
- 법원에 공증서류를 제출하여 협회의 이름을 등록한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그 사이에 협회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로고는 어떤식으로 할지, 정관의 내용은 무엇을 넣고 뺄지 등등 정말 많은 세부 프로세스가 숨겨져 있다. 물론 뜻을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최소한 7명을 모아야 정식으로 등록을 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협회이름정하기>
ChatGPT의 도움을 받아 협회 이름의 후보군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를 뽑은 후에는 여사장과 공유하여 의견을 조율했다.
나는 좋다고 생각했으나 여사장이 거절한 이름 후보로는 Salon, exchange 와 같은 단어가 들어가는 이름들이 있었다. 살롱은 협회에 어울리지 않게 가볍다는 이유로, 익스체인지는 상업적으로 들린다는 이유였다.
<창립멤버모집하기>
여사장은 평소에 자기는 인간관계가 협소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이벤트를 하다보면 그게 사실인것도 같다.
뮌헨에 친한 친구가 한명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을 제외하고는 물어볼 사람이 없는 듯 보였다.
내 경우에는 평소 여기저기 오지랖을 좀 부렸던 것이 이럴 땐 엄청난 보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예전에 큰 이윤을 바라지 않고 이곳저곳 프로젝트들을 물어다 주고, 작은 일자리들을 알아봐 주던 것들이 인연이 되었다.
창립멤버를 모으려고 한다고 알리자 마자, 9명이 모여 최소 인원 7명을 해결했다.
<정관만들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관은 독일어로 만들어야 했다. 그냥 독일어로 일기를 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오피셜한 문서인 정관을 독일어로 해야 한다니 …. 게다가 여사장도 나도 정관을 만들어 보는 것은 고사하고 읽은 적도 없어서 시간이 꽤나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막연했던 것도 사실이고. 먼저 우리의 비전과 방향성이 유사한 타기관의 정관을 샘플링 하기로 하여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러 정관을 비교하면서 우리만의 정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ChatGPT부터 독일에 있는 센터들, 여사장의 전직장, 독일 기관, 한글학교에 이르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했고, 그 결과 7페이지 분량의 정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역시 뭔가 하기 전에는 항상 막막한데 일단 시작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뭐라도 되는 것 같다.
<창립총회와 프로토콜>
독일어로 정관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한 것과 달리 창립총회가 복병이었다. 정관의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결정하는 민주적 절차 중 핵심 요소가 총회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협회라는 기관에서 가장 중요한 행위라 쉽게 볼 일이 아니였다. 창립멤버를 맡아주는 것까지는 쉬웠지만 각자 하고 있는 스케쥴이 있어 다 함께 모여 총회를 개최하는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일정을 빠른 시일내에 잡는 것이 어려웠다. 독일에 살면 이 나라 특징에 맞게 계획형 으로 살다보니 다들 한 달 뒤 정도나 되어야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빠르게 일처리를 하고 싶었던 마음에 최대한 미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그들을 쪼았고(?!) 나의 바람대로 3월에 총회를 열 수 있었다. 다행히 창립멤버 9명의 만장일치로 정관을 정했고, 이사진을 선출하였다.
<노무사에게 공증받기>
글쓰는 시점에서 3월 5일 내일 노무사에게 공증을 받기로 하였다. 나름 서류를 정성껏 준비했는데 한번에 통과가 될지 두고봐야겠다. 준비물은 서명을 받은 정관, 창립총회프로토콜, 회원리스트, 법원에 등록을 희망한다는 서류 이렇게 준비했다.
과연 나와 여사장은 계획대로 무사히 우리의 협회를 등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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