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에그 파트너스 리더인 A씨가 전라도에서 거주하면서 3대째 농산업 관련 일을 하던 분이라, 우리의 관심과 아이템은 자연스럽게 '농업 경영의 본질적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그냥 도시에서만 살았다면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같이 국가적인 문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과제라고 생각한 적 없는 문제를 다루니 사명감까지 들었다.
그러다보니 A씨는 한국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2023년 예비창업패키지 주제로 제안하였다. 다행히 팀원들 중 그 누구도 돈이 안 될거라는 생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모두 선한 영향력, 더나은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들이었다.
[여사장]
비즈니스 에세이 에피소드 3(링크!!)에서 언급했듯이 보성 녹차의 해외판로 구축, 특히 독일에 팔아 보자는 취지로 회사소개서를 만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듣자마자 우리의 비전과 미션으로 "대한민국을 동아시아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나라로 만들기"로 정했다. 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누구도 닥쳐올 미래 문제를 자신의 일이라 생각치 않는 듯 보였다.
농촌 최대 문제점 중 하나인 농촌 인력은 무엇으로 해결하나?
농업의 기계화가 많이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빠져나간 젋은 인력의 수가 너무나도 많아 심지어 기계를 돌릴 후임자도 없다. 결국은 인력 충원이 필수다. 특히나 한국 젊은이들은 그 누구도 농촌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오시는 분들이 정말로 귀한 손인 것이 현실이다.
A씨가 들려주는 생생한 농촌의 현실과 추천해준 다큐 영상을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았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브로커 또는 고용주라는 이름으로 고용기준을 지키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대하고, 따돌리고, 막말을 하는 등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한국인들도 소위 우리보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하게 되면 상당한 경우에서 현지 사람들보다는 저렴한 인력으로, 일종의 대체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입장을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 한국 사람이 다른 동남아 지역의 주민들을 함부로 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아니. 이제는 정말로 경각심을 가지고 외국인 노동자 분들을 귀히 대접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이 문제점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했다.
인구 고령화가 대한민국보다 일찍 시작 된 독일에서는 이미 버스운전기사나 호텔 서비스를 받더라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를 접할 수 있다. 그 중에 독일어를 조금이라도 하는 노동자들은 특별히 더 대우를 받기도 한다. 어떤 할머니께서는 내가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세금을 내며 살아간다는 이유로,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하다며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하셨다.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는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고,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 이거니와, 아무도 이렇게 노동자가 부족한 대한민국에 살아본 적이 없기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때맞춰 우리 팀은 국가지원사업 중 예비창업패키지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함께 모여서 소소한 지원사업 프로젝트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면서 우리 팀 분위기는 좋았고, 소위 예창패라 불리는 스타트업 국가지원 사업의 꽃, 예비창업패키지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아직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창업자에 한하여 최대 1억원 (평균적으로 5천만원)까지의 창업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더불어 생각보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지역 기반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 테마별 지원사업, 또 나이에 따라서 단지 젊은 청년이라는 이유로도 국가에서는 지원금을 준다. 우리는 여러 조건을 비교해 본 결과, 우리가 가진 조건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예비창업패키지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국가지원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통일 된 팀명이 필요했다.
뉴스레터에서 에세이 형식으로 자유롭게 글을 쓰다 보니 시점이 약간씩 왔다갔다 하는데, 바로 이때 우리의 팀명이 확정되었다. 대한민국의 농어촌의 현실을 개선시키고 국가 미래에 이바지 하겠다는 다짐. 그리고 기존의 틀에박힌 농어촌의 경영실태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우리와 함께 할 농업경영자들을 파트너로 바라보고 동행하겠다는 의미에서 파트너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Agricultur + Partners = AG Partners가 될뻔 하다가, MZ의 감성을 더해 유사한 발음의 Egg Partners로 팀명을 확정했다.
Agrobusiness 라는 농업 경영에 뿌리를 두고 이름 지어진 에그 파트너스는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 분들의 처우 개선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것이 반드시 우리 대한민국이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라 생각한 것이다. 적어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2060년의 대한민국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생산인구 감소는 현실이다. 지금 당장은 농어촌이나 지역 공단에서 그 문제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곧 유치원이나 학교, 병원, 요양원, 버스운전 및 공공기관의 인력도 외국인으로 충당해야만 하는 시점도 올 것이다. 그렇게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력이 필요로 하게 될 때 급하게 준비하면, 또는 지금 이 정도로의 의식 수준과 대비로는 양질의 외국인 노동자를 붙잡아 둘 수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부터 인식을 개선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여야 한다. 그래야 아시아에서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 확보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번 화 내용이 본의 아니게 설교(?)처럼 들릴 수 있어 조금 불편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비즈니스를 떠나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
[남사장]
"이것을 해내기만 한다면, 2030년 고용노동부 장관상 받는 것 아닐까?"
대한민국의 농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인력부족에 대한 고찰. 부족한 인력을 베트남, 캄보디아와 같은 동남아 국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는 과정에 제도적으로 부족한 점과, 뛰어난 시스템과 제도가 있지만 현실과의 간극에서 오는 어려움. 전라도 광주에 위치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비영리단체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산업재해처리에 대한 어려움. 우리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원색적인 인종차별부터 직장내 따돌림, 성 관련 문제, 폭행 문제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법무사님을 통해서 받은 피드백들을 통해 나는 자신했다.
<노무사 G님>
전라도 광주에 수년동안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노무사 G씨를 알게 되었다.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가하고, 우리나라의 현실과 수준을 가감 없이 그대로 마주 할 수 있었다.
노무사님은 산재처리에 대한 고충을 가장 힘든점이라 했다. 아무리 도와주려고 해도 법적 근거로 사용할 자료도 없고, 의사소통 부족으로 병원에서 제대로 된 서류도 요청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의사소통? 법적 근거 자료? 커뮤니케이션 카드를 보여 드리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말씀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셨다. 분명 소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힘쓰고 있는 K씨를 소개해 주었다. 뭔가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예창패 지원서에 현실감 넘치는 문제인식을 어필하기 위하여 우리 팀은 실제로 전라도 광주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비영리단체장 인도계 한국인 K씨와 줌 온라인 인터뷰를 했다. 화상통화를 하는 K씨로 뒤로 꽤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이곳저곳이 다친 상태로 보호를 받기위한 전국에서 찾아온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제도적이나 프로그램적으로 도와드릴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과 인력이라고 했다. 당시 우리에게는 돈도 충원가능한 인력도 없었다. 다만 필요한 인력의 종류가 함께 병원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는 점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커뮤니케이션 카드"
한국어가 서툴러서 병원에 갈 생각도 못하고, 갔다 하더라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산재에 필요한 서류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 분들을 위해 커뮤니티케이션 카드 아이디어를 여사장이 제시하였고, 샘플도 바로 만들었다. 커뮤니케이션 카드란,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자료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속가능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라 생각했다.
여사장과 나, 둘 다는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다른 언어와 문화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을 직접 겪어 보았다. 이 경험을 통해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사소통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당장 요구할 수 있는것이라 생각했기에 커뮤니케이션 카드는 대박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영리단체에서의 피드백은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통역을 부를 수 있는 금전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하며 이 자료는 일회성으로 끝났다.
<예비창업패키지>
비록 광주 소재 외국인 단체로부터는 100% 긍정적인 피드백은 받지 못했지만 전국적으로 시도하면 뭔가 될 것 같아 전국에 있는 외국인 지원 센터에 전부 연락을 넣었다. 제대로 된 답장을 받은 적이 없다. 농장 측에 문의 했을 때는 연락을 담당하는 외국인을 소개해주겠다고 했지만 그 분 역시 바쁘다면 연락을 차일피일 미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시도를 바탕으로 예창패 지원서에는 생생한 우리의 이력과 노력을 적음으로써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
3월 15일까지 지원을 해야 해서 우리 4명은 정신없이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1차 통과하면 하게 될 발표 자료도 만들었다. 우리는 지역사회 농산업이 가지는 인력문제를 3가지로 정의하여 꽤 괜찮은 솔루션 3가지를 제시했다고 생각했다.
지원금 7천만원을 받으면 제일먼저 육아와 창업준비를 동시에 하는 B씨를 직원으로 고용하여 월급의 형태로 안정감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도 희망이 되는 회사를 꿈꾸며 합격통보를 기다렸다.
그리고 대망의 발표일. A씨는 우리의 팀회의에서 특유의 차분함으로 우리에게 불합격 소식을 전했다.
<예창패 후기>
우리끼리 "대박"거리면서 만들었던 아이디어는 1차도 통과를 못했고, 이후 이 사실을 숨기고 비즈니스 경력을 꽤 오래 가지고 있는 분께 여쭈었다. 사실 이 과정을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우리는 너무 우리의 아이디어를 신뢰했다.
그분은 사업계획서를 보자마자 그래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그래서 돈은 어떻게 벌겠다는 것인지? 등등 내가 답하기 어려운 부분만 물어봤다. 웃기지 않은가? 당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해 봤어야 하고, 설득력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했는데 내 답은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와서 이야기지만 예창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리더인 A씨에게 몇 번 창업을 먼저하고, 초기창업패기지로 지원하자는 의견을 냈던 적이 있다. 우리의 아이디어를 하루 빨리 실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지원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회사 이름으로 접근하는 것과 준비하는 사람 입장으로 접근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지역 농산업에서 지원사업에 일가견이 있던 A씨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아이템이 확실하다고 믿었기에 설득을 각잡고 시도하지도 않았다. 이런 의사결정들이 쌓여 몇개월 뒤 결정적인 순간에 사단(?)이 난 것이 아닌가 싶다. (당연히 에세이로 밝힐 예정이다.)
1차 합격은 당연하기에 발표 준비까지 했던 우리는 소란떨지 않고, 다시 2024년 초기창업패키지를 위해 심기일전하기로 했다.
뭐? 고용노동부 장관상이라고? 김칫국 시원하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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