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남사장에게 어느날 카톡이 왔다.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함께 하던 분이였는데 앞으로 M씨라 하겠다. M씨는 남사장과 여사장과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살고있는 분으로 독서모임 초창기 멤버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한국에 있었고, 남사장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남사장]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다보니 어느새 한국에서 보낸 날이 남은 날보다 1주일 정도 많아 졌다. 그러던 중 카톡을 하나 받는다.
M씨는 내가 운영하는 온라인 독서모임 완전 초창기 멤버로 10명도 안될 때 항상 참여도 잘해주시고, 좋은 인사이트도 많이 나누시고, 중간에 함께 코딩 공부도 같이 하고, 메타버스에 독서모임 만든다고 했을때도 참여하시는 등 진정한 느슨한 유대관계의 참된 모습으로 지내왔던 분이다. 이번 한국 방문때 온프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하려다가 파토가 났던터라 만나자는 제안에 단숨에 약속을 잡았다. 사실,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모르고, 왜 한국에 왔는지도 모르고, 아는 것이라고는 독서모임 함께 하는 것 말고 없었기에 무슨 말을 해야하나 하면서 약속장소로 갔던 기억이 난다.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화면으로 많이 보다보니 실제로 만났을 때 거리감이 없었다. 감사하게도 시원한 음료도 사주시고,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 근황을 말하게 되었다. 왜 한국에 왔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등 요즘 하고 있는 비즈니스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이 나의 비즈니스 라이프에 또는 에그 파트너스에 큰 변화를 가져올 나비의 날개짓이었다.
M씨는 비즈니스 경력과 내공이 상당한 뼈 속부터 비즈니스 맨이었다. 본인 커리어의 대부분이 비즈니스 였고, 이번 한국 방문도 비즈니스차 방문한 것이었다. 대화를 하는 동안 비즈니스 기획과 운영, 아이템, 팀 빌딩 등 다양한 내용을 집약해서 들었다.
아뿔싸. 이런 이야기를 할 줄 모르고, 정말 가볍게 왔는데 초압축 비즈니스 수업을 들은 것 같았다. 내가 하는 질문의 수준은 둘째 치고, 우왕좌왕거리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려 피드백을 받고 싶은 마음에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아이템과 아이디어, 하고 싶은 것, 계획 등 다 설명하면서 전체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 분의 이야기를 전부 다 기억하려고 너무 집중한 탓에 음료에 있던 얼음이 다 녹아 무슨 맛인지 모르고 목만 축였다.
여느 성공한 사업가들 처럼 M씨의 인생에서도 그분의 가치를 진작에 알아보고 이끌어준 멘토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분께 멘토가 되주십사 요청할 수 있을지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건망져 보이지는 않을까? 좀 더 친분을 쌓아야 할까? 뭔가 획기전인 아이템을 가지고 가야하나? 나를 팀에 넣어 달라고 해야 할까? 코칭비를 드려야 하나? 얼마를 드려야 할까? 내가 커피를 샀어야 했나? 오만가지 생각 속에서 2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독일로 가기 전에 한번 더 만나고 싶었다. 이번에는 알고 싶은 내용을 사전에 준비했다. 최대한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담과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 듣고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10일 정도 지나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보는 마지막 날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과 에그 파트너스의 시작과 번영을 위해 이번에는 내가 음료도 대접하면서 질문 폭탄을 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저럴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현재 이렇게 되고 있고, 저렇게 만들려고 요리조리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계속되는 질문에 특유의 차분함과 여유로 대답을 하시던 그 분은 나의 모습이 가상했는지, 아니면 진짜 비즈니스를 경험해주고 싶으셨는지, 주변에 보이는 물건과 서비스를 예로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즉흥적인 소재였지만, 산업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경험, 하는 이유와 하지 않는 이유 등 더욱 깊은 인사이트와 내공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 특히 강조했던 것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고로 사업이라 하면, 아이템 한가지를 정하고, 시간과 노력, 돈과 역량, 인맥 뭐 동원할 수 있는 것 전부 다 동원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이분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불 태우지 말고,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했다. 하나를 하더라도 접근법을 다양하게. 다만 꾸준함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M씨도 운용한 모든 사업이 성공한 것이 아니고, 소소하게 망한 적도, 대박으로 망한 적도 있다 하시면서 산전수전 공주전, 쓴맛, 단맛, x맛 다 보더라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에그 파트너스는 어땠나? 4명인 시절도 3명인 시절에도, 지원사업 하나 해야 한다 하면 우르르 가서 하고, 또 저것 해야 한다 싶으면 또 우르르 가서 하고. 매 순간 한가지에 집중했다. 그래야 할 줄 알았고. 하지만 이 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새로운 접근법이 떠올랐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멘토가 되어 달라고 마지막에 쑥 들어갔다. 썸남썸녀 관계처럼, 깔끔하게 해주겠다고 아니고, 안해주겠다도 아니고 종종 이렇게 이야기 나누자며 헤어졌다. 이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막막할 때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우리 팀 사람들한테는 혹시 몰라 이 분의 존재를 숨기고 '비즈니스 맨'을 만나고 왔다며 인사이트를 나눴다. 같은 독서모임이라 말만 하면 다 아는 사람이라 조심스러웠고, 나중에 그분의 허락을 받고 멘토로 소개하였다. 여사장의 눈은 반짝였고, 의외로 A씨는 차분했다. 집에서 부모님과 부인에게도 신나서 말했는데, 부모님이 걱정이 가득한 상태로 물으신다.
"아니 근데 그 사람 사기꾼은 아니고?"
[여사장]
간절했다.
얼만큼 간절했는지 이제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꽤나 간절 했었나 보다. 사실상 모르는 사람을 소개 시켜 달라고 남사장에게 졸랐다. 남사장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했을 때 말이다.
지금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렇게 까지 간절하게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사실은 그저 지금껏 들었던 자기계발 세미나나, 자기계발서, 성공학 채널 등에서 소개되었던 내용을 그대로 실천한 것 뿐이었다. 핵심은 의도적인 환경 변화를 위해서였다.
만나는 사람부터 바라. 어느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따라서 처음에는 만나지 말아야 할 에너지 뱀파이어들을 끊어내려고 노력했다. 내 주변을 부자로 채울 수 없다면, 적어도 가난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과는 가까이 하지 않아야 겠다는 결단이 섰다. 애초에 사람을 많이 만나는 타입이 아니라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결국 일년도 안되어 나는 직장 동료 몇명을 제외하고는 연락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인간이 되었다. 의도적인 고립이었고, 의식적인 변화였다. 그 뒤로는 나보다 돈을 많이 만져본 사람들을 가까이 하려고 했다. 그렇게 동네에서 까페를 하는 인도계 사장을 알게 되었고, 룸메이트 아버지에게 주식 수업을 들었다. 나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본 사람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가까이 두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로 자수성가한 사업가 멘토를 찾았다. 켈리 최 회장님이나 김승호 회장님처럼 글로벌 경영을 하면서 자영업이 아닌 기업인으로 살아가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 사람은 어디서 찾지? 그런 사람이 나를 만나줄까?
'책 속에 길이 있다.' 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내 삶의 해답이 될 줄 정말로 몰랐다. 독서모임을 통해 남사장을 알았고, 지금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멘토이자 코치님을 만나게 되었다.
"남사장님, 그 비즈니스 하신다는 그 분. 시계는 뭐 찼었나요?"
나를 속물이라 생각하는가? 2023년은 아주 진지하게 비즈니스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이런저런 자료를 수집하던 시기였다. 독일에서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면서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으로 아이덴티티를 정하고 살다보니, 정작 나를 가꾸어 아끼는 것에 소홀했었다. 체중도 많이 늘었고, 옷도 구멍이 나고 다 떨어진 것들을 그냥 입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아서라도 스포츠카를 살까? 하는 고민도 해 보았다. 누가봐도 평범하다 못해 되려 그 이하인 외모에, 한국 기준으로 절대적으로 과체중인 나는 남들의 시선에서 일단 시각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일방적인 명품 소비를 따라 가는게 아닌, 어떻게 하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어 나를 소개하고 그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더 능력있고 호감있게 비추어 질 수 있을까를 열심히 고민했다.
그런데 정작 진짜로 성과를 이루어 내신 분의 모습은 (남사장에게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너무나도 소박하고 평범했다. 물론 이미 천상계에 계신 분이셔서 더 이상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하는 입장을 초월한 분이시다 보니, 어떻게 입으시든 간에 이미 그 분의 커리어가 그 분의 명함을 대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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