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남사장은 에그 파트너스 팀원들에게 M씨를 만나서 받은 인사이트를 나눴고, 매주는 아니더라도 매달 또는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코칭을 받자고 제안했다. 여사장과 A씨의 동의를 얻고, M씨에게 그 의사를 전달했다. 경영 멘토가 되는것을 승낙하기 전에 M씨는 A씨 및 여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남사장은 이미 몇년간 돈도 안되는 독서모임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진행해 온 그 꾸준함 덕에 이미 비즈니스 역량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비즈니스를 대하는 자세나, 성향, 가치관 등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M씨 입장에서는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각자 면담을 가진 M씨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아이템 하나를 알려주면서 함께 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것을 명분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멘토링을 해주기로 했다. 여사장은 빚을 내서라도 페이를 하고 싶어하였으나 M씨는 단호히 거절한다. 멘토링을 확정하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렇게 초보 사장들은 자본금 0원으로 비즈니스 멘토까지 섭외하게 된다. M씨와의 첫 멘토링은 살짝 매운맛으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업을 하기에 늦은 나이라는거, 아시죠?"
[남사장]
"믿을 만한 사람이야?"
처음 M씨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좋게 말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지, 결국 사기꾼이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뭐하던 사람인지, 아는 것을 말해 보라는 등 많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대부분은 모른다 였으니 그렇게 걱정할 만하다. 느슨한 유대관계를 근거로 이야기 했지만 설득력은 전혀 없었다. 솔직히 내가 누군가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로 판단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나를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었고, 내 뒷통수를 친 사람도,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도, 전부 나와 상당히 가까운 사람이고 수년을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항상 도움을 주고, 인사이트를 주고, 함께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은 대부분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진 관계였다. <친구의 친구>,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등을 통해 느슨한 유대관계 혹은 약한 연결은 내 경험만이 아니라는 것에도 확신을 가진 상태였기에 M씨와 함께 하기로 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아이템을 소개했는데, 그 중 공들여 이야기 한 것은 커뮤니티 사업이었다. 커뮤니티를 만들어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고자 이런 저런 계획을 이야기 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멘토는 한마디 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전부 A씨에게 주세요. 30 중후반인 여러분이 할 아이템은 아닙니다."
엥? 무슨 말이지? 비즈니스 관련해서 보면 사업을 시작하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고, 팬덤을 만들어서 시작하는 것이 정답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멘토는 비즈니스에 관해서 나이대별로 다른 접근을 추구했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비즈니스까지 확장하려는 우리의 기획은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컨설팅을 기반으로 하니 경험이 없는 우리가 사람을 모으고, 수익 모델을 만들어 우리가 컨설팅까지 해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런 아이템을 메인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20대 사장인 A씨에게 커뮤니티 아이템을 넘기고, 30대 후반인 나에게는 <기업인수>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비즈니스를 구매하는 것을 추구하는 <Buy Then Build>는 멘토의 첫번째 가르침이었다. (오해하지 말자! 이것만이 진리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시작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기업인수"에 대해 설명하면서 창업보다 또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그 방법론까지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서로 나누면서 멘토가 직접 경험한 기업인수에 대해 들어 볼 수 있었다.
늘 그러하듯 실제로 적용해보기 위해 여사장과 독일에서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반신반의 했는데, 막상 인수할 곳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여러가지 이유(은퇴, 이사, 업종 변경, 매출 감소 등)로 판매 중인 것을 확인했다. 기업 인수는 새로 만들어서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과 노력, 금전적인 부분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에 있던 직원들과 관계, 고객 관리 등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던 중 업종 변경을 이유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구매대행 업체를 판매한다는 공고를 확인한 여사장은 바로 연락 넣고, 사장님과의 미팅을 잡았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사장님과 메일도 주고 받고, 미팅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판매 공고에 올라온 금액보다도 훨씬 저렴하고, 인수 조건도 꽤나 좋게 제안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게 진짜 되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뭐 하나를 알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 현장 방문까지는 못했지만 인수과정을 조금이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멘토를 통해서 경직된 비즈니스 관점이 조금씩 열리는 것 같아, 더욱 적극적으로 열심히 배우고 실천해보기로 다짐해 본다.
[여사장]
'저 사람은 그래도 여기서 좀 괜찮은거 같네'
남사장이 진행하던 독서모임 초창기에는 매주 온라인 미팅이 있었던 게 생각난다. 지금도 그렇고 그 때도 그렇고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기에 철저히 "자기계발" 혹은 "인문 심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소설을 읽고, 그 시대 책속의 인물에 공감해 보는 일은 나에게는 있지도 않은 걱정을 만들어 내는 것 만큼이나 허황되고 부질없어 보였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독서모임 초창기 시절 까칠했던 내가 유독 괜찮다고 감히 평가했던 인물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지금은 나에게 하늘같은 멘토님이신 M씨다.
영어로 된 원서를 읽는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면서 당시에 속으로 '저 사람 어쩌면 나보다 사회 생활 더 못하는 사람일세...' 라며 어의없는 판단질을 했었다. 영어 원서로 된 어려운 책을 읽을 줄 알아도 모임 초기에는 적당히 겸손도 떨어야 된다라는 이상한 꼰대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야 말로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해 본적도 없으면서 그런 못된 고정관념에 박혀 있었다. 그런데 정말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나는 M씨가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 눈치를 안 보는 건지, 못 보는 건지. 어딘가 나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읽는 책들도 하나같이 죄다 팩트를 다루고 있거나 한국에서는 발간이 안 된 원서여서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견을 피력할 때에도, 짧은 문장으로 자신의 소신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모습이 꽤 내 스타일이었다.
내가 만성피로증과 무기력증에 정말 심하게 시달리던 무렵, 4주간 식단을 달리했던 적이 있었다. 4주 동안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다만, 한참 뒤에야 안 것인데 간장에도 설탕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간장은 조금씩 먹었다. 그 이야기를 독서모임에서 했는데, 아니... 글쎄, 이 M씨라는 인간은 그래서 자기는 간장도 안 먹고 초콜릿도 100% 카카오만 먹는단다!
되게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존경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독서모임이라는 네트워킹 덕분에 안면만 조금 있던 M씨와 남사장의 소개로 첫 온라인 독대를 하게 되었다. M씨에게 무턱대고 혹은 막무가내로 비즈니스 멘토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간절했기에 빚을 내서라도 코칭비를 드리겠다고 우겼다. 그렇게 돈을 지불해서라도 비즈니스 멘토가 필요 했고, 꼭 멘토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회사의 멘토가 되어주신 M씨는 나의 지불 조건을 거부하고 사실상 조건 없는 내리사랑을 주고 계신다. 왜 돈도 받지 않고 우리같은 초짜들을 도와주시는 거냐고 여쭈어 보았다. 당신에게 모든것이 처음이었던 그 시절에 당신께서 받았던 도움의 손길들을 기억하기에, 받은 것들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우리를 돕겠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이 부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하나의 명확한 시발점이 되었다.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부서지고 깨어지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확신이 생겼다.
'그래, 이렇게 나아가면 된다!'
그렇게 감동적인 첫 줌 대화가 지나갔고, 몇 주 뒤 나는 남사장과 함께 두번째 모임에서 M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두 번째라 그런가, 남사장이 함께 해서 그런가, 더욱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멘토님은 이 날 아무렇지도 않게, 온화하게 웃으시며 나와 남사장에게 비수같은 한 말씀을 남겼다.
" (나이가) 이미 늦었어, 사업하기에는. 그건 알고 계세요. 허허."
'아니?! 저런 말을 어쩜 저렇게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뱉을수가 있을까? 싸이코패스일까?'
줌 화면 밖으로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웃을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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