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남자한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
한때 광고시장을 휩쓸던 산수유 광고문구다. (이거 알면 30대 이상일듯.)
당시에 생소했던 산수유에 대한 효능을 이 카피라이트 하나로 확실하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어떨까?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뇌리에 빡! 하고 심어 줄 수 있을까?
[남사장]
평소 남들을 잘 설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막에서 전기장판을, 북극에서 에어컨을 팔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최근 독일 유학/취업 코칭에 또 한번 성공하면서 한국에서부터 이어져 온 1:1 맞춤 컨설팅이 잘되는 것 보니 남들의 평가가 완전 틀린 말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좀 달랐다. 여사장이나 멘토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그들을 제외하면 매출로 이어지는 설득까지는 험난해도 너무 험난하다. 목에서 피 맛이 날 정도로 열심히 했지만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뭐가 잘 못 되었을까?
<가설 1. 컨설팅 비용>
우리를 찾아오는 파트너의 목표를 들어보면 그들의 진심 만큼이나 나 역시 이루고 싶다. 이 감정은 그냥 순수한 감정으로 내 스스로 나를 태생이 오지라퍼라 여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파트너들이 한 행동을 듣고 나면 그들이 하지 않았던 방식 위주로 방법을 찾고자 하고,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 공무원 준비로 상담 왔다가 영어 선생님이 된 사람, 오히려 영어 선생님이 되려고 했지만 로스쿨로 보내 결국 법원에서 일하게 된 사람, 11년차 주부지만 등 떠밀려 취업한 사람, 비자 만료 직전에 취업한 대학원생 .. 그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했던 오지랖이라 무료부터 아주 저렴한 수고비 정도 받고 일했을 때는 내 말을 잘 따라 했지만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선언하고, 컨설팅 비용을 정하여 진행할 때부터는 설득이 씨알도 안 먹힌다. 다들 좋은 아이디어고, 획기적이라고 하고, 적극적이라고 좋은 이야기는 그대로지만, 정작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옆에서 지켜보는 부인이 안쓰럽다고 할 정도니 ....컨설팅 비용 설정이 잘 못 되었나?
<가설 2. 매출 트랙 레코드>
어떤 사장님은 계약하러 갈때 꼭 마이바흐라는 최고급 중 최고급 차를 타고 간다고 한다. 그러면 말을 10%만 해도 되고, 나머지 90%는 차가 대신 이야기 하여 계약을 따기 쉽다고 한다. 이런 심리가 적용되서 일까? 아직 연봉 5억! 매출 1000억! 이런 눈길을 끌만한 매출 트랙레코드 부재 때문에 이야기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자랑할 정도로 많지 않아서 그렇지 트랙레크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독일 취업에 성공한, 예체능 관련 일을 했다가 컴퓨터공학으로 전환한 분이 딱 3번의 컨설팅만으로 최종 합격했기에 소소하게(?) 트랙레코드가 만들어지고 있긴 하다. 물론 컨설팅을 길게 늘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60분씩 총 3번. 180분 (실제로는 200분 넘게 한듯 하다.) 동안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얼마 벌었다 보다는 성공소식을 전하고 싶다.
<가설 3. 나의 역량 부족>
설득은 잘 할 수 있으나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지금까지 설득력이 있다는 말은 갈때까지 가서 더 이상 별다른 옵션이 없는 분들은 내가 말을 잘하던지 못하던지 경청하겠지만, '한 번 들어나 볼까?'하는 정도의 파트너들은 메시지에게 전달이 잘 안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듣기 좋은 억양과 발음, 목소리 크기와 내용의 간결성 등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감능력 부족이라는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 자신을 탓해본다. 나는 공감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좋은 또는 해볼만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인들로부터 감정적으로 왜 이해를 못하냐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자신들이 감정적으로 그렇게 이해를 잘한다면서, 왜 감정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어서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심리와 철학과 같은 인문 분야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수준을 낮추고, 저변을 넓히자.>
원래대로라면 상황을 통제해가면서 가설을 확인해봐야 겠지만 그정도 시간과 환경이 되지 않아 위 3가지 가설이 참이라고는 전제에서 "수준을 낮추고, 저변을 확대하자."는 솔루션을 적용하고자 한다. 무료상담을 통해 미리 컨설팅 퀄리티를 보여줘 컨설팅 비용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한다. 다양한 비용 옵션도 고민하고 있다.
매출 트랙 레코드는 내가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수입을 만들어 보기 위해 하는 활동을 추가 했고, 스스로의 역량을 넓히기 위해 말을 효율적으로 잘 하기 위한 노력부터 인간의 심리, 행동 부분까지 공부해 볼 생각이다.
[여사장]
" '수준을 낮추고 저변을 넓혀라!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몇 번의 기획 콘텐츠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자, 멘토님께서 주신 인사이트다.
남사장과 나는 서로 짜 맞춘것도 아닌데, 둘이 동시에 그 멘트를 포스트잇에 적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였다.
하는 생각도 비슷한데, 행동도 참 비슷한 남사장과 여사장이다. ㅋ
이제껏 우리가 기획했던 콘텐츠들은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질적으로 괜찮았다.
좋은 말로는 우리의 콘텐츠가 수준이 높았던 것이고, 정확한 표현으로는 우리들의 '일반적'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았다. 즉, 설정값의 오류였다.
기준이 낮은 상태에서 높이 올리는 것 만큼 높은 기준을 내리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아집인지 고집인지 아직도 일반적인 기준에 나의 기준을 맞추는게 잘 되지 않아 저변을 넓히는 것이 어렵다.
멘토님께서 주신 인사이트를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것처럼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신 인사이트를 내 안의 지혜로 만드는 것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이기의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이타의 마음을 채워야 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가져와야 하는 사업가라면 그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적으로 노력의 문제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다만 가슴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실천하지 않았을 뿐.
수준을 낮추고 저변을 넓혀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는 저변이 확대대지 않을지라도 수준만큼은 끝까지 높여보고 싶은 욕심이 남아있다. 이게 내가 비즈니스 챌린저스 워크샵이나 다른 세미나에서도 말하는 장인정신 혹은 예술가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는 바로 그 포인트이다.
아니 세미나에서는 그렇게 강조해 놓고, 정작 자기는 실천을 못한다고? 혹여 이렇게 비난하는 자가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그 비난을 받겠다. 뭐 어쩔 수 없지. 어려워서 잘 안 되는걸 어떻해? ㅎㅎ
아이템 그 자체에 집착하는 마음이 생겨,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와 본질적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 내가 만드는 작품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그것을 사용하게 될 사용자의 편리성을 무시하게 되는 상태. 지금 내가 딱 그 상태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이 반성하게 되는 요즘이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한국어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독일어로 말을 걸었던 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객들이 사용하기 편하다고 느끼는 언어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언어로 말을 걸었던 것이다.
철저히 이기적인 마인드다.
반성하자 여사장!
평소 메일리 뉴스레터를 위한 에세이를 쓸 때에, 가벼움과 엉뚱함을 담당하는 나 인데
오늘만큼은 살짝 무게있는 진솔한 글을 써 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별것 아닌 단순한 문장일지 모르겠으나,
남사장과 나에게 수준을 낮추고 저변을 넓혀라는 너무나 진지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메일리 구독자가 이번 달 1명 늘어난 것처럼 어쩌면 저변도 1정도는 늘고 있지 않을까?
모든 구독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Dankeschön.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