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좋아해서 하는 아이템, 돈이 될 것 같아 하는 아이템, 잘해서 하는 아이템.
[여사장]
"그래서 니가 정말로 하고싶은게 뭐야?"
뮌헨에 사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최근 협회를 만들고, 협회에 어울리는 사업 아이템을 찾으러 시장조사를 하러 다니면서, 한독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린이 돌봄 교육지원 서비스를 개발해 보면 어떨까 해서 아이가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나름 잘 사는 도시에서 핫하다는 곳들을 둘러보고 있던 중이었다.
친구는 이미 아이가 둘이다.
친구의 막둥이가 매트 끝에서 끝까지 한바퀴를 기어서 돌아오는 동안에도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글쎄... "
친구가 굉장히 답답해 하면서 다시 한번 물었다.
"진짜 좋아해서 하고있는 아이템 없어?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이거 하나만큼은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다는거?"
"그런건 딱히 없는거 같아. 지금 하고 있는거 다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거야."
평소에 대답이란 자고로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믿는 나다. 그런데 그 날 친구에게 명확한 대답을 해 준 것 같지 않았다. 친구가 몇번을 더 물어 보았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내 대답이 명확하지 않았음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음을 짐작했다. 그래서 시장조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란걸 해 보았다.
'내가 진짜로 꼭 해보고 싶은 아이템은 뭘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다들 하나씩 가슴에 그런 사업 아이템 하나쯤은 품고 사시는지 궁금하다. 나는 생각을 계속 해 보아도 꼭 해보고 싶은 단 하나의 아이템 같은건 가지고 있지 않는거 같다. 언젠가는 생길 수도 있으려나? 그냥 한가지 기준 정도만 공유한다면, 이제까지 내가 해보지 않은 아이템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이라 말할 수 있을거 같다. 늘 똑같은, 늘 내가 잘 하는 것만, 이미 알고 있는 것만 하고 사는건 재미있지 않을 거 같아서다.
사람들은 <무엇>을 알고 싶어한다. 내 생각에는 <무엇>이 가장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무엇>은 대부분 하나의 명사로 표현되어 질 수 있기 때문에 누구든 가장 쉽고 빠르게 이해한다. 그런데 <어떻게>를 하나의 명사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하나의 문장이 되어야 한다. 방법론에는 동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왜>의 영역에서는 추상적 사고가 요구된다. 이 때 부터는 여러 문장이 필요해 진다. 나에게 사업이란 <왜>로 설명되는 것이었구나! 라는 깨달음이 있었던 하루였다.
[남사장]
여러 번 밝힌 적이 있지만, 우리가 진행하는 아이템은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이라는 기회가 와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올지 모르니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우려 섞인 말을 많이 듣는데 이참에 딱 정리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일>
사업을 시작한 것은 내가 사업을 잘할 것 같아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도 아니다. (물론 사업을 잘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 독서를 하다 보니 배운 내용을 써 먹고 싶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와 같은 책의 영향으로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었고, 내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사회를 넘겨 주고 싶었다. 한 때 유행처럼 이야기 했던 '선한 영향력'도 멋있어 보였고, 나도 하고 싶었다. 그러다 진짜로 사업자 내고 사업을 해보니, 사업 하지 말라고 조언했던 사람들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다.
왜 재미있을까? 매출이 많아서도 아니고, 뭔가 잘 나가서 느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밤 늦게까지 일하다가 늦게 자고, 다음 날 회사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도 많고, 주말 내내 육아하면서 짬 내가며 사업을 하는 것이 결코 힘들지가 않다. 취미가 드라마 보기인 사람처럼,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그냥 취미 생활하듯이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재미있다. 아직 사업의 쓴맛, 똥맛을 못 봤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우리 아이템의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다. 아직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은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를 조합해서 만든 일이다.
<돈 될 것 같은 일>
사업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고, 아직까지는 대박에 대한 강박도 없으며, 시간이나 돈에 쫓기면서 사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이렇게 사업을 하면 될까?' 라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할 것이다. 축구를 예를 들면 처음에는 축구를 하는 그 자체가 좋았다가 하다보면 좀 더 잘하고 싶어진다. 체력을 키우고, 슈팅, 패스, 트래핑, 전술 이해 등 축구 실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처럼 사업 그 자체를 즐거움과 좋아서 하더라도 점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돈을 버는 생각, 수단 등을 고민하게 된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즐겁게 하면서도 '넥스트 레벨'을 위해서 돈 냄새를 맡고, 돈을 벌어 보는 연습을 시작해야 했다. 그 대표적인 사업 아이템이 대한민국에 있는 품질 좋은 제품의 유럽 판권을 얻어 유럽 특히 독일에 새로운 유통판로를 찾아주는 비즈니스이다. 유통은 여러가지 사업적 감각을 키우는데 필요할 것이라 판단했기에 시작했다.
다만, 돈만 보고 일을 하면 효율적이지 않을 것 같고 지속적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아, 좋아하는 마음 또는 바로 밑에 설명하게 될 <잘하는 일>을 한 줌 넣었다.
<잘하는 일>
사업을 쉽게 시작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잘하는 일을 사업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도 이부분을 그대로 가져와서 그동안 나와 여사장이 해오면서 성과를 냈던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컨셉을 기획했다. 기획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시 또 기획하고, 불필요한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포기했다.
잘하는 것을 하니 자신감도 생기고, 속도도 생기고, 하면서 배우는 모든 것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주 무기가 있는 상태에서 좋아하는 일과 돈이 될 것 같은 일들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만들어 보니 그 프로젝트들은 각자 독립적이면서 서로 연결이 되어 있게 되었다.
<바비인형>
딸아이가 한동안 바비인형에 빠진 적이 있었다. 왜 맨날 똑같은 인형을 사냐는 내 질문이 한심하듯이 모든 인형은 다 조금씩 다르다고 했다. 나는 바비인형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말했다면, 딸아이는 제품의 특징을 고려해서 답한 것이라 딸아이 말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선물을 받던, 샀던, 물려 받았던, 여러 바비인형이 모이고 나니 기존 제품이나 컨셉과 다른 딸아이만의 바비를 꾸미기 시작했다. 예컨대, 해외로 등산 여행을 가는 강아지를 사랑한 미용실 사장님 바비 같은 다양한 파츠를 끼워서 만든 바비. 그러니 그 바비는 더욱 특별해지고, 소중해졌고, 스토리가 있으니 그녀의 친구들이 가지고 싶은 최고의 바비가 되었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아마 눈치 챘겠지만 우리가 하는 많은 아이템도 재미와 돈과 역량을 섞어서 만들고 있는 여러 바비인형이다. 그 바비인형들로 만들 바비월드 (Barbie World)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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