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024

독일은 정말 복지 선진국일까?

거짓과 기만 속에서 똑똑하게 생존하기

2024.06.20 | 조회 1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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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장과 남사장의 요절복통 비즈니스 도전기 in Germany

[남사장]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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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 같이 내리는 토요일 밤. 3살 아이가 열이 난다. 39도. 아이의 부모는 발을 동동 구르며 택시 불렀다. 택시 기사가 묻는다. 

"무슨일이죠?" 

"아이가 열이 나요! 빨리 응급실로 가주세요!" 

"몇도인가요?" 

"39도요!"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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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택시는 출발하려다가 멈추더니 하는 말. 

"그냥 집에서 잘 재우세요. 40도가 넘지 않으면 응급실에서 아무것도 안 해줍니다. 아이들을 위한 차 마시라고 할꺼예요. 내 아이들 38도 39도여서 갔을 때 아무것도 안 해줬습니다." 

아니??!! 최고의 복지 국가로 알고 있는 독일인데, 병원비가 무료이고, 약값이 거의 들지 않는 독일인데 어찌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이 이야기는 지인이 겪은 실제 대화이다. 

무료에 가까운 독일 의료 서비스는 이미 한국 의료 서비스를 경험한 우리가 보기엔 한참 멀었다. 예약제라 당장 아파서 병원에 가도 진료 받기 어렵다. 진료를 받는다 해도 대부분은 일도 쉬고, 집에서 따뜻한 차 마시고 쉬라고 한다. 이렇게 의사 소견으로 쉬게 되면 의사가 쉬라는 만큼 유급으로 쉴 수 있고, 의사 소견없이 그냥 몸이 좋지 않아 쉬려면 3일까지 쉴 수 있다. 

무료에다가 유급으로 쉴 수 있다니? 천국 아닌가?  

사진출처 교보문고
사진출처 교보문고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우리 주변에 만연한 헛소리(여기서 헛소리는 팩트가 아닌 이야기를 이야기 한다.)로부터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헛소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비교가 공정한지, 통계나 그래프, 비교 등이 공정한지 확증 편향인지 점검하고 복수의 가설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헛소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유사 사례반례를 찾아야 한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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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으로 잘되어 있는 것과 인간을 우선시 하는 사회적 인식은 훌륭하다. 이 말은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이용자 둘 다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 동일하게 대한다는 말로, 고객이 왕이다는 독일에서는 약간 통용되지 않는다. 그럼 다시 병원으로 가보자. 꾀병이 아닌한 회사를 못갈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고 아프다고 하자. 3일 쉬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병원가도 그냥 며칠 쉬라고 하는데, 혹은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그 병원 예약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 

7,8년 전인가, 12월 1일 축구하다가 반월판연골을 다친적이 있다. 락현상이라고 했나? 오른쪽 무릎을 접을 수가 없게 되었다. 첫 진찰을 위한 예약을 알아봤을 때 전부 1월이나 2월이고 정형외과로 유명한 병원은 3월을 이야기 했다. 일단 3월 예약을  해두고, 물어 물어 예약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갔다. 3시간 정도 기다려서 겨우 진찰을 받았다. 의사와 이야기한 시간은 2분이 채 되지 않았다. MRI 찍으라고했고, MRI 찍는 곳에 전화하여 예약을 했더니 12월 말에 잡혔다. 여기까지 아무 비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MRI를 찍었고, 결과지를 보는 예약이 1월 말에 잡혔다. 유럽의 연말은 정말 무언가를 하기가 어렵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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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쯤 가니 무릎이 조금씩 접히기 시작했다. 결과지를 보는 진찰을 최대한 빨리 받기 위해 다른 병원에서 진행되었다. 이 날에는 그래도 5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는데, 함정이 있었다. 의사도 외국인이고 나도 외국인이라 서로 독일어가 서툴렀다. 가족오락관처럼 내 상황을 몇몇의 단어와 몸으로 설명하고, 의사가 맞추는 상황이라 시간이 좀 길어졌다. 

무릎이 아직도 완전히 접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한 해결책을 달라고 했지만 보호대 처방이 전부였다. 물론 보호대도 공짜였다. 시간이 흘렀고, 3월 드디어 유명 정형외과 진료날이 다가왔다. 하지만 이때는 축구도 다시 시작했다. 의사는 왜 왔냐며.... 2개월 지난 MRI 결과지를 보여줬더니 움직이고 안 아프고, 축구가 가능하면 괜찮은 것이라고 했다. 

자, 모든 것이 무료였다. 하지만 무릎이 접히지 않았던 3개월동안 내 마음은 정말 타 들어갔다. 

타 들어가는 심정... 독일에 살면서 아파본 사람만 공감한다. 사진출처 unsplash
타 들어가는 심정... 독일에 살면서 아파본 사람만 공감한다. 사진출처 unsplash

누구하나 속시원하게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한 사람 없었고, 어떤 약도 없었고, 그냥 보호대가 전부였다. 차라리 돈을 내고 마음 편안하게 지내고 싶을 정도. 

독일 복지에 대해 두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독일의 시스템을 뭐라하는 것도 아니라 덮어 놓고 독일 복지를 찬양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민 컨설팅을 하면 복지가 은근히 이민 이유가 되는데, 이 사례를 소개하면 충격을 받는다. 

독일어라는 언어장벽 때문일까? 이미 굳어진 독일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까? 독일에 대한 정보가 아무래도 한정적이고, 독일을 다루는 사람도 한정적이라 그럴까? 나와 여사장의 역할을 다시금 곱씹어 본다. 


[여사장] 

최근 한국 업체의 기관 통역을 맡은 적이 있다. 

독일의 화학 기업과 오스트리아 정부 연구 시설을 오 가면서 여러가지를 간접 경험하고 공부도 많이 되었다. 

학술이나 일상 생활 관련 통역은 종종 해 보았으나, 기관 통역은 처음이었기에 전공 용어들이 익숙치 않아 꽤 애를 먹었다. 다행히도 한국에서 오신 분들께서 많이 도와주기도 하셨고, 웬만한 전문 용어는 영어로도 알아 들으셨기에 큰 문제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최대한 토시 하나 놓치지 않고 정보를 전달해 드리려고 열심히 통역을 하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한국 분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분명히 정확히 전달하고 있는데, 왜 그러실까?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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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봤더니, 대부분의 전공 분야 관련 브리핑은 한국에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며, 시설이며 자료 또한 한국이 훨씬 더 많이 갖추고 있기에 내용이 다소 지루했던 탓이었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10시간이 훌쩍 넘는 비행시간. 비행기값. 숙박비. 통역비. 시차로 인한 피로감 등. 이미 한국의 모든것이 훨씬 뛰어나다면, 왜 굳이 독일까지 오시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질문을 드렸다. 

"저, 국장님, 그렇다면 여기 굳이 독일까지 오시는게 의미가 있나요?"

"통역사님, 한국에서 연구기관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논의를 하면 결국에는 '독일에서는 이런 식으로 한대.' 이 한마디에 끝납니다. 무슨 뜻 이냐면요, 한국에서는 독일이라고 하면 그냥 무조건적으로 리스펙트 하는 거예요. "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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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평소에도 독일이라고 하면 한국 분들이 언제나 뭐 대단한 거라도 되는 마냥 늘 부러움과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봐 주시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내가 독일에 산 지도 어언 14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말 그대로 미친 성장을 이루었고, 독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아있는 무비판적 독일 사랑이 한국 연구 기업의 문화로 남아있다니! 다소 충격이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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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도 한국도 둘 다 너무너무 사랑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독일이 한국보다 좋다 라는 식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북한과 같은 곳에 살면서도 행복과 삶의 충만함을 느끼고 감사해 하는 사람은 있다. 

'전쟁만 아니면 다 이겨낼 수 있습니다.' 

고 정주영 회장의 명언이다. 전쟁만 아니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어떤 것이든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  

전쟁이 있는 곳만 아니라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언어를 쓰고, 어느 정권을 가지고, 어떤 경제적 시대 흐름 속에 놓여 있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행복과 충만함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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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에 있을 때에는 독일이 좋고, 한국에 있을 때에는 한국이 좋아서 떠나기 싫다. 

독일에 오면, 영혼의 고향 같고. 한국에 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지를 간 것 같아 늘 신이 난다.  

지금 한국의 생활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 경제가 어렵다는 말과, 인구 감소로 인해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나라에서도 자신의 꿈을 지키며 앞으로 전진하는 사람이 있고, 소위 말하는 복지 선진국 독일에 와서도 자신의 꿈은 커녕 모국에서 보다도 더 대우 받지 못하는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고, 생각하는 대로 세상을 해석한다. 

색안경을 낀 사람의 눈에는 세상이 늘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일 것이다. 

색안경을 빼고 바라보면 정작 세상은 투명하고 맑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독일.비즈니스.다이어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여사장과 남사장이 한국과 독일에서 글로벌 CEO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현재진행형 에세이입니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뉴스레터에 꾸준히 비즈니스 에세이를 적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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